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아래에서 하트가 희미하게 고동쳤다.
조금씩, 조금씩. 아득해질 만큼의 시간을 들여, 오래전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위해서…….
로브를 두른 사내가 중얼중얼 주문을 읊었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그 순간.
보랏빛 하트에 박혀 있던 창 하나가 쩌적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보랏빛 하트의 힘이 강해지면서 네 개의 창이 차례차례 튕겨져 나갔다.
“……!”
로브를 입은 사내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앞에서 보랏빛 하트가 산산이 조각났다.
--- p.6
그 순간이었다.
보랏빛 하트 조각이 디디디 대왕의 눈동자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디디디 대왕의 눈이 하트 조각과 같은 사악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반다나 웨이들 디가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어, 어라? 하트 조각이 사라졌어……. 무슨 일일까요, 대왕님…….”
디디디 대왕의 얼굴을 올려다본 반다나 웨이들 디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대…… 대왕님……?”
디디디 대왕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조금 전과 같은 따분한 듯한, 나른한 듯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디디디 대왕의 얼굴에는 탐욕스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 p.13
“으아아! 커비가……!”
반다나 웨이들 디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커비라도 ‘꽁꽁 얼음 입김’에 맞으면 버틸 재간이 없었다. 딱딱하게 얼어붙어 전투 능력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커비의 모습이 바뀌었다.
머리에 썼던 뾰족 모자가 차디찬 얼음빛을 뿜어냈다.
손에 쥔 폭탄도 투명한 얼음 폭탄으로 바뀌었다.
커비는 깜짝 놀랐다.
“어라? 어떻게 된 거지. 폭탄이 얼음이 됐어……?”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디디디 대왕이 해머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와앗!”
커비는 비명을 지르며 손에 쥔 얼음 폭탄을 던졌다.
얼음의 힘이 담긴 폭탄, ‘꽁꽁 눈보라 밤’이 크게 폭발했다!
--- p.41
“기다려, 커비! 저 아이, 엄청나게 강해!”
“하지만 어떻게든 해야 해. 나 포피브라더스 Jr.를 흡수해서 싸울래!”
“그보다 더 좋은 수가 있어. 커비, 그 분홍빛 하트를 꺼내!”
“하트……? 아, 그렇구나!”
저 여자아이는 아마도 보랏빛 하트에 조종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싸우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커비는 서둘러 양손을 치켜들었다.
“나와라, 핑크 하트!”
그러자 곧장 커비의 양손 사이에 분홍빛 하트가 나타났다.
--- p.61
“검을 들고 싸워라……는 것 같아.”
“뭐……?”
커비는 뒷걸음질 쳤다.
“싫어. 난 싸우고 싶지 않아……. 그렇지!”
싸움을 피하려면 메타 나이트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된다.
그 사실을 깨달은 커비는 양손을 치켜들었다.
“나와라, 하트 핑크!”
양손 사이로 분홍빛 하트가 나타났다.
커비는 있는 힘껏 메타 나이트를 향해 내던졌다.
그러나 메타 나이트는 보검 갤럭시아를 휙 휘둘러 분홍빛 하트를 두 조각으로 쪼개 버렸다.
“으, 으악! 하트가……!”
메타 나이트는 화가 난 듯 갤럭시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어떡하지……!”
“메타 나이트 님에게는 하트가 안 통하네.”
커비와 웨이들 디는 도망치며 말했다.
“싸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 알았어!”
메타 나이트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싸워 이길 수밖에 없다.
커비는 각오를 굳혔다.
“간다, 메타 나이트!”
커비는 돌바닥에 꽂힌 검을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커비의 모습이 바뀌었다.
머리에는 녹색 모자. 양손에는 커다란 검.
소드 카피 능력이었다.
--- p.90~91
“메타 나이트 녀석, 뻔뻔스러운 부탁을! 커비에게 볼일이 있다면 직접 푸푸푸랜드에 오면 되잖아!”
“저기, 대왕님…….”
반다나 웨이들 디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메타 나이트 님이 그런 부탁을 하시다니, 가벼운 사안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라고?”
“한시라도 빨리 커비에게 알려야 할 급한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급한 일이면, 뭐……?”
디디디 대왕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몸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신경이 쓰입니다. 제가 커비를 불러올까요……?”
--- p.11
“네가 자마르다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어. 만에 하나 네가 도망쳤다면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끌고 오라고 명령하셨지. 그래서 우리 삼사신은 가위바위보……가 아니라, 회의를 했고, 결국 내가 그 역할을 맡기로 한 거야.”
“왜, 왜……? 저는 그냥 일개 병사일 뿐인데…….”
“물론 그렇지.”
프랑시스카는 괘씸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 신변 따위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만에 하나 네 입에서 우리의 비밀이 새어 나간다면 큰일이니까.”
“아, 아닙니다!”
자르재브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는 중요한 비밀 같은 건 하나도 모릅니다. 커비 일행에게 말할 만한 건 아무것도……!”
“입 다물어.”
프랑시스카는 싸늘하게 자르재브의 말을 끊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분 앞에서 해. 내 임무는 널그분께 끌고 가는 것뿐이니까.”
--- p.25~26
한편, 커비 일행을 태운 워프스타는 놀라운 속도로 우주를 날아 순식간에 소행성 블리즈노에 도착했다.
“다 왔다!”
커비는 워프스타에서 뛰어내리며 하얀 입김을 뱉어냈다.
“으아아, 추워! 칠리가 좋아할 만한 별이네.”
“얘, 얘들아…….”
버닝레오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잔뜩 웅크린 채 눈을 가늘게 뜨며 덜덜 떨고 있었다. 불꽃 갈기가 당장에라도 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뭐, 뭐, 뭐야. 이건…… 너무 춥잖아……. 이런 곳에 있다가는 순식간에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릴 거야. 돌아가자…….”
“하지만 여기에 프랑시스카와 자르재브가 있을지도 몰라. 빨리 찾으러 가자.”
“무리라니까.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잖아. 이런 곳에서는 걸을 수도 없어.”
“흐음. 그럼 버닝레오는 여기에서 기다려. 나랑 웨이들 디 둘이서 찾으러 다녀올게.”
커비는 그렇게 말한 후 웨이들 디와 손을 잡고 총총총 달리기 시작했다.
버닝레오는 크게 당황했다.
“기다려, 커비! 날 이런 곳에 두고 가지 마……!”
--- p.57~58
“웨이들 디잖아? 넌 도대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이런 곳…… 아니, 도대체 여긴 어디지? 이 몸이 왜 이런 곳에…….”
“대왕님, 위험합니다!”
웨이들 디가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디디디 대왕의 등장에 넋이 빠진 시커먼 불한당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적은 큰 소리를 지르며 디디디 대왕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디디디 대왕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음? 네 녀석은 뭐냐?”
상대방이 내뿜는 적의를 본 디디디 대왕의 표정이 바뀌었다.
“푸푸푸랜드의 위대한 지배자에게 무기를 겨누다니! 무례한 놈!”
디디디 대왕이 해머를 한차례 휘둘렀다!
그 한 방으로 승부는 결정되었다.
--- p.94
“두 개의 카피 능력이 합체했다……? 커비, 그런 것도 할 수 있었나?”
“응, 프렌즈 능력이야. 스틱과 파이어가 만나면 위력이 더 세져. 메타 나이트도 디디디 대왕도 해 봐.
“내 검에도 파이어의 힘을 담을 수 있나?”
메타 나이트는 반신반의하며 보검 갤럭시아를 빼 들었다.
“간다!”
버닝레오가 힘차게 불길을 내뿜었다.
보검 갤럭시아는 눈부신 빛을 발하며 불꽃을 흩날렸다.
“오호…… 이거 놀랍군. 보검 갤럭시아의 힘이 더욱 강해진 것이 느껴져.”
그 말을 들은 디디디 대왕도 손에 쥔 해머를 버닝레오에게 들이밀었다.
“나도!”
“오케이!”
버닝레오가 불을 뿜었다.
디디디 대왕의 해머도 불꽃에 휩싸이며 공격력이 올라갔다!
디디디 대왕은 해머를 가볍게 휘두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흠, 이거 좋군. 이 빛, 이 열기! 이 몸에게 딱 어울려.”
--- p.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