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주 평범한 한 아버지의 기록입니다.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아이들 기억에 남는 아버지이고 싶은 한 남자의 인성을 담았습니다. 남자는 1970년 4월에 창간된 [샘터]를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샘터가 삶의 지표였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세상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은 인성이 만든다는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어느덧 50중반을 넘어서면서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한 흔적을 아이들에게 아주 서툴지만 그동안 준비해둔 글로 남겨주고자 생각했습니다. 세 아이가 자신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심어주려 노력했지만 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자신할 수는 있습니다. 세상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 겁니다. 봉사도 제법 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도 줄 것이고, 세상 어두운 곳을 조금은 밝게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것 하나는 자신할 수가 있습니다. 그게 이 아빠가 지금껏 가져온 삶의 기본정신이고 살아온 흔적이니까요.
세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아빠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인생은 큰 성공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우리가 살면서 세상에 뿌리는 사랑의 씨앗만큼 커져가겠지요. 이미 뿌려진 씨앗은 따스한 사랑으로 잘 보듬어 키우고, 외진 한 켠, 사람의 정(情)을 그리워하는 땅을 찾아 새로운 씨앗을 뿌려야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인생!
- 2012년 3월, 곤지암 열미계곡 석천산방에서 오두환--- '저자의 말' 중에서
저는 품속에 항상 [시신기증 등록증]을 휴대하면서 전보다 마음가짐이나 행동이 한결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사람의 일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준비하고 다닌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 마음가짐이 외려 저로 하여금 더 깨끗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하고 남에게 해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예전보다 더 밝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p.19 /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중에서
‘삼인성호(三人成虎)’가 바로 그런 뜻입니다. 쉽게 말해서 세 사람이 작당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고, 어른도 아이로 만든다는 뜻이지요. 우리 사는 현실에 빗대어 좀 더 쉽게 풀어보면 ‘세 사람이 작당하면 어떤 거짓말도 사실로 만든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말은 곧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밭에 뿌리는 씨앗과도 같습니다. 남의 말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말이 상대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만 한다면 삼인성호의 우를 범하지는 않겠지요. 좋은 이야기만 하고 칭찬만 하고 살기에도 세상은 늘 짧은 시간에 쫒기는 법이니까요. 한 세상 살아가면서 남을 해코지하고 원한 사는 말이나 행동보다는, 덕담과 칭찬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춤추게 하는 이웃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p.64 / '삼인성호(三人成虎)' 중에서
밖은 아직도 별빛뿐입니다. 갑자기 입가에 작은 미소가 흐릅니다. 작은 시추 한 마리를 맡아 기르고 있는데 이놈이 코를 골다가?잠꼬대를 하나 봅니다. 하는 짓과 사람과 똑같아서 헛웃음이 나곤 합니다.
곁에?늘 피곤에 절어 곤히 잠든 마나님이 깰까?염려되어?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조용히?옷을 입고 방을 나섭니다. 남편 잘못 만나 나이 오십 넘어서도 고생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정말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래, 이제 겨우 인생 절반 왔는데(내 계획은 이 땅에서 백수는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인생이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 위의 종이배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강물과 바람에 의해 이리 저리 흐르다가 폭포도 만나고 돌부리도 만나고 소나기도 만나고 뭐 그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종이배도 자기 인생이니 물에 젖지 않게 코팅을 하든, 모터를 달든 그건 모두 자신의 책임이겠지. 그러고 보니 절반쯤 온 인생이지만 참 많은 고비를 넘겨온 것 같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위험하고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어 위태롭지만 넘어지지만 않으면 반드시 넓은 강물을 만나겠지. 인생 뭐 있어, 그렇게 사는 거지 뭐.’ ---p.83 / '인생의 흐르는 강물 위의 종이배가 아닐까?' 중에서
저 역시 그분과 똑같이 IMF관리체계로 들어가면서 회사의 부도로 부득이하게 직장을 놓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잘나가는 중견 패션회사의 상무일을 맡아 하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장인 그룹에 끼어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 그 후 저는 저를 다시 인간답게 만드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산방을 오픈하면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서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 가까운 친구들에마저도 오픈 사실을 알리지 않고사실 당시는 청첩장이 두려운 시절이었습니다, IMF 때문에 홀에서 서빙과 설거지를 직접 담당하고 밤에는 컴퓨터를 붙들고 인터넷 속을 헤매면서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돈에 눈이 멀어 친구들도 잊었다느니 하는 농담이 가슴 시리게 아프긴 했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간혹 산방을 찾는 옛 직장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놀라기는 하지만 저는 늘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 가지 ‘해탈’을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체면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체면을 버리고 나니 제가 갈 길이 너무 넓어지고 많아져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p.94 / '체면을 버리니 해탈의 기쁨이' 중에서
저는 지금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 사원의 그런 노력이 일본과 일본 IBM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게 하는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지요. 저는 그 사원에게 편지를 쓰면서 당신의 마음과 함께 포스터를 오랫동안 보관하겠다고 했습니다. 포스터 밑에 ‘西村惠子の心’라고 써놓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니시무라 게이코의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만약에 우리 사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고객(거래선, 동료사원, 일반소비자)들에게 이러한 마음으로 관계를 유지한다면 얼마나 회사에 큰 힘이 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p.145 / '일본이라는 큰 나무를 이끄는 힘' 중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 아기답지 않게 균형 잡힌 코, 그리고 볼우물, 예쁜 눈매, 모든 것이 이 아빠의 가슴을 벅찬 기쁨 속에 감싸이게 하기에 충분했단다.
잘 키워야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밝고 착하게 그리고 최고의 숙녀가 되도록 열심히 키워야지. 아빠가 너를 보며 이런 다짐을 수없이 했단다. 아빠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너의 장래에 대한 승리를 다짐하며 마음을 다졌단다.
어느 덧 네 백일이 다가오고 있다니…. 그리고 점점 아빠의 모습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너를 보면서 아빠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가는구나. 너에게 뽀뽀라도 할라치면, ‘아빠, 나는 미워’ 하며 시샘을 부리는 네 언니 때문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모두가 아빠의 딸인데 사랑이 다를 수가 있겠니. ---p.195 / '아빠의 약속' 중에서
헤어져야할 그 때가 불현 듯 찾아와도 / 남겨진 시간으로 이별의 파티를 준비하자 / 그리고 우리는 매일 파티에 초대될 손님과 / 그들에게 남겨줄 선물을 준비하자
그것이 / 우리의 아름다운 생과 이별할 때 / 이별의 눈물보다 기쁜 입맞춤으로 /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270 / '이 아름다운 내 생과 헤어져야 할 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