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한국 사회에서 노년생활은 과연 행복할까? 노인빈곤율이나 노인자살률 같은 각종 통계수치들이 가리키는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노인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노년들의 삶은 불행하고 불안정하다.
한국 노인들의 삶이 이렇게 된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온몸을 바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나 경제적인 풍요를 향유할 겨를도 없이 다시 세계적인 경제 침체기를 겪어야 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생각은커녕 그럴 만한 여력도 없었다.
국가는 어떤가. 노인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체계를 여전히 갖추지 못한 채 되레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는 노년에 관한 가치, 규범, 제도 등도 급변하고 있어서 여기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른 퇴직과 빈곤, 신체적 젊음을 강조하는 풍조 만연,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대상화 되는 추세인 것이다.
소외, 빈곤, 건강 등 노인이 처한 상황들은 다양하고 다층적이다. 또한 이런 문제들이 개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사회구조적 환경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더 나은 노년의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노인의 삶을 형성하는 구조를 들여다보는 등 그 현주소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에 노인과 노년에 대한 인식 전환 및 개선이 필요하고, 일상생활(가족, 성, 연애, 일자리)에서 노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노인들이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픈 몸과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노인에 관한 책은 노인복지 차원에서 다루어지거나, 르포 형식을 취해 노인의 고단한 삶을 얘기하거나, 개인의 수필 형식을 띤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노인의 총체적인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노인들이 경험하는 문제들을 인문, 철학, 경제, 가족, 성, 정치, 사회, 건강, 죽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각각의 장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해 짚어보고, 그에 따른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도모하려 했다. 아울러 현재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다루면서 개개인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들을 내용에 포함시켰다.
또 노인이 동질적인 집단이라기보다는 성, 계층, 연령에 따라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노인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원고를 구성하였다.
각 장에서는 노인의 삶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문화적,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파악하고, 노인 인권을 고양시킬 수 있는 구조적 변화와 개인의 성찰을 모색하였다.
이 책은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딱딱하기 쉬운 인권서들의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또한 현재 노인이 아닌 연령층에게는 사회적으로 노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노년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는 한편 노인들에게는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함과 더불어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려고 했다.
원고 집필을 위하여 필자 및 전문가들이 수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노인 문제를 논의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책의 목차를 작성하였고, 저자들은 워크숍을 진행하며 책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원고를 집필하였다. 각 저자들이 집필한 이후에는 매회 3개 장씩 저자들이 모여 초고를 검토하고 각 저자는 내용을 수정하는 형식으로 원고를 완성하였다.
이 책을 기획하고 또 책으로 묶기까지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준 국가인권위원회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복잡한 원고를 잘 편집하여 아담한 책으로 만들어준 출판사 삶은책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2017년 12월
저자 일동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