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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 창비 | 2009년 06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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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9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444g | 153*224*20mm
ISBN13 9788936433703
ISBN10 893643370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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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작가 공지영, 거짓과 맞서 희망을 쓰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순 없습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거짓과 폭력 앞에서 분노하기는 쉽지만, 그에 맞서 싸우고,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일은 어렵다. 작가 공지영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다룬 이 소설은, 귀먹은 세상이 차갑게 외면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쏘아 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감동적 기록이다.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霧津市)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이 도시는 ‘무진’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늘 지독한 안개에 뒤덮이는 곳이다.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전영수)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강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부터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강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취재와 진지한 문제의식, 공지영 작가 특유의 힘있는 필치와 감수성은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거짓과 맞서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분투와 고민이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우리사회에 잠재되거나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거짓과 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보게끔 만든다.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 여준호 (도서3팀)
2010-02-24
한 편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본 것 같다.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지만 광주의 모 장애인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다룬다. 죄를 짓고도 뻔뻔한 힘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 얽혀 있는 또 다른 힘 있는 사람들. 죄 지은 사람의 죄를 물었단 이유로 고통 받아야 하는 사람들. 소설 속에 나타난 갈등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용산참사, 쌍용차 파업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일들이 이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과도 늘 비슷하다. 소설에서 장애아를 성폭행한 교장과 행정실장, 선생이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은 반면 그 죄를 물으려 했던 이들은 힘없는 자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고통은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빼앗기는 일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자애학원의 기간제 선생으로 부임하게 된 강인호는 처음부터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5천만원을 내고 자애학원의 선생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권력자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약점이 된다. 그랬던 그가 교장과 행정실장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저항할 수 있는 아무런 힘도 수단도 없는 가여운 농아들에 대한 사랑과 의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돈 때문에 빼앗겼던 자기의 자존심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수애. 농아들에게도 강인호가 필요했지만 아내와 딸에게도 강인호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아내는 소설 속에서 강인호가 현실과 타협해야하는 순간마다 굳은일을 자처한다. 친구에게 기간제 교사 자리를 청탁한 것도 아내고, 학교발전기금을 마련해 준 것도 아내다. 그리고 농성장이 철거되는 새벽 강인호가 현장으로 갈 수 없었던 이유도 아내가 마침 그날 서울에서 강인호를 데리러 왔기 때문이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결국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고 강인호는 아내와 함께 서울로 올라간다.

강인호는 농아들과 끝까지 함께 하면서 돈의 노예가 되는 길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가 투사가 되어 농아들의 인권을 지키고, 사회의 부조리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다면 소설을 통해 또 다른 대리만족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빌딩이라는 나무가 가득한 서울이라는 숲으로 몸을 숨긴 강인호를 욕할 수는 없다. 그게 현실이고 세상의 이치다.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길들인다. 세상을 바꾸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강인호와 달리 농아들과 끝까지 남아 싸우는 서유진은 말한다.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내가 바뀌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일을 아주 조금은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자존심을 지키며 산다는 거,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다는 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상한 일은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될수록 사람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은 정나미가 떨어지는 그만큼 인간에 대한 경외 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평화의 한 끝자락을 잡은 듯했다. 쓰는 내내 이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해자들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처음 보는 나를 믿고 그들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던 청각장애인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들을 위해 헌신하던 분들을 생각하면 가끔씩 내가, 삶은 결국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 죄송스럽다. 이 세상에 그렇게 천사들이 많은지 모르고 지낼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답지 않게 자주 아팠고, 초교, 재교를 보고 나서 한번씩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열에 들떠 며칠씩 누워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쓰며 행복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 내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온전히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만큼 그렇게 고통스럽고 그렇게 황홀했다.

삶과 현실은 언제나 그 참담함에 있어서나 거룩함에 있어서나 우리의 그럴듯한 상상을 넘어선다. 소설이라는 것을 쓴 지 만 20년. 그런 현실 앞에 무력한 나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옛 노트에 필사해놓은 엘뤼아르의 글을 본다. 습작시절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진땀을 흘리며 써놓은 안간힘 같은 필체가 보인다.

“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꿴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 있으며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가 있다.”

그리하여 당연히도 나의 상상을 벗어나는 이 현실을 아는 데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광주의 안관옥, 정대하 기자님, 이수현 인턴기자. 아직도 성폭행당한 제자를 위해 눈물 흘리며 싸우는 포항의 김태선 선생님, 광주의 노지현, 이용보 전도사. 소리 없는 찬양이 울려퍼지던 지하 교회 예배시간, 그 아이들을 위해 어린아이를 업고 음식을 마련하던 김수년 사모님, 김창호 통역사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그들에게서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면 그들은 웃고 말겠지. 전응섭 선생님, 장미, 은혜, 지혜, 윤희, 명근, 세연, 강성, 문현, 그리고 김용목 목사님, 윤민자 위원장님께는 무어라 더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Daum)에 연재되던 반년 넘는 동안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했던, 모든 독자들께도 감사를 전한다.

2009년 7월
공지영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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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Daum 연재 조회수 1,100만! 뜨거운 호응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공지영의 야심작!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작가,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 공지영의 신작 장편 『도가니』가 출간되었다. 『즐거운 나의 집』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장편이다. 『도가니』는 2008년 11월 26일부터 올 5월 7일까지 포털 Daum의 ‘문학속세상’에 연재한 원고를 심혈을 기울여 보완하고 다듬어 출간하는 것이다. 문단의 주목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우리 문단의 중심적인 작가로 자리잡은 공지영의 이번 신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자못 평범할 수도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다루면서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입해 악의 본질, 거짓을 용인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진정으로 우리가 잘산다는 것의 의미를 가슴치며 되묻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취재와 진지한 문제의식이 특유의 힘있는 필치와 감수성에 힘입어 감동적으로 되살아난다.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霧津市)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이 도시는 ‘무진’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늘 지독한 안개에 뒤덮이는 곳이다.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전영수)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강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부터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강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된다. 학교와 기숙사에서, 듣지 못하는 장애아들(김연두 전민수)과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진유리)에게 끔찍한 구타와 성폭행, 성추행이 오랫동안 빈번하게 자행되어왔던 것이다. 영수의 죽음과 그전에 있었던 학생들의 자살 역시 구타와 성폭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그 가해자는 다름아닌 자애학원 설립자의 쌍둥이 아들들인 교장과 행정실장이고, 여기에 기숙사 생활지도교사도 가세했던 것이다.

강인호는 대학 선배이자 무진인권운동쎈터 간사인 서유진, 최요한 목사 그리고 연두 어머니 등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자애학원과 결탁한 교육청 시청 경찰서 교회 등 무진의 기득권세력들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각 인물과 기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무진의 강고한 씨스템은 폭력과 거짓을 동원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증언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무진시는 발칵 뒤집히고, 가해자들은 재판에 회부된다. 주인공과 아이들은 진실이 규명되고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그러나 가해자와 기득권세력의 씨스템은 재판 과정에서도 실정법을 이용한 갖가지 장치를 동원해 더 악랄하게 작동하고, 피해아이들은 재판과정에서 또 한번 인권유린을 당한다. 결국 기대와 다른 재판결과는 피해자측에 커다란 상처와 절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세상 모두가 거짓을 이야기해도 진실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싸움을 이어가는데…

이 소설은 지난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한 뒤 집필에 임했다. 작품 곳곳에 묘사된 폭력과 성폭행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해서 읽는이로 하여금 종종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을 고르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에 묘사된 사건과 사실은 실제 일어난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사회에 잠재되거나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거짓과 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보게끔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느정도 성숙해졌다는 믿음이 한갓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들려주는 소중한 메씨지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꾷한 진실과 거짓, 폭력에 대한 주제의식이 어렵고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삶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 ‘강인호’와 ‘서유진’은 어떻게 보면 거대한 이념에 대해서 소극적인 보통사람을 대변하는 전형일 수도 있다. 단순화시켜서 보면 그들이 꿈꾸는 것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서 두 사람의 행보가 엇갈리는 것은 뒤통수를 치는 소설의 반전이다. 서유진은 끝까지 싸움의 현장에 남게 되지만 강인호는 숱한 번민 끝에 소시민의 자리로 도피한다. 이 과정에서 분출되는 고민과 아픔이야말로 이 소설이 독자를 강하게 끌어들이는 흡인력이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왜곡하는 폭력을 통해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의식들을 구체적이면서도 뼈아프게 전달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것이다. 일상적인 삶에서 길어올린 진실과 거짓, 선과 악의 근원에 대한 작가의 직관은 작품 곳곳에서 깊은 사유를 동반하면서 빛을 발한다.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165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거짓말.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246~47면)


현실에서 진실은 비논리적이고 게으르고 거짓의 에너지는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작가의 통찰력은 바로 기득권세력을 유지하는 우리사회 씨스템의 속성을 아주 적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거짓되고 공고한 이 씨스템 안에서 약자들의 권리와 인권은 종종 무시되고 억압당한다. 더군다나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심지어 지적장애까지 있는 중복장애인,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의 인권이야 아주 쉽게 유린할 수 있다는 모종의 무의식이 기득권세력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서유진’의 입을 통해 말하다.


저 아이들을 다시 개들에게 던져줄 수는 없잖아. (…)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 과연 이사장 가족의 인권과 귀머거리 애들의 인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그래? 좋아. 판사 검사에게 변호사에게는 아니라도 우리에게는 이사장의 인권과 귀머거리 아이의 인권은 같아. 단 일 밀리, 단 일 그램의 차별도 안돼. 난 그걸 위해 싸울 거야.(266~67면)

서유진은 (…)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가 안개 낀 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257면)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싸우는 것이다!

어느 집단과 씨스템에서 상식 밖의 치부가 드러날 때 집단과 씨스템을 구성하는 기득권세력들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긴밀히 작동한다. 거기에서 집단의 폭력과 약자에 대한 인권유린이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도가니』는 세상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손에 묻은 피를 씻는 와중에 못박혀 죽어가는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진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귀한 소설이다. 그래서 비록 세계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으로 한 개인의 신념을 스스로 지켜가겠다는 절규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분명 『도가니』는 ‘폭력과 위선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소설이자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박원순 추천사). 뿐만 아니라 자칫 현실고발 소설이 간과할 수 있는 ‘미학적 균형감각’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간절한 메씨지’를 들려주는 뛰어난 완성떵를 겸비하고 있다(염무웅 추천사).

소설 곳곳에서 독자의 가슴을 치는 경구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소설의 장점이다. 작가의 감각과 예지가 뛰어나게 발휘되는 이러한 대목들에서 우리가 그간 무심코 넘기고 지나왔던 질문들과 외면해온 세계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응시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대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그 질문을 잊고 사는 것’(227면)이라는 구절처럼 이 소설을 읽다보면 누구나 무의식에 잠긴 문제의식들을 다시금 꺼내 고민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만큼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속도를 지니는 이 소설은 귀먹은 세상이 차갑게 외면한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쏘아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Daum 연재시 누적 조회수가 1,100만을 넘을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가 공지영의 야심찬 신작 장편이다. 약자 중의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거짓과 맞서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분투와 고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도가니’와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씨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감옥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냈다.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된 씨스템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한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끝끝내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
박원순 (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이 소설에서 안개는 청춘의 방황을 암시하는 관념적 상징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의 은폐와 개진에 관여하는 현실성의 표지이다. 기간제교사로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행에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적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의미에서 법정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두 개의 법정이 가정되어 있다.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증인 등 온갖 실정법적 장치의 동원에 의해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세속의 재판정 자체를 심리하는 또 하나의 법정이 존재함을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시킨다. 작가의 윤리적 상상력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게 하지만, 그의 미학적 균형감각은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패배의 아픔을 공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소설의 간절한 메씨지이다.
염무웅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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