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마피아 내부의 시선을 통해 마피아를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대부>의 성공 비법이자 매력이며 마력이다. <대부> 개봉 후, 마피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 ‘대부’의 권위주의적 가부장제 사회는 현실 세계를 대체하였다. 대부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모든 권력과 정의는 대부에게서 흘러나온다. 배신자는 대부의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악당이다. 마이클(알 파치노)이 얘기하는 계율이 하나 있다. “패밀리에 맞서는 편에는 절대 서지 말라.”
--- pp.61-62 「대부」중에서
여성에 대해 품고 있는 제이크의 애증은 프로이트가 “마돈나-창녀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붙인 바로 그 증세다. 라모타에게 있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여성은 (그와) 육체적 접촉을 통해 순결이 더럽혀지기 전까지는 이상적인 성처녀다. 일단 순결이 더럽혀진 여성은 끝없는 의심의 대상이 된다. 영화 내내 제이크는 비키가 자기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환상을 떠올리며 자신을 괴롭힌다. 비키의 모든 얘기, 비키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정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왜곡된다. 그는 그녀가 바람을 핀다는 증거를 하나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증거를 잡았다는 듯이 그녀를 두들겨 팬다. 그가 의심을 품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가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다.
--- p.194 「분노의 주먹」중에서
<스타워즈>는 어린애들 얘기처럼 멍청하고, 일요일 오후 동시상영 영화처럼 깊이가 없으며, 8월의 캔자스 벌판처럼 식상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는 걸작이다. 내 생각에 <스타워즈>에 담긴 철학을 분석하느라 열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에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이다. 포스가 그들과 함께 하기를.
--- p.302 「스타워즈」
알랭 레네Alain Resnais(1922∼ ) 감독이 1961년에 만든 영화를 떠올리면 미소를 머금게 된다. 대단히 비아냥대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려고 빗속에서 기다려야 했던 학생들이 영화를 본 후 어리둥절해하면서 몇 시간 동안이나 영화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작 감독 본인은 영화에 아무런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도 말이다.
--- p.523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중에서
스코티가 ‘마들렌’을 껴안으면, 배경조차도 실제 호텔 방 대신 스코티의 주관적 기억의 반영물로 뒤바뀐다. 버너드 허먼의 영화음악은 매혹적이면서도 불안정하며 간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인간들의 욕망이 덧없다는 것, 행복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카메라는 스코티의 악몽에 등장하는 바람개비 이미지처럼 그들 주위를 회전한다. 심리적으로, 예술적으로, 기술적으로 복잡한 이 장면은 히치콕 자신의 열정과 슬픔을 완벽하게 드러낸, 히치콕의 경력을 통틀어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 p.657 「현기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