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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너라서 봐준다
중고도서

후, 너라서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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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128*188*30mm
ISBN13 9791196022877
ISBN10 119602287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선덕선   평점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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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대체 시간 맞는 사람이 없네. 혼자 가야 하나…….”
“친구들이 너랑 가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 아니야? 진짜 가고 싶으면 어떻게든 일정을 빼지 않겠어?”
“아니거든! 진짜 못 빼는 일정이 있어서 그런 거거든?!”
동생은 괜히 버럭 성질을 내더니 이내 컴퓨터에 카카오톡 창을 여럿 띄워 놓고 친구들과 폭풍 채팅을 시작했다. 주변에 이렇게 쓸 만한 인재가 없느냐며 한탄을 하다가, 들떠서 잔뜩 친구를 부추기다가, 역시 친구들이 날 싫어하는 걸까? 갑자기 침울해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해져 가는 게 분명했다.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슬며시 일어나려는데, 문득 동생이 나를 빤히 보는 게 느껴졌다.
“뭐? 왜?”
“할 수 없다. 너라도 같이 갈래?”
“……나?”
“그래. 별로 바빠 보이지도 않는데.”
그렇게 옆에서 배를 깔고 누워 태평하게 간식을 먹고 있던 나는 최후의 옵션으로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 그런데, 어쩌다 함께하게 된 이 일주일간의 여행이 뜻밖에 괜찮았다.
나갈 때는 남매로, 들어올 때는 남남으로 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지만 뜻밖에 크게 싸우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고, 조심성이 부족한 동생을 내가 차분하게 챙기면서 우리가 제법 괜찮은 여행 파트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급기야 우리는 이듬해에 두 달에 걸친 여행을 함께하기로 즉흥적으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생과의 장기 여행 계획을 주변에 알렸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모두가 떨떠름했다.
“동생이랑 여행을 왜 가? 난 절대. 동생이랑은 별로 안 맞아.”
“동생이랑은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 안 드는데, 아마 걔도 그렇게 생각할걸?”
“동생을 떼놓고 가야 뭐라도 로맨스가 생기지. 동생이 옆에 있는데 네가 마음대로 남자를 만날 수 있겠어?”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미 형제나 자매와 함께 장기여행을 다녀온 ‘좋은 예’가 존재하지 않았다. 있었다면 아마도 좋은 참고가 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없다고 해서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개개인의 성격적 특성은 모두 다르고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었다. 우리는 문제가 생겨도 다른 누군가의 방식이 아닌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장기간 여행하는 것이 어떤 종류의 어려움을 수반할 수 있는지, 얼마나 수많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과 맞닥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동생의 엄격함과 피곤한 성격의 실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 p. 5

프레이저 섬은 호주의 4대 관광 명소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블로그 검색을 했을 땐 딱히 대단해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의심 가득한 마음으로 섬에 발을 내디뎠던 나의 모습이 새삼스레 민망해졌다. 둘 중에 어느 호수가 좋았냐는 질문
에 대답하는 것은 시원하고 톡 쏘는 맥주와 은은한 향과 맛의 와인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서 마시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외국인들이 물만 보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풍덩 풍덩 들어가 수영을 하는 것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이런 호수와 바다에 가면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수영을 싫어하는 누나도 이곳에서만큼은 내심 수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나 역시 어푸어푸 호수 구석구석을 헤엄쳐 다니고 싶었지만, 자유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어릴 때 1년 6개월이나 수영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곳에서 수영을 못하는 게 너무 억울해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물에 한 번 떠보겠다고 파닥거리자 누나가 배를 잡고 웃어댔다.
“깔깔깔, 너 뭐하냐?
몸에 힘만 빼면 되는데 왜 그걸 못해?”
“그러는 넌 왜 수영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럼 나 연습 좀 시켜줘!”
어릴 적 아빠가 두발자전거 타는 연습을 시켜주실 때 자전거 뒤를 잡고 계시다 슬며시 놓아주셨던 것처럼 누나가 나를 손으로 살짝 받쳐주다가 놓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누나가
내 목덜미에 손을 대는 순간 우리는 그만 동시에 웃음이 터져서 더는 레슨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읍……. 크크크”
“야, 너 웃으면 어떡하냐. 크크크.”
“아, 몰라. 웃기는데 어떡해.
역시 우리에게 진지한 건 안 어울리나 봐. 히히.”
---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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