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한국의 미디어 판은 국내에 상륙한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현재의 OTT 형국을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묘한 긴장감 그리고 한국 시장에 얼마큼의 ‘콘텐츠 판돈’을 부을 것인지에 대한 K-크리에이터들의 기대가 뒤섞여 있다. ---- p. 12
시장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료로 제공되던 것을 유료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는데, 팬데믹의 장기화는 ‘당연한 무료’를 ‘지불할만한 유료’로 바꿔 자연스레 정착시켰다. 그 뒤에는 K-팝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한국의 IT 기술과 네트워크의 힘이 있다. ---- p. 31
향후, 콘텐츠의 토큰 이코노미가 주류 미디어까지 대중화되면 현재의 서비스 사업자들, 즉 케이블TV나 IPTV뿐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들의 주도권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엄밀히 ‘서비스’의 역할은 사용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시청 관계를 연결해주는 중간 거래상들이다. 그런데 토큰 이코노미라는 결제 방식은 (서비스 사업자 없이) 시청자가 콘텐츠에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니만큼 중간 거래상의 역할이 약해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p. 50
콘텐츠와 스크린, 시청자만 남게 될 포스트 OTT 시대에, 한국은 K-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판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이다. 지금 K-콘텐츠는 어엿하게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영향력을 보이며, 글로벌 TV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제조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위에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고 콘텐츠 시청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전 세계에 K-콘텐츠를 직접 유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 p. 53
디즈니플러스가 가입자 1억 명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개월로, 넷플릭스가 9년에 걸쳐 이룬 업적을 비교도 안 되게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해냈다. 이에 따라 디즈니의 팬들을 입덕시키고 유지하는 ‘본진’ 기능은 이제 디즈니플러스가 수행하게 됐다. 본래는 영화관과 방송 채널이 디즈니 IP의 홍보 창구였는데, 코로나19가 산업 변화를 자극한 탓에 OTT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 p. 74
디즈니와 HBO맥스는 1위 OTT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끊으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이 일부 악화됐지만, 1년여의 시간 동안 자체 가입자를 충분히 모은 뒤 거센 반격을 시작했다. 비록 국내 OTT들이 완벽한 독립을 통해 외산 OTT에 콘텐츠 공급을 끊은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거액의 콘텐츠 투자와 함께 독점 공개를 강조한다면 그 반격은 매서울 수 있다. ---- p. 104
넥스트 유튜브 트렌드는 메타버스를 등에 업고 가상인간 캐릭터, 즉 ‘버추얼 유튜버(브이튜버)’가 될 전망이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챗 상위 10개 채널 중 9개가 버추얼 유튜버로 나타났다. ---- p. 125
온라인 소통을 실제 소통과 흡사하게 여기는 Z세대는 카카오톡이 갑갑하다고 말한다.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가 메시지를 바로 읽을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Z세대에게는 온라인 소통이 곧 실제 소통이기에 상대가 바로 답을 할 수 있을 때 메시지를 보내고 바로 답을 얻길 바라는데, 이 기능이 카카오톡에는 없는 것이다. ---- p. 134쪽
국내에선 여전히 유튜브가 독보적으로 사용 시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에서는 틱톡의 사용 시간이 이미 유튜브를 앞질렀다. 2021년 5월, 미국의 1인당 월평균 틱톡 사용 시간은 24.5시간으로 유튜브 사용 시간인 22시간보다 2시간 이상 더 길다. ---- p. 150쪽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새로운 SNS가 있다. 미국 스타트업 TTYL이 개발한 포파라치는 ‘포토’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포파라치에서는 내가 찍은 사진(셀카)이 아닌 남이 찍은 내 사진으로 피드가 구성된다. 포파라치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으로 이곳에서는 보정이 불가능하다. ---- p. 164쪽
클럽하우스가 물러난 자리에는 새로운 기회가 싹을 틔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 보고서에서, 2019년 약 29조 원이었던 오디오 시장의 규모가 2030년에는 86조 원까지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p. 183쪽
체험재로 전락해버린 디지털 음원을 다시 소유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NFT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NFT는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중개자 없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 없이 팬과 창작자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이익 공유 구조하에서는 가져갈 수 없었던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게 된다. 팬들 역시 이전에는 얻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데, 복제가 불가능한 NFT의 특성상 이를 통해 판매되는 굿즈나 음원은 모두 ‘한정판’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 p. 222쪽
NC소프트가 눈독을 들인 것은 다름 아닌 ‘K-팝 팬덤’ 시장이다. 2020년 NC소프트가 야심 차게 론칭한 ‘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의 팬덤 활동을 모바일 기반으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AI, 캐릭터 스캔, 모션 캡처 등 NC소프트의 게임 개발 및 운영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결합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 p. 254
2020년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올린 포스팅을 활용한 광고로 약 21조 6,700억 원을 벌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제작한 크리에이터들은 얼마를 벌었을까? 0원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작성한 모든 창작물이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다. ---- p. 280
가까운 미래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를 NFT로 발행해 판매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동안 디지털 자산은 복제와 공유가 쉽기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기 어려웠지만, NFT를 통해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에 고유한 일련번호를 매겨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 p. 284
언택트 콘서트는 이렇게 단순하던 MD 구성을 다변화시킨 첫 번째 촉매제였다. 우선 콘서트 티켓뿐 아니라 관련 굿즈 또한 인터넷 선주문을 통해 판매되다 보니 기획사가 생산량을 미리 알 수 있어 재고 부담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한정판’이라는 이름의 희소가치까지 더해주면서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획기적인 상품들이 실제로 기획될 수 있었다. 티셔츠 말고도 살 만한 굿즈가 많아진 요즘, 팬들은 이제 공연 필수템인 응원봉뿐 아니라 버터 쿠키, 머리핀, 휴대폰 케이스 등을 수집하듯 구매한다. ---- p. 342
기획사들이 스토리텔링 전문 작가까지 고용하며 세계관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그게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덕질의 기간도 늘려주기 때문이다. 앞서 잠시 설명했던 BTS 세계관의 경우 시간 순서로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대신, 잘게 조각난 세계관의 요소를 여러 앨범을 통해서, 그것도 오랜 기간에 걸쳐 아주 불친절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 p. 352
NFT 플랫폼들이 작가 프로필이나 콘텐츠 포맷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금 시장에 NFT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저러한 제도권 산하의 관습이나 작가 선별, 등단이나 데뷔 같은 지난한 과정 없이 크리에이터들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등록·발행하고 판매할 수 있다. ---- p. 382
결국,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건 사람들이 드문드문한 천국보다는 내 콘텐츠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전 세계의 콘텐츠들과 섞여 또 다른 콘텐츠로 파생되는 등 커다란 화제성과 파급력을 갖는 세상인 것이다. 즉, 크리에이터들은 특정 플랫폼의 지배형 구조가 다소 불합리함을 주더라도, 콘텐츠와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선택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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