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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물의 자흔을 쫓는다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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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56쪽 | 3056g | 148*200*117mm
ISBN13 9791129587374
ISBN10 112958737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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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권]

#서장
#첫 번째 장. 흘러간 이야기
#두 번째 장. 퀸시오
#세 번째 장. 겨울의 기사들
#네 번째 장. 북서해의 제왕
#다섯 번째 장. 여인의 한

[2권]

#여섯 번째 장. 엘올라의 봄
#일곱 번째 장. 그들은 꽃을 지르밟고
#외전. 수원의 그루터기
#여덟 번째 장. 지스카르
#외전. 밀러 헤센, 관찰자
#아홉 번째 장. 소리의 추억은 미명을 부른다

[3권]

#아홉 번째 장. 한비의 여정
#열 번째 장. 물가에 억새가 피면
#열한 번째 장. 원추리 꽃이 고개를 든다
#열두 번째 장. 탕아들의 공방전

[4권]

#열세 번째 장. 왕의 자질
#열네 번째 장. 끝의 시작
#열다섯 번째 장. 종야를 울리는 소리
#최종장.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작가 후기

[외전]

#첫 번째 에필로그. 말로리의 집
#두 번째 에필로그. 그루터기에도 꽃은 피어난다
#세 번째 에필로그. 다시, 그곳으로
#앙상블로의 길. 이스털리 윈드easterly wind
#작가 후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신여리
은위, 돌시아니 등의 필명으로 웹소설 작가 활동 중이다.

blog▶http://blog.naver.com/shinyeori
e-mail▶shinyeori@naver.com
kakaotalk▶shinyeori

출간작으로 『물의 자흔을 쫓는다(구)』, 『수라화』,『가시나무 우는 성 1부』,『바라연』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제르는 품안에 간직하고 있던 둘둘 말린 능라 조각을 펼쳤다. 피로 얼룩진 능라 속에서 낡은 은빛 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긴 목소리가 모은 무릎 사이로 삭혀졌다.

“엔사…….”

눈물 따윈 말라버린 지 오래였다.

의미 바랜 증오만 젊은 가슴에 품고 있다. 나약해지지 않으리라. 스물여섯 해를 살며 깨달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걸 몰랐던 시절 약점이 되었던 이들은 모조리 죽어 사라졌다. 유일하게 남은 약점. 그것은 스스로 떠나보냈다.

낳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첫 아이의 악몽이 도돌이표처럼 되돌아와 그녀의 손을 잡기 전에 선택해야 했다. 살 찢기고 가슴 찢기는 죄의식조차도 사치. 악독한 계집처럼 아이를 팔아넘기는 서신을 쓰고, 또 쓰고. 그래서 지금 그녀는 이곳에 있었다.

핏덩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는 허울마저도 그저 변명이었다. 제 나약함의 변명이었다. 결국 현실은 아이를 대가로 땅까지 얻어낸 극악무도한 여자 한 명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 땅도 그냥 땅인가. 독립령이다.

극악무도하다.

“……극악무도한 어미라.”

그녀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그냥 되씹었다.

‘기뻐해라, 제르. 기뻐해.’

헛웃음으로 온 속이 헤집어졌다.

두 번이나 수태를 했던 그녀는 제 손으로 아기를 안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첫째는 배 속에서 죽어 사라졌고, 둘째는 산통으로 정신을 잃은 사이 그녀의 품을 떠났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내가 아이라는 걸 낳긴 했나?’
“…….”

그녀는 고갤 돌려, 저 멀리의 남쪽을 응시했다. 잊지 못하리라. 저곳에서 살아 숨쉴 제 아들을 잊지 않으리라. 스스로가 그들에게 ‘죽은 어미’가 되겠다고 했다.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굴종이었다. 그마저 잃을 수 없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본디 그녀는 데바람 왕의 첩실이었다. 단순한 첩실을 넘어서 총비라 불리기도 했다. 그것이 얼마나 높은 지위이냐는 상관없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부와 명예도 헛것이었다. 호시탐탐 자신을 위협하고 노리던 개새끼의 앞에서는 모조리 헛것. 전쟁으로 조실부모하고, 운이 나빠 늙은 왕의 눈에 들어 어린 동생 셋의 목숨을 인질로 더 없을 호사를 누렸다. 동생들이 죽어나갈 때도, 그녀만큼은 호사를 누렸다.

다른 목숨을 양분 삼아 질기게도 살아남았지 하는 생각에 그냥 웃음이 터졌다.

“여어, 아가씨.”

깜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면식 있는 이의 얼굴이 지척에 있었다.

“뭐야. 우냐?”

레이스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남자가 이가 몇 발자국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체하며 그를 쏘아보았다. 무시할까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무시하지 않을 듯했다. 손으로 왼 얼굴을 훑어낸 그녀가 냉랭히 말했다.

“오지랖도 넓군.”
“여기서 뭐해? 너 말 험한 건 천성이냐? 갈 거야. 우리도 가는 길이 바쁘거든. 근데 여기서 왜 질질 짜고 있냐. 투신이라도 하려고?”
“테이 님, 그냥 지나가시면 될 걸…….”

테이. 아. 그래, 그 이름이었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저렇게 인생 다 산 얼굴을 하고 있으니 내 배알이 꼴려서 그렇지.”
“저쪽이 인생 다 산 얼굴인데 왜 댁 배알이 꼴립니까.”
“너 남의 속 좀 헤아려봐라.”
“댁부터 제 속 좀 헤아려주시죠.”

주종관계인 듯 보이는 그들은 처음 보았던 그날처럼 투닥거렸다. 제르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근데.”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화들짝 놀란 제르가 거칠게 그의 팔목을 쥐어뜯듯 떨쳐냈다. 그로 그치지 않고, 그녀는 놀란 테이가 물러서기도 전에 뺨을 올려붙였다. 테이는 놀라울 정도로 재빠른 반사 신경으로 얼굴을 살짝 뒤로 젖혀 턱을 살짝 긁히는 것으로 갈등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오히려 뒤에 서 있던 금발 남자가 오만상을 찡그리며 소릴 높였다.

“테이 님!”

분이 풀리지 않은 제르가 씩씩거렸다. 온몸에 소름이 끼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그녀는 테이에게 붙잡혔던 팔목을 마구 문질렀다.

“어이…… 아가씨. 내가 뭘 했다고 다짜고짜 그렇게…….”

토하고 싶어질 만큼 급하게 심장이 뛰었다. 제르는 치미는 구역질에 그대로 몸을 돌려 벼랑을 내려왔다. 죽음이 뒤쫓아 오는 것 같은 기시감, 온 배 속을 칼로 휘젓는 듯한 통증에 그녀의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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