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지? 이게 바로 무역을 하는 이유야! 전체 생산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모둠의 단어 생산량도 늘었어. 사용하지 않고 남은 알파벳은 줄어들었고.”
“아, 무역을 하면 win-win이란 거군요?”
규현이가 양손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저도 알겠어요. 그러니까 이 교실을 세계라고 가정하고 각 모둠이 국가라면 국가 간 무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거군요.”
시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네. 나라마다 자원이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잖아요. 우리나라엔 석유가 생산되지 않고. 저희에게 모음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 p.30~31
“우리나라에서 환율을 결정할 때도 우선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대미환율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다른 화폐와 교환하는 비율이 정해져. 그런 의미에서 미국 달러를 기준이 되는 통화라는 의미의 ‘기축통화’라고도 불러.”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이 중요하긴 하네요.”
나 선생의 말에 재연이가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결정된 환율이 실제 가치(구매력)를 잘 반영하는지 볼 때, 빅맥을 활용하곤 해.”
“왜 하필 빅맥이에요?”
시현이가 물었다.
“네가 일본에서 먹었던 빅맥도 맛이 비슷했다고 했잖아? 빅맥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품질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야. ‘똑같은 상품은 어디에서나 같은 가치로 팔린다’고 생각하면, 각 나라의 빅맥 가격을 미국 달러로 바꿨을 때 값이 같아야겠지.”
--- p.75
비가 오면 짚신을 파는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쨍쨍하면 나막신을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이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나 맑은 날 모두 마냥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그렇다면 환율은 오르는 게 좋을까요, 내리는 게 좋을까요? 이 문제는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 이야기처럼 양면이 있어요.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는 환영하겠지만 수입업체는 힘들어져요.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상품이 외국에 나갔을 때 달러로 표시된 가격이 싸져서 수출이 잘 될 수 있거든요. 반면, 수입하는 상품의 원화 표시가격은 오를 테니 수입업체는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외국에 여행을 가거나 유학을 간다면 환율이 내려가는 게 유리하겠죠?
--- p.83
“내가 한국은행이라고 해 보자. 이 봉투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채권이야. 지금 2만 원을 주고 사면 세 달 후에 2만 2,000원을 주겠다고 약속할게. 이자는 현금으로 지급할 거야! 이거 살 사람?”
나 선생의 제안에 너도 나도 “저요! 저요!”를 외쳤다. 나 선생은 일곱 명의 친구들 모두에게 채권을 팔아서 14만 원을 거두어들였다.
“어디 보자, 내가 14만 원을 걷었잖아. 너희에게 남아 있는 돈은 3만 5,000원. 한국은행인 내가 채권을 좋은 조건으로 팔았더니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인 통화량이 많이 줄었네. 한국은행이 가지고 있는 돈은 통화량이 아니거든. 통화량이 너무 많아져서 문제가 될 땐 한국은행이 이렇게 채권을 팔아서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을 펴. 반대로 시중에 돈이 너무 안 돌아서 통화량을 늘리고 싶으면 예전에 팔았던 채권을 좋은 조건으로 사들이는 거야. 한국은행 말고도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국채와 공채를 좋은 조건으로 팔거나 사들여서 통화량을 적절하게 조정해.”
--- p.111~112
만약 하늘에서 큰돈이 뚝 떨어진다면 어떨까요? 무척 행복할 것 같지요?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큰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실험경제반의 실험처럼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통화량)이 너무 많아지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요. 물건을 살 때 돈을 더 많이 줘야 하니까요. 이런 극단적인 상황 말고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해요. 경제 상황이 엄청 좋아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기업들이 새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또 여러 상품을 생산하는 비용이 상승할 때(예를 들어, 석유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전기 등 여러 생산 비용도 오릅니다)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요. 인플레이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경제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 p.135
“여기 내가 쓰던 펜과 간식을 하나로 묶고, 가로등과 공기청정기도 따로 묶어서 분류해 볼까? 이 두 묶음의 차이점은 뭘까?”
“가로등과 공기청정기는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거네요.”
“규현이 말이 맞아. 내 펜은 내가 산 거고. 이야기 속 가로등은 마을 사람 모두의 것이지. 공기정청기도 교실에 두면 우리 모두의 것이고.”
“주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군요?”
시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쉽게 말하면 그렇지. 내가 이 펜의 주인인 건 문구점에서 돈을 지불하고 샀기 때문이야. 펜을 구매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으니까. 이처럼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을 소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성질을 ‘배제성’이라고 불러. 펜은 배제성이 있지만 가로등은 배제성이 없는 거지.”
“배제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재화를 구분하는 거군요.”
--- p.155
“바다의 물고기는 내가 잡아서 먹으면 다른 사람은 그 물고기를 잡을 수 없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누구를 배제시키지 못하는데), 내가 물고기를 잡은 만큼 없어지니까 고갈의 문제가 생기는 거야. 이렇게 소비에 있어 배제성은 없는데 경합성이 있는 걸 ‘공유 자원(common resources)’이라고 불러. 공유 자원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고갈되는 문제를 ‘공유 자원의 비극’이라고도 해. 초원의 코끼리나 바다의 물고기 모두 공유 자원인 셈이야.”
“공공재랑 공유 자원은 차이가 있네요!”
재연이가 말했다.
“그런데 참다랑어, 복어, 코끼리는 멸종 위기라고 하는데, 왜 우리가 즐겨 먹는 닭, 소, 돼지는 멸종된다는 말이 없을까? 그런 말 들어 본 사람 있어? 닭이 멸종되어 우리가 치킨을 더 이상 못 먹을 거라는?”
“그야…… 닭이나 소는 워낙 개체 수가 많아서가 아닐까요?”
“그런가? 우리 이번에도 게임을 하면서 알아볼까?”
--- p.18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