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가족’이 데뷔한 건 1989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에도 종영되지 않았으니 30년이 넘었어요. 미국 프라임타임 드라마 역사상 가장 긴 수명의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단 한 살도 나이를 먹지 않았어요. 바트는 언제나 10살이고, 리사는 언제나 8살, 마지는 언제나 1살입니다.
--- p.99, 「불로불사」 중에서
"결혼식을 중단시키는 것은 클라이맥스를 만들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입니다."
결혼은 0시를 향해 질주하는 시한폭탄처럼 근사한 서스펜스 제조 기계이기도 합니다. 신부가 ‘I do!’라고 말하는 바로 그 순간이 0시입니다. 그때까지 주인공들은 온갖 재난을 무릅쓰고 결혼식장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겁니다.
--- p.198, 「중단된 결혼식」 중에서
"왜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게 사랑 이야기에 집착하는 걸까요."
연애 영화라면 이해가 가지만 왜 전혀 상관없는 영화에도 사랑 이야기를 꼭 액션 사이에 끼워 넣으려는 걸까요? ··· (중략) ···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이들의 역은 제한됩니다. 물론 직장 여성도 사람이니까 연애도 하고 실연도 하지요. 그러나 영화계의 굳은 머리들은 이들을 독립적으로 이용하는 대신 예전처럼 남자 주인공 주변에 고정했습니다. 여전히 연애는 접착제로 사용되었고요. 단지 이때 여성은 의사나 심리학자 따위로 직업이 붙어 있을 뿐이지요.
--- p.122, 「사랑이야기」 중에서
"한가람 감독의 영화 〈아워바디〉에는 엉뚱하게 논쟁이 된 장면이 있습니다."
소위 ‘부장섹스’라는 별명으로 불리지요. 주인공 자영은 아르바이트하는 회사의 인턴 면접을 준비 중인데, 어느 날 밤, 이 면접을 담당하는 정 부장과 섹스를 합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사실에 기반을 둔 나쁜 소문이 퍼집니다. 여기까지 보면 익숙한 상황이죠. 하지만 자영의 동기는 겉보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 p.95, 「부장섹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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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37, 「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