미국에서 총기 사고와 총기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든 총을 쉽게 구입하고, 소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1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술을 사거나 이들에게 술을 파는 행위가 모두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냥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장총은 18세가 되면 누구나 살 수 있다. 권총의 경우는 장총보다 규제가 조금 더 까다롭다. 총기 범죄의 대부분이 권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21세가 되면 간단한 신원 조회를 거쳐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중범죄 전과자나 정신 이상자, 마약 중독자와 같은 기록만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흔히 미국을 ‘술보다 총이 더 사기 쉬운 나라’라고 일컫는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을 사듯이 손쉽게 총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는 합법적인 면허를 받은 총기 취급상이 약 1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서점이나 학교보다도 총을 파는 상점의 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 pp.6-7
미국은 1776년 모국인 영국과 유혈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하였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의 국왕과 상비군으로부터 받았던 악몽을 떠올리며 새로 구성될 연방 정부가 전횡을 일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내심 영국의 크롬웰 같은 독재자가 미국에서도 출현할까 경계하였던 것이다. 이에 미국인들은 독재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비책으로 민병대와 무기 소유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즉, 독재와 폭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무장으로 조직된 민병대가 독립 후에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전제적인 정부에 맞서는 개인과 국민의 기본권으로, 총은 정부에 대한 저항권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 pp.26-27
프런티어 여행자들이나 이주자들의 기행문이나 회고록, 그리고 서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건국 초기부터 19세기 중엽에 이르는 기간에 미국에서 총기는 거의 모든 지역, 특히 서부와 남부 프런티어 지역에서 널리 보급되었다. 프런티어의 척박한 자연환경,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습격, 그리고 법과 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곳인 까닭에 총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