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주에 흩어져 있는 동문이 글로써 만나는 곳 「미주경희사이버 문학」이 올해 두 번째로 발간되었다. 지난 2019년 창간호가 발간된 후로 꼭 3년 만이다.
처음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동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졸업한 학교는 분명 맞는데 캠퍼스를 밟아보지도 않았고 교실에 앉아 본 적도 없는 사이버상의 공간이었기에 학교 이름을 눈으로만 무덤덤하게 읽었다. 그런데 창간호를 발간한 후로는 느낌이 달라졌다. 내 청춘을 함께 보냈던 대학의 동창들보다 더 끈끈하게 엮여 있는 어떤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원래 문학이라는 것은 인간 삶에 대한 해석이 아닌가. 우리가 살 아내는 무질서한 삶을 작가 고유 생각의 거름망으로 걸러 분석하고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그리하여 독자에게 위로나 희망 같은 것을 선사하는. -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이 근사한 작업을 앞머리에 세우고 세월을 걷는 우리는 ‘사회’와 ‘사람의 생각’에 파격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인간이 풀어나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한편 다양한지 깊이 있는 성찰도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시대의 흐름과 문학적 조류의 변화는 물론 문학적 소양도 체계적으로 쌓고 싶다는 몸부림이 있었다.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하여 졸업한 것은 그 욕심과 몸부림이 맺은 열매다. 이런 열매를 함께 가지고 있는 우리의 관계가 어찌 끈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조국을 떠나왔다. 이민, 유학, 지사 파견 등 여러 가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이다. 그 ‘혼신’ 가운데에서도 문학에 대한 목마름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으로도 충족되지 않아 ‘문예창작학과’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 또한 귀하고 자랑스러운 공통점이다. 주부로서,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따로 내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엔간한 부지런함과 노력과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는 벌써 100년 전에 말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동기와 노력의 지속성,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조차도 장애조건이 되지 않는 문학을 향한 열정, 그것은 얼마나 기특한 우리의 공통점인가. 튼튼히 엮는 힘인가.
미주에서 한글로 글을 쓰는 이민 1세 작가인 우리는 ‘이민사회’라는 특별한 환경 속에서 글을 쓴다. 이민생활의 적나라한 삶이 뼛속에 각인되고 핏속에 녹아 있는, 본국의 문인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글쓰기 자원을 가진 사람이다. 다양한 경험, 즉 자영업을 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국 직장 혹은 한국 직장에서 만나는 사건과 사람은 비록 소소한 이야기일지라도 미주 이민 삶의 풍 속도가 되며 미주 한인의 의식세계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가 된다.
본국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인 동시에 미국사회를 엿보는 간접경험의 기회도 될 수 있다. 우리는 육체로 체험한 ‘이민정서’와 영혼 속에 흐르고 있는 ‘한국정서’를 아울러서 글로 옮길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한인 고유의 정(情)의 문화와 미국인의 합리적인 문화를 고루 갖춘 문인으로서 두 문화의 충돌과 합일이 적절히 녹아내린 글을 교술할 수 있는 작가다. 교포사회를 섬세하고 심도 있게 그리는 거울이자 사관(史官)이기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글을 쓸 일이다.
「미주경희사이버문학」 2집이 탄생되었다. 이남, 주숙녀, 복영미, 홍영옥 선배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님들은 든든한 격려로 힘을 주시고, 한 번도 뵙지 못한 후배님들도 소리 없는 순종으로 협조해 주신 덕분이다.
이것은 캘리포니아는 물론 뉴욕, 시카고, 워싱턴, 플로리다, 메릴랜드, 유타, 일리노이, 뉴저지, 텍사스, 버지니아, 조지아, 매사추세츠, 노스캐롤라이나, 심지어 캐나다까지. 아, 부산의 이향영 시인까지… 전 미주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의 잔칫상이다. 이 잔칫상을 앞에 두고 한바탕 춤사위라도 벌이며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우리 동문회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 분명하다. 현재도 많은 후배가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알겠는가. 경희사이버대학 문창과 출신 작가들이 시와 동시, 동화, 수필과 소설로 미주문학은 물론 해외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등공신이 될지.
바쁜 가운데에서도 임원으로 협조해주신 홍영옥, 박인애, 정국희, 전희진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또한 글을 보내주신 이문재 교수님, 노희준 교수님께도, 좋은 책으로 엮어주신 곰곰나루 출판사에도 감사를 드린다.
---「권두언 : 미주경희사이버문인회 회장 성민희」 중에서
첫 번째는 시작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event)일 뿐이다. 진짜 시작은 두 번째다. 자신이 과정 속에 놓여 있음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희사이버 동문들의 두 번째 문집 발간을 축하한다. 하나의 선이 면이 되고, 면이 공간을 획득했음에 감사한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노희준 소설가의 ‘언어가 아니라면, 문학이 아니라면 - 미주경희사이버문학 2집 발간을 축하하며’에서
---「축하의 글 : 노희준」 중에서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고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워도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초대시 : 이문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