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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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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된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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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24g | 146*209*30mm
ISBN13 9788925559018
ISBN10 8925559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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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윌리엄 켄트 크루거
1950년 11월 미국 와이오밍 주 토링턴에서 태어난 윌리엄 켄트 크루거는 1998년에 발표한 《Iron Lake》로 앤서니 상 신인상과 배리 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5년에는 《Blood Hollow》, 2006년에는 《Mercy Falls》로 2년 연속 앤서니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윌리엄 켄트 크루거는 《철로 된 강물처럼》으로 2014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비롯하여 에드거 상, 배리 상, 매커비티 상, 앤서니 상, 딜리스 상, 그리고 미드웨스트 북셀러 초이스 상, 레프트 코스트 크라임 상까지 전미 7대 미스터리 상을 석권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주요 작품으로는 코크 오코너 시리즈 《Boundary Waters》, 《Purgatory Ridge》, 《Windigo Island》 등과 《 The Devil’s Bed》 등이 있다.

윌리엄 켄트 크루거 홈페이지 : http://www.williamkentkrueger.com
역자 : 한정아
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는 《소피의 선택》,《무죄추정》,《반환》,《춤추는 마리》,《블랙 아이스》,《트렁크 뮤직》,《앤젤스 플라이트》,《유골의 도시》,《클로저》, 《보이드 문》, 《미시시피 미시시피》,《줄리언 웰즈의 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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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오랫동안 기도할 것이었다. 아버지가 다시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늦었고 아침식사를 준비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아버지는 말을 더듬는 작은아들과 불량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는 큰아들, 구순구개열을 앓고 있고 밤에 어딘지는 하나님만 아시는 곳에 갔다가 몰래 집으로 숨어드는 딸, 그리고 남편의 직업을 못마땅해하는 아내로 이루어진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자기 자신이나 우리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도 바비 콜의 부모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모리스 엥달이라는 개자식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을 대신하여 기도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나님의 잔인한 은총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을 것이었다. --- p.30

그가 말했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나 보구먼. 흠, 아니면 진짜 배의 선장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원주민은 병을 들고 더 마시더니 고개를 뒤로 젖혀 둑비탈에 기대고 철교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철도 선로를 왜 좋아하는지 아니? 항상 저기 있지만 또 항상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
“강물처럼요.” 제이크가 말했다.
나는 제이크가 말을 해서, 그것도 더듬지 않고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낯선 사람과 있을 땐 지독히도 말을 더듬는 아이인데. 원주민은 내 동생을 보면서 제이크가 위대한 지혜를 말하기라도 한 것처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철로 된 강물처럼.” 그가 말했다. “똑똑하구나, 얘야, 정말 똑똑해.” --- p.55

이른 오후 나는 떠돌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매장식을 준비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나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이유를 물었고, 나는 사실 그 이유를 잘 모르면서도 또박또박 이유를 대려고 애를 썼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주검을 발견한 사람이 나니까 영원한 어둠에 묻히는 순간에도 내가 거기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말하는 동안에도 그런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말을 다 들은 아버지는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더니 내가 가면 안 될 이유가 없겠다면서 참석을 허락했다. 단 우리가 아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할 때처럼 옷을 갖춰 입고 와야 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주일날 입는 제일 좋은 옷을 입으라는 뜻이었다. --- p.110~111

그리고 훨씬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문득 잠이 깨어 아버지가 통화하는 소리와 옆에서 거드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부모님이 초췌하고 피곤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버지가 에어리얼 누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다시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직업 덕분에 한밤의 응급상황에 익숙해 있었고, 그해 여름에 내가 직접 본 적도 있어서 누나가 밤늦게 몰래 집을 빠져나가 새벽녘에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으며, 아직은 환상이라는 담요에 싸여 있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부모님이 어떤 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방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이 심란한 목소리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면서 이기적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 p.232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제이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선로는 강과 같아서, 철로 된 강과 같아서, 항상 거기 있으면서도 또 항상 움직인다고 했었다. 나는 워런 레드스톤이 따라가고자 했던 강은 물로 된 강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일어섰다. 그가 철교를 건너기 시작하면서 침목 사이로 그의 몸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나는 철교 밑에서 걸어 나와 강둑을 따라 걸으면서 그가 발을 잘못 디뎌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재빨리 침목에서 침목으로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내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것처럼 딱 한 번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지만 곧 다시 도망치는 일에 집중했다.
그날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은 철교를 다 건너가 장대비의 장막 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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