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선과 악을 깊이있게 탐구한 소설가로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185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토목기술자인 아버지와 독실한 장로교파 기독교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867년 에든버러 대학에 들어가 가업을 잇기 위해 토목공학을 전공하나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 문학으로 전공을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문학 대신 법학을 전공하게 되고 1875년에는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잠깐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한다. 1877년 첫 단편 「주막에서의 하룻밤」을 발표하였고 1878년에는 첫 장편소설 『내륙 항해』를 출간한다. 만성 폐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1881년에 『보물섬』을 연재하여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1886년에 출간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는 대중소설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주제로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890년 남태평양 사모아 섬에 정착한 이래로 그곳에서 계속 생활하다 1894년 뇌출혈로 사망했고 그곳에서 묻혔다.
원작은 인간 심리의 분열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도덕적 위선에 대한 반발, 그리고 당대 여론 주도층의 자기기만성 노정 등 철학적 깊이가 녹록지 않은 작품이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가 선정적 주제를 감추면서 은근히 드러내는 그렇고 그런 추리소설에 그쳤더라면 당대의 일시적 인기는 얻었을지언정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는 고전급 작품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작가가 작품 전체에서 선정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품 전체를 보면 선정적 주제에 대한 암시는 초반에 집중되어 있을 뿐, ‘댄버스 커류’ 경(卿) 살해사건부터는 텍스트의 초점이 전적으로 선과 악의 갈등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 그리고 지킬의 ‘초자연적 의학’에 내포된 윤리적·신학적 문제로 옮겨간다. 송승철 (한림대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