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가 죽었을 때,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우리의 별을 만든 누군가는 그때 이 우주 어딘가에 또 다
른 별 하나를 더 만들었던 게 아닐까….
그곳은 죽은 사람들이 가는 별.
그 별의 이름은 아카이브.
--- p.5
거기는 거대한 도서관 같은 곳이고 굉장히 조용하고 청결하고 질서 정연하다. 아무튼 넓고 넓은 곳이어서 건물 안에 길게 뻗은 복도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곳에서, 우리의 별을 떠난 사람들은 평온하게 살고 있다.
그 별은, 말하자면, 우리의 마음속 같은 곳이다.
--- p.6
속눈썹에 맺히는 빗물을 손끝으로 뿌리치며 다시 한 번 찬찬히 응시해보았다. 그것은 금세 그것이라고 알 수 있는, 너무나 그리운 윤곽이었다.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
미오다.
--- p.72
“뭔가 크게 땡잡은 기분이야.”
“왜?”
“그야 당연하지.” 하며 유지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전에 봤다는 걸 잊어버렸으니까 이렇게 굉장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잖아?”
“그렇기도 하겠다.”
“무엇이든 다 그래. 처음이면 굉장히 가슴이 두근거려.”
--- p.258
“응, 사랑했어. 처음 때처럼.”
“그래요?”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어. 나는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졌어.”
6주 전에 막 태어난 당신과.
--- p.335
“나도 그래. 우리는 분명 이렇게 수없이 사랑에 빠질 거야. 만날 때마다 다시 서로에게 푹 빠져서.”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다시?”
“그래,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다시. 그때도 나를 당신 옆자리에 있게 해줘. 정말 마음이 편안하거든, 당신 옆은.”
--- p.335~336
“어째서 우리 집 남자들은 자꾸 잘못했다고만 하는 거죠?”
그녀의 얇은 입술이 색을 잃고 가늘게 떨렸다.
“난 행복한데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냥 당신 곁에 있기만 하면 되는걸요.”
알고 있어요? 그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거.
--- p.351
“우리는 살아가는 거야. 아무리 이별이 거듭되어도, 아무리 먼 곳으로 흘러가도, 그래도 살아가.”
--- p.372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야지요.
호수 역에서, 분명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나의 멋진 미래를 안고서.
기다려주세요, 나의 도련님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p.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