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 언론이 사실 충분성의 원칙을 도그마로 삼고 있다는 비판적 관찰에서 시작한다. 한국 언론은 ‘사실이면 뉴스로서 충분하다’는 믿음에 근거해 뉴스가치를 판단하고, 품질을 평가하고, 언론인의 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보도의 불공정성이나 저품질에 대한 비판은 물론 취재부실에 대한 비판까지도 ‘그래도 사실은 챙겼잖아’라며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도그마를 강화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 언론의 도그마를 뒷받침하는 일련의 명제들이 정합하기 유지되기 어렵다는 요점을 20세기 초 미국 언론의 총아였던 월터 리프먼의 언론관의 변화, 즉 당대 언론에 대한 기대와 염려, 그리고 환멸을 통해서 논의한다. 그리고 언론의 객관주의를 전문직 이념으로 확립한 미국 언론조차 사실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음을 제시한다.
---「한국 언론의 도그마: 사실 충분성의 원칙」 중에서
21세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디지털화는 ‘해방과 지배’, ‘자유와 통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분산화와 독점’, ‘탈중앙화와 플랫폼(집중)화’ 등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평가를 받아왔다. 초기에는 장밋빛 낙관론이, 지금은 무차별적 비판이 담론계를 주도하고 있다. 대체로 2010년의 아랍의 봄을 정점으로, 2016년 트럼프와 브렉시트를 분수령으로 희망과 기대가 절망과 비판으로 바뀌지 않았나 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디지털화가 가진 양가성, 곧 경향과 적대 경향(벡에 따르면, 질서와 위험), 강점과 약점의 필연적 교차를 무시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강점과 약점을 동반하며 당시의 환경에 따라 서로 상쇄되기도 하고, 경쟁해서 어느 한 쪽을 우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어포던스(기술과 사회가 맺는 조건적 가능성)로 정리해 기존의 조건들과 맺는 관계를 살펴보았다. 대체로 디지털화는 공급의 확대·제작원의 다변화를 낳지만 수용은 제한·지체된다. 상대적으로 질은 떨어지고 새로운 집중 현상(플랫폼화)이 나타나며 소비를 불평등하게 해 디지털 디바이드를 심화시킨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관점을 다변화시키고 참여의 진작·방법의 다양화를 가져오나 정치적 지식이나 숙의의 질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연계운동이 새롭게 사회운동을 활성화시키나 나름의 한계 또한 나타난다. 이런 강점과 약점이 맺는 관계는 개인과 사회, 제도(구조)와 행위로 나눈 2×2의 사분면(포괄적 공간)에 비추어 볼 때, 어느 한 분면에 치우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화가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매우 조건적이고, 매우 어렵고, 매우 종속적인 것”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대책 역시 강점과 약점을 모두 고려한 “다각적이면서 통합적”인 것이 되어야 새로운 기술의 의의를 살릴 수 있다.
---「디지털민주주의의 양가성: 이론적 탐색」 중에서
이 연구는 1960년대 후반 한국의 하이모더니즘적 토건 사업과 영상물을 통한 선전 간 정치적 접합이 존재했음을 규명하고, 그 방식을 탐색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뉴스영화 「대한뉴스」에서 1965년부터 1969년까지 비정규 편성한 코너 ‘건설의 메아리’를 중심 사례로 설정, 이를 사회?공간적 맥락과 관계 지어 분석했다. ‘건설의 메아리’는 편성의 차원에서 지역적·모빌리티적 편향성 등 각급 계획의 주안점을 반영했으며 때로는 선제하기도 했다. 재현·커뮤니케이션 양식의 차원에서는 선별된 건설상황에 특화된 카메라 시선과 동적 이미지를 구성함으로써 계획 주체의 건설관을 도시 상상계에 삽입하고자 했다. 경관 연출 전략의 차원에서는 대리인을 부각함으로써 건설이 이루어지는 (‘국토’)공간을 군부독재의 지휘체계에 편입하고 위계화했다. 또한 물질적·제도적·담론적 제약 요소를 영상의 내화면에서 삭제하며, 실상 불균질한 과정일 수밖에 없는 건설과정과 불균등한 건조물 배치를 균질·균등한 것처럼 위장했다. 즉, ‘건설의 메아리’는 건조환경의 ‘건설’에 유리할 수 있을 영상환경을 동시적 또는 선제적으로 ‘건설’하고자 했다. 통념과 달리 하이모더니즘의 ‘건설’은 계획이성만을 내세우며 정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표현적 상징인 영상물을 활용하여 제도정치를 우회하는 감정정치적 전략을 모색하였다. 관객대중의 감정적 연루로 변형된 도시 상상계는 (다시) 도시 실재계에서 ‘건설’의 동력이 되리라 기대되었다. 이처럼 경관 연출을 중요하게 포함하는 ‘건설’은 공간정치와 감정정치를 특정한 시공간의 조건에서 중첩하는 정치적 접합의 과정이다. 따라서 앞선 시기의 영상물을 활용한 건설?경관 연출의 정치를 오늘날의 조건에서 어떻게 단절하고 갱신할지에 관한 공동의 모색이 필요하다.
---「영상물을 활용한 건설?경관 연출의 정치: 1960년대 후반 [대한뉴스]의 ‘건설의 메아리’를 중심으로」 중에서
이 글은 강재호(2020) 교수가 제공한 ‘비판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삼는 ‘지성사적’ 접근에 관한 비판적 리뷰이자,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연구자들이 구성한 ‘화답’이다. 먼저 필진은 그가 시도한 사례분석이 발휘하는 학문적 의의와 자성의 기회를 주목하게 된다. ‘비판이론’의 부상과 퇴조, 그리고 제도화의 명암과 관련 지식생산의 변화상을 상세하게 조명하는 작업으로서, 그의 작업은 지적인 측면에서 유용하며, 생산적인 논쟁을 매개한다고 평가할 만하다. 동시에 이 글은 비판 커뮤니케이션의 궤적과 성과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내부 교원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그의 작업에 이견과 성찰적 제언을 진중하게 제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필진은 지면에서 그런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풀어내면서, 맥락적인 방식으로 관련 논의와 쟁점을 상세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특히 필진은 그가 제공한 범주와 평가 및 진단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비판 커뮤니케이션’의 지성사 쓰기: 강재호의 복기 작업에 관한 비판적 논의와 반박을 중심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