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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꽈배기의 멋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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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7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56g | 128*188*20mm
ISBN13 9791187289258
ISBN10 118728925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불타는책   평점1점
  •  특이사항 : 초판 1쇄 2017.10.2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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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킥킥거리며 읽는 글의 맛이란] 글을 잘 쓰는 것도 힘들지만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더욱 그렇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최민석 작가의 신작 에세이.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유쾌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게 된다. '맛깔나는 글'이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 - 문학MD 김도훈

이토록 진지한 유머가 있기에
이처럼 만만찮은 삶을 관조할 수 있다!
지극히 사소한 것까지도 글감 삼아 뚝딱 써내는 최민석의 일상 에세이

‘매일 쓰는 작가’ 최민석,
그저 그런 것들의 멋을 논하다


최민석이 돌아왔다. 현란한 ‘구라’로 열혈팬을 낳고, 에세이 『베를린 일기』로 ‘국제호구’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이번에 두 권의 에세이집 『꽈배기의 맛』과 『꽈배기의 멋』을 내놓았다. 읽던 자리 아무데서나 쿡쿡거리거나 빵 터지게 하는 그만의 유머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1편 『꽈배기의 맛』에서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작가의 열기와 다짐이 읽힌다면, 2편 『꽈배기의 멋』에서는 글쓰기가 일상화된 작가의 여유가 묻어난다. 이상한 손님들만 잔뜩 모인 서점 사인회, 의문의 사은품이 답지한 북 콘서트, 가까스로 지켜온 존엄을 훼손당한 치욕의 인터뷰… 물론 그렇다 해서 최민석의 글이 세월 따라 전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종종 상상을 넘어 망상으로 치닫고, 언제 웃음이 터질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해지는 그만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다만 여기에 세월과 함께 쌓인 개인의 성찰과 작가적 수련이 더해져 유머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의 글이 지향하는 바는 하나, 즐겁게 살기 위해 쓰는 것이다. 다만 혼자만 즐거우면 외로우니 함께 즐거워지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또다시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꽈배기의 멋』은 작가로서 최민석이 나이 들고 성장하고 회의하고 실패하며 만들어낸 기록들이다. 웃기지만 만만찮고 무거울 때조차 재미있는 특유의 문체와 함께.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 스포츠카 열 대보다 나은 것

꽈배기의 멋
사인회에 대하여
기욤 뮈소에 관하여
블루문 특급과 레밍턴 스틸
홈쇼핑에 대하여 1 ― 전동드릴과 평화의 강림
나비넥타이와 품격
CD는 문학행사의 사은품으로 합당한가?
뭐, 발가락이라도…
릭 애슬리와 나
홈쇼핑에 대하여 2 ― 백화점에 가는 게 나을까요?
소설과 취재여행
도시의 시간
국정원 직원에 대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1 ― 이발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2 ― 음악 감상실
우디적 생존방식
시대를 앞서간 詩人의 비애
짧은 소설도 좋아한다
컨트리 뮤직과 시간의 복원
어쩔 수 없이 도쿄
건투를 비는 책갈피
망원유수지의 족구대혈전(足球大血戰)
별은 내 가슴에
영사기와 타자기
경기장의 여백
안전지대와 X-Japan
닮은꼴에 대하여
미국적 록
민방위와 소설가의 각오
극장에서의 숙면
이탈리아어에 대해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슬럼프와 고전문학
에세이를 쓰는 법
타국에서의 독서
누군가의 아날로그
빌려 쓰는 삶
택배 징크스
한국문단을 향해 기어가는 좀비
작가의 말
다양한 민박의 세계
프로가 될 생각까지는 없지만
남의 밭 차를 대하는 자세
어린이날의 라이벌전
쳇 베이커를 듣는 밤
예술을 위한 제식행위
제임스 조이스와 기네스
제목 짓기
마이 버킷 리스트
클리셰에 관하여
소설가의 시나리오 쓰기
에세이를 쓰는 이유

후기 ― 즐겁게 산다는 것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도서관에도 여러 종류의 책이 있다. 감동을 주는 책, 위로하는 책, 사색으로 인도하는 책, 독자를 응원하는 책. 어떤 책은 부자가 될 수 있다 하고, 어떤 책은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다 한다. 또, 어떤 책은 자신을 펼치면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 무수한 책들에 둘러싸여 생각했다. 이 도서관의 서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길 기대하지도 않고, 웃어달라고 애원하지도 깨달아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 글을 말이다. 폼은 나지 않고, 꽤 부족해 보이겠지만,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었다. 꽈배기처럼 ‘장인 대접’받지 못하고 때론 무시받더라도, 자기만의 온전한 위치를 차지한 글을 쓰고 싶었다.
---「꽈배기의 멋」중에서

나는 사인회라는 걸 세 번 해봤다. 독자일 때는 간혹 서점에 갔다가 사인회를 한다는 광고를 보면, ‘과연 어느 누가 사인 한 장 받으려고 몇 십 분 동안이나 줄을 선단 말이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사인회를 하게 되니 줄을 서줄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하게 됐다. 나 같은 23세기형의 작가를 위해 줄을 서줄 눈 밝은 독자는 아직 극소수라는 생각에 나는 몇 번이나 출판사 사장에게 시기상조라고 읍소했으나,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배짱인지 자신감에 잔뜩 부풀어 올라 “최 작가! 반드시 성공할 거야. 걱정 말라고! 안 되면 우리 직원들이라도 줄 서게 할 테니 말이야!”라고 외쳤는데, 결국 직원들이 줄을 서게 됐다. 출판사 직원들은 화창한 토요일에 ‘왜 이따위 무명작가를 위해 줄을 서 있어야 하느냐’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선두에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인회에 대하여」중에서

그런데 문제는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며 데리고 간 스튜디오에서였다. 나는 몹시 당황했는데, 이것은 알고 보니 ‘나비넥타이 특집 인터뷰’였던 것이다. 작가에게 나비넥타이라니! 작가에게 나비넥타이라니! 체제를 거부하고,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고, 새로운 생각과 삶의 형태를 추구하는 작가에게 전통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보수적이고 고루한 인상을 주는 나비넥타이라니! 일반 넥타이도 매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한껏 풀이 죽은 채 기자가 안내한 곳으로 갔다. 옷걸이에 잔뜩 진열된 색색의 나비넥타이는 미묘한 색상의 차이만 있을 뿐, 마치 똑같은 옷으로 도열된 배트맨의 옷장과도 같았다. 게다가 단정함을 추구하는 잡지의 방향성 때문에(그런데 왜 남자지인가!), 헤어디자이너는 끈질기게도 빳빳한 내 머리카락으로 2대 8 가르마를 타고 있으니, 엉덩이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일명 ‘핏’이 좋다는 (호흡이 불가능한) 슈트는 앉으면 바지가 터질 듯해 자칫하면 ‘협찬의상을 물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젖게 만들었다. 내 몸은 ‘당혹의 토네이도’에 휩싸여 저 먼 수치의 세계로 날아갈 지경이었다. 게다가 사실 나는 아주 호방한 중국 남방계의 원형 얼굴을 가지고 있는, 즉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인물이 아니던가. 달리 말하자면, 나는 얼굴이 난처할 정도로 둥글기에 나비넥타이를 매는 순간, 주위 모든 풍경을 중국식당으로 변모시키고, 아울러 내 자신은 다른 어떠한 해석의 여지없이 중국집 웨이터로 분하게 하는 인물의 소유자이다. 이 때문에 평생 꿋꿋하게 나비넥타이를 거부하며 내 존엄성을 가까스로 지켜왔다.
---「나비넥타이와 품격」중에서

먼 길을 찾아와준 독자들을 위해 조그마한 선물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역시 한 독지가의 기부를 받아 선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 여기서 잠깐 이 선물을 선정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배경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인류는 극심한 질병에 고통 받고 있고, 이 질병은 특히 저개발국가의 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그날이 바로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그리하여 세계 에이즈의 날을 공교롭게 이틀 앞둔 나의 북 콘서트에는 익명의 독지가에 의해 콘돔 300개와 캔 커피 150개가 전달됐다. ‘어째서 캔 커피와 콘돔이란 말인가. 잠자리를 가지기 전에 일단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란 말인가. 아니면 성급히 일을 처리하지 말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콘돔에 구멍이라도 난 게 아닌가 꼼꼼히 살펴보란 말인가. 아니면 일을 잘 치르고 커피 한잔을 하란 말인가’ 따위의 질문이 수십 가지 떠올랐지만, 그보다 더한 고민이 있었으니, 그것은 ‘과연 관객의 반응이 어떠할까’였다.
---「CD는 문학행사의 사은품으로 합당한가?」중에서

이 글은 예전에 한 남성지로부터 ‘생애 최고의 앨범’이란 주제로 청탁을 받아 썼는데, 발표되지 않았던 글이다. 편집장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 후 편집장은 해고를 당했다. 두 사건을 병기해놓고 보니, 편집장이 혹시 내 원고를 거절했기 때문에 해고를 당했을 거라 오해할까봐 밝히자면, 절대 아니다. 그는 원래 구린 구석이 있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에도 한 남성지의 편집장이 내 글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 역시 해고될 예정이라 한다. 이것도 물론 내 원고를 거절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 역시 인간적으로 구린 면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 원고를 거절한 편집장은 모두 어딘가 음험하고 불법적인 일을 일삼는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나같이 현재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거나, 비참한 미래가 인생의 문턱에서 노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있는 편집장 중에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있다면, 귀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내 글에 애정을 가져주기 바란다. 우울의 악귀가 당신의 삶에 막 진입하려는 순간, 내 글을 향한 호감이 영험한 부적이 되어 악귀를 몰아내줄 것이다.
---「릭 애슬리와 나」중에서

소설이라는 것이 쓰다 보니, 상당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작업이라는 것을 차츰 깨달았다. 물론 이야기나 문장이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진창에 처박혀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은 하나의 이야기가 원하는 단어와 문장의 옷을 입고 내 앞에 서 있을 때의 기쁨을 배가시켜 주기도 한다. 게다가 소설이라는 것은 단어의 옷을 입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경험하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렇기에, 넓게 보면 취재의 순간 역시 집필의 순간이다. 말하자면 몸속에 소설의 공간과 공기를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소설과 취재여행」중에서

구레나룻의 세계는 정말이지 우주의 행성처럼 다양해서 귀를 기준으로 해서 ‘일자’로 자를 것인지, 귀 옆으로 리트머스종이처럼 내려오게 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 무술 도인처럼 구레나룻 끝을 털로 남겨둘 것인지에 관해서는 ‘멋을 아는 청소년’이라면 깊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는 주제였다. 〈스크린〉을 읽고, 〈하이틴〉을 보고, 〈지구촌 영상음악〉을 듣는 감수성 예민한 중학생에게 규정을 미묘하게 어긴 윗머리와 구레나룻, 그리고 눈썹까지 닿을 듯 말 듯한 앞머리는 그야말로 ‘난 버튼만 누르면 반항한다구!’ 하는 메시지의 사려 깊은 외적 표출이자, 자신의 존엄성을 가까스로 지킬 수 있는 현실적 타협점이었던 것이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1. 이발소」중에서

눈을 떠보니, 백열등이 깜빡이고 있다.
벽에는 기타를 메고 있는 내 사진 위에 입술모양으로 찍힌 붉은 립스틱 자국이 잔뜩 묻어 있다. 이번엔 전설적인 영국의 록밴드 ‘배틀스’의 기타리스트. 우리는 록밴드 사상 최초로 무대 위에서 연주경연, 즉 ‘록배틀’을 선보여 ‘배틀스’라 불린다.
“이봐. 스콧. 자넨 너무 짜게 먹어서 탈이야. 어째서 염분과다섭취 따위로 입원할 수 있단 말이야?”
맥주의 맥아 맛에 푹 빠져 있는 폴 맥아트니가 말한다.
“하마터면 염분과다로 죽을 뻔했단 말이야.”
폴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가 금세 빠져버릴 정도로, 나는 지금 실의에 빠져 있다.
“이봐. 폴. 음악이고, 팬들이고, 다 필요 없어.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뿐이야. 정말 하나뿐이야.”
그러나 말을 잇지 못한다. 주사 맞을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엉덩이를 내놓은 채 폴에게 말을 한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야. 내겐 메리가 전부야. 메리가 나의 우주야.”
그때 엉덩이 위로 뜨끈한 액체 한 방울이 떨어진다. 두 번의 생에 걸쳐 비련을 겪은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린다. 간호사 제복의 명찰에 새겨진 이름은 다름 아닌 ‘메리!’ 그 이름이 형광등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난다. 별처럼 영롱한 그녀의 눈망울 역시 그렁그렁 젖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별은 내 가슴에」중에서

그는 마이크를 잡더니 “망원동 지역은 서울 서북권의 군사적 요충지로, 서울에서는 파주와 상당히 근접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각별히 사주경계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일단은 어서 출근을 하셔야 하니까 간략한 안내로 훈련을 대체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러더니 정말이지 7분 만에 모든 말을 끝내버렸다.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 말하자면 민방위 훈련은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요즈음 기상악화로 인한 폭염, 폭설로 국민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몹시 걱정하는 어투로 서두를 열었다. 나는 과연 수도서울의 군사적 요충지에서 동장까지 맡는 인물이라 역시 국민건강까지 염려하는구나, 라며 감탄했다.
그는 이후 곧장 “핵심에 들어가겠다”며 말을 이었는데, 그것은 “쓰레기는 화,목,일요일 일몰 이후에 버려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째서 아침 7시에 모여서 이런 말을 들어야 되나 싶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연이어 “현재 새우젓 축제가 벌어지고 있으니, 한강의 억새축제만 가시지 마시고 월드컵 공원의 새우젓 축제도 많이 애용해주세요. 마포구청 맞은편에 있답니다”라며 넉살좋게 말했다. 그러더니, “자, 이제 각자의 일터로 가서 멋진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끝내버렸다. 정말이지,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고, 이것이 그가 말한 전부이다.
---「민방위와 소설가의 각오」중에서

사실 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이런 강한 억양과 표현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있었다.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정치적 망명을 떠났던 카프리 섬까지 가기 위해, 로마에서부터 나폴리까지 가는 기차를 탄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자칫하면 살인을 저질러 아직까지 감옥살이를 할 뻔했는데, 다름 아닌 열 명쯤 되는 이탈리아 청년들이 카세트 오디오 같은 것을 굉장히 큰 소리로 틀어놓고 기차 안에서 고성방가를 몇 시간이고 해댔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도쿄에서 삿포로로 가는 야간열차에서 중국인 네 명에게 이런 소음 습격을 당한 적이 있어서, 소음이라면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질색을 하는데, 그때 만약 내가 이탈리아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더라면 열 명의 비난과 무시무시한 욕을 무릅쓰고서라도 뭔가를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는 ‘본 조르노’와 ‘그라치에’밖에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고, 잔뜩 인상을 쓴 후,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때엔 그렇게 판단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탈리아어엔 의태어가 없고, 그래서 웬만한 표현은 손짓과 몸짓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지금이라면 “본 조르노!!!”라고 크게 외친 후, 출생 이후 겪은 모든 짜증과 분노를 얼굴에 가득 섞어 인상을 쓴 후, 다시 “그라치에!!!”라고 크게 외친 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이게 현재까지 내가 이해한 이탈리아어의 방식인 것이다(물론,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나만의 방식일 뿐입니다. 계속 바뀌겠죠).
---「이탈리아어에 대해」중에서

나는 5주간 태국의 히피 마을에 여행을 갔다가 지난주에 가까스로 돌아왔다. 지난 4년간 작업을 해온 카페에 오니 주인장이 내게 한 뭉치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한 독자가 손으로 직접 쓴 여러 통의 편지였다. 많은 감정들이 그 안에 문장의 옷을 입고 있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제가 작가님의 아날로그가 되어드릴게요.” 누군가의 아날로가 된다는 것. 나는 그 문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생의 속도를 늦추고, 시간을 돌리고,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나는 속으로 고맙다는 말을 되뇌었다. 누군가가 나의 아날로그가 되어준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마웠다.
---「누군가의 아날로그」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갈피갈피 들출수록 터져나는 일상의 유머
갈피갈피 들출수록 깊어지는 인생의 의미


2010년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민석 작가는,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고백한다. 자신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그만큼 각별한 애정으로 쓰는 자신의 에세이를 그는 ‘꽈배기 같은 글’이라고 말한다. 얼핏 보기에 아무렇게나 막 쓴 것 같은 글, 더러는 ‘나도 이만큼은 쓰겠다’는 승부욕(?)을 부르는 그의 ‘B급 문학’을 상징하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꽈배기라는 것. 대단한 빵이 아니고 호텔 제과점에 그럴싸하게 진열되지도 않는 만만한 음식이지만 실상 만들어보려면 만만치 않은 음식. 한번 먹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영양소나 건강 따위 따지지 않고 눈에 띄면 ‘음. 꽈배기군’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게 되는 음식.

이처럼 그의 글은 부담 없이 재미있고 만만하지만, 그 안에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삶에 대한 관조가 숨어 있다. 밀가루 반죽을 죽죽 늘여 이어붙이고 배배 꼬아 만든 꽈배기처럼, 도대체 글감이 될 것 같지 않은 소재를 특유의 묘사와 유머로 늘이고 이어붙이고 뒤틀며 반전의 느낌표를 찍게 한다. 얇게 포를 뜨듯 일상의 갈피갈피를 들춰가며 기어코 웃음을 주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최민석 에세이의 맛이자, 멋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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