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먹지 못해 핼쑥한 얼굴에다 비쩍 마른 몸을 간신히 지탱하면서도 머리에는 온통 영어 생각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영어와 관련된 것이 눈에 띄면 무조건 달려갔고, 밥을 먹다가도 영어에 대한 아이템이 떠오르면 수저를 놓아버렸다. 내 생활은 모든 게 영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엇다. 하다못해 꿈에서도 영어 공부를 하고 강의를 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영어의 바다에 빠져 헤어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고상한 학문을 연마하여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던 꿈에 비해 입시학원 영어강사가 너무나 세속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비하하지 않았다. 나는 영어강사의 기회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또 그 일에 전력투구했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도 느꼈다. 지금 발 딛고선 현실에 충실하지 않은 꿈은 신기루일 뿐이거나 도달할 수 없어 안타까운 이상향일 뿐, 선택한 수단에 충실해야 목표가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정기 학장은 가난과 역경의 순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오직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해 결국 성공을 이루어낸 사람이다.

그의 성공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다. 오직 그의 성공만이 커다랗게 우리의 눈앞에 보일 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입시학원의 유명 영어강사가 되기까지의 드러나지 않는 노력이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오른 유학길에서 그가 겪었을 고생 그리고 수없이 넘었던 시험이라는 문턱의 힘겨움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입을 통해 그의 삶을 엿보고, 생각을 엿보고, 마음을 엿볼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그의 40년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칫 성공에 가려져 버리기 쉬운 그의 삶에 대한 자세와 믿음이 사실 그를 성공에 이르게 한 밑바탕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성공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그의 안에서 끊임없이 그를 유혹했을 현재의 안락함을 극복하고 한 조각의 미련도 없이 새로운 세계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갔던 그는 진정 영혼의 자유를 얻은 자유인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내부로부터의 도전과 유혹을 극복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정기 학장의 삶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하는 좋은 모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