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바인이 햇볕에 달아 확확 열을 내뿜지만 현이와 석이는 더운 줄도 모릅니다. 석이와 현이의 얼굴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가 목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립니다. 석이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지 않게 손으로 훔칩니다. 검댕이를 칠한 것처럼 땟자국이 납니다. 석이는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이가 보고 웃습니다. 현이도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손등으로 훔칩니다. 검댕이를 칠한 것처럼 땟자국이 납니다. 현이는 그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석이가 보고 웃습니다.
'나는 커서 콤바인 운전사가 될 서갸.'
부릉부릉부릉 윙! 현이는 핸들을 이리저리 틀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액셀러레터를 밟았다 열십입니다. 새참을 다 먹고 난 아버지와 영식이 아저씨가 콤바인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번 해 보고 싶냐?'
'네!'
석이와 현이는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그럼 누가 먼저 할래?'
'내가요!'
석이와 현이가 똑같이 소리쳤습니다.
--- p.36-37
얼라리 꼴라리 얼라리 꼴라리 우리 현이는 곶감 먹다가 똥구멍이 막혔대요. 우리 현이는 피마자 기름 먹고 할머니 얼굴에 피지직 피지직 물개똥을 갈겼대요
--- p.128
노래가 한 소절도 못 가서 점숙이가 높이 쳐든 고무줄을 걸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성숙이 혼자 아슬아슬하게 고무줄놀이를 해 나갑니다.
“저것 뉘 집 딸이여? 징상스럽게 잘 하네. 전국 대회에 내보내도 쓰것구만.”
“뭐가 그렇게 잘 해. 옛날 우리들은 누구나 저 정도는 했는디.”
“옛날하고 지금하고 같소?”
할머니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에 성숙이도 고무줄을 걸지 못하고 탈락하고 맙니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합니다.
그래도 오늘 고무줄놀이는 성숙이가 일등입니다. 다음은 남자아이들이 제기차기를 합니다. 제기도 가게에서 흔히 파는 비닐 제기가 아니라 질경이로 만든 풀 제기 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시작했습니다.
다섯 살배기 창동이와 일곱 살배기 현이, 상섭이도 참여했습니다. 현이는 서너 번 해서야 땅차기 세번을 찼습니다. 땅차기는 제기를 찰 때마다 발이 땅에 닿아야 합니다. 땅차기가 어느 정도 되자, 이번에는 들차기를 시도해 봅니다.
한쪽 발로 서서 제기 차는 발을 땅에 닿지 않게 까불어 차야하는데, 아무래도 중심을 잡기가 힘듭니다.
“이제 그만하고 자리로 돌아가세요”
광석이 형이 말려도 현이는 차고 또 차고 떨어지면 주워서 또 찼습니다. 광석이 형이 억지로 현이를 자리에 앉혔습니다. 다음에는 도시에서 내려온 영섭이, 장섭이, 광근이가 열 번씩을 찼습니다.
석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석이는 제기를 찰 때마다 오른팔이 앞으로 펼쳐져 발이 올라가면 팔도 올라가고, 발이 내려오면 팔도 내려오고 하였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피노키오의 흔들거리는 몸짓처럼 불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사람들이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그래도 석이는 제기 차기에만 정신이 팔려 열다섯 번을 찼습니다. 동네 아이들 중에는 고등학생인 삼현이가 오십 번을 찬 것이 제일 많았습니다.
“오십 번 차 가지고 일등을 줘? 우리 어른들이 하면 백번은 차겠다.”
--- p.86
감을 다 땄습니다.
'아버지, 저건 높아서 못 딴 거예요?'
석이가 감나무 꼭대기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아니다, 까치밥이란다. 겨울에 눈이 와서 새들이 먹을 게 없으면 와서 먹으라거 두는 것이여'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