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두뇌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멀티태스킹과 집중이 어려운 것은 결국 한 가지 중요한 한계, 즉 정보보유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면 머릿속에서 두 가지 명령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한 가지 명령을 수행할 때에 비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2배가 된다. 이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면 처음 정보를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방 안에 들어와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고 멍하니 서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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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에 관한 논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장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멀티태스킹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낫다는 주장과, 이는 좌우 대뇌반구가 여성의 경우 더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여성의 두뇌는 광대역 통신망 같다”는 말이 생길 정도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녀 간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자료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남녀 간에 뇌량(corpus callosum)의 모양과 두께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뇌량은 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멀티태스킹 능력에 어떤 기능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따라서 여성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나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속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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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발달의 이유에 대한 좀더 이례적인 설명은 성선택이다. 수컷 공작의 화려하지만 실용성은 전혀 없는 꼬리깃털처럼, 어떤 생존가치를 갖기보다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필요에서 지능이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뉴멕시코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 교수가 주창한 이론이다. 그는 춤이나 음악, 미술처럼 분명한 생존가치가 없는 활동들은 이성에게 자신의 지능과 유전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발달했다고 주장한다. 제프리 밀러는 많은 젊은이가 스타가 되기를 열망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진화론적 배경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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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산만해지는 사람들에게 어지럽혀진 책상은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이야말로 깔끔하게 정돈된 작업공간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를 계획하는 데 수반되는 각종 문제들(가령 언제 청소를 할 것인지, 박스와 라벨과 폴더 등 갖가지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때문에 청소할 엄두조차 못 낸다. 다시 말해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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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몇 시간씩 앉아서 책을 읽는 것 같은 부자연스런 짓을 하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놀거나 집안일을 도우라는 말을 들었다. 독서는 아이들의 두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체력을 약화시키고 시력을 망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사실 독서는 새롭게 태동하는 정보화시대를 준비하는 훌륭한 토대를 제공했다. 어쩌면 컴퓨터게임이 앞으로 다가올 정보집약적 디지털사회에 비슷한 토대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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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약물을 남용하는 문제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게 인기가 치솟다 보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복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학업에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약물복용을 권장하게 되지는 않을까? 승진이나 정리해고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이런 약물복용의 유혹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이런 약물 중에서 가장 먼저 시판된 제품이 리탈린이고 현재도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유사한 인지능력향상 약물이 시장에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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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면 필자도 기꺼이 머리가 좋아지는 미래의 칵테일을 마실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만약 기억력을 좋게 하는 약이 작업기억은 향상시키지만 창의력은 떨어뜨린다면,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항우울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사랑에 빠지는 능력을 앗아간다면 우리는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재미없는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가정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분명해 보이겠지만, 창의력이나 사랑의 효과를 파악하기는 방법론적으로 매우 어렵고, 거대 제약업계가 우리를 위해 그런 일을 해줄 의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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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양과 스트레스 호르몬 사이에는 단순한 연관성은 없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생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교수는 저서《왜 얼룩말한테는 궤양이 없을까》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각종 연구를 돌아보고 스트레스의 잠재적 요인을 분석한다. 스트레스 수준은 상대적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키워드는 ‘통제능력’이다. 스트레스는 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알고 있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을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말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우리 자신의 태도와 매우 관련이 깊다. 어떤 사람에게는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기술적 문제도 어떤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도전과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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