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음식문화의 이해
1. 음식문화의 정의
문화(文化)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ㆍ정신적 과정의 산물’로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뜻한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 지닌 사고, 행동, 정보, 생활상 등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습득, 공유, 전달되면서 형성된 양식으로 유전적으로 생긴 행동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획득된 학습 행동에 의해 형성되며,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활양식이다. 따라서 문화는 민족의 전통문화로 연결된 사회 집단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고 몸에 배어 공유하게 되는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의 총합을 의미한다.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산물들을 모두 문화라고 일컫는다.
음식문화는 ‘어떤 사회에서 먹는 것에 관련하여 공통으로 나타나는 행동 양식’ 또는 ‘여러 민족이 제각기 발달시켜 온 음식의 종류, 조리법과 상차림 및 식사예절 등 각 민족의 역사적ㆍ문화적 소산’ 이며 ‘식품을 조리ㆍ가공하는 체계와 식사 행동 체계를 통합한 문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어떤 식품을 어떤 방식으로 조리 또는 가공하여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모든 면을 포함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음식문화에는 식품의 생산ㆍ조리ㆍ가공, 상차림ㆍ도구ㆍ식기, 그리고 식습관과 같은 여러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각각의 요소마다 그 나라의 자연적ㆍ사회적ㆍ경제적인 조건과 그 민족의 특성이 내재하여 있다. 또한, 음식의 원재료를 만들고 조리하여 섭취하는 인간의 행위 및 행태라 할 수 있다.
2. 음식문화의 형성과 변화
수렵ㆍ채취 생활을 하던 원시 인류의 식생활은 동물이 먹이를 얻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약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류의 식품 확보 방식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무렵부터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며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쌀, 중동과 유럽에서는 밀ㆍ보리ㆍ호밀 등의 맥류, 중남미에서는 옥수수와 감자, 아프리카에서는 얌ㆍ타로 등의 구근류가 주곡이 되어 쌀 문화권, 맥류 문화권, 옥수수 문화권, 구근류 문화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는 양ㆍ염소ㆍ소 등의 가축을 키워 그 고기와 젖을 이용했다. 농경과 목축을 통해 식량을 정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주로 생산하는 재료를 중심으로 지역마다 고유의 음식문화가 싹트게 되었다.
이처럼 세계 각 지역의 음식문화는 자연환경에 기초하여 문명의 시작과 함께 형성되었다. 음식문화는 경제의 발전, 기술의 발전, 다른 민족과의 교역, 식민 지배, 종교 등 제반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그 사회와 생태계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한 민족의 고유한 음식문화는 지리적 위치와 생산되는 식품을 기본 재료로 하여 형성된다. 음식문화는 단순히 음식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음식 재료, 조리 도구, 조리 시설, 그리고 그 지역이나 집안의 조리법, 음식을 먹기 위한 그릇, 도구, 상차림 등의 식생활 요소 모두 음식문화에 포함되며, 지역마다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 음식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아 본래의 모습이 잘 보존되므로 한 민족의 문화를 파악하기에 매우 적합하여 음식은 해당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유용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오랜 생활 축적되어 완성되는 음식문화는 그 민족 고유의 문화와 민족을 형성하는 역사학, 지리학,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등을 포함하는 민족학에 바탕을 둔다. 그러나 인간의 식생활은 역사성 이외에 지역별 자연환경에 따라 생산되는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여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지역에 따라 기후나 토질 등 자연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생산되는 식생활 자원의 종류나 생산량, 그리고 가공ㆍ조리법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각기 다르게 발달하였다.
3. 음식문화의 특성
음식문화는 문화의 한 영역으로, 문화가 갖는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첫째, 음식문화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학습된다. 이렇게 학습된 음식문화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며 사회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둘째, 음식문화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따라서 현재의 음식문화와 과거의 음식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음식문화의 변화에는 생태적인 환경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셋째, 음식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하나의 음식이 한 나라의 상징물이 될 만큼 음식이 갖는 상징성이 강하다. 그러나 음식의 상징성은 문화권마다 다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마다 상징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4. 음식문화의 구성 요소
1) 식품의 획득과 선택
인간이 실제로 먹는 음식은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문화권에 따라 어떤 음식을 선택하느냐가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는 주식으로, 기후와 토양 등 자연환경이 비슷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같은 식품을 주식으로 한다. 주식이 결정되면 주식 이외의 식품 선택이 달라지며, 조리나 가공법, 상차림과 식사예절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므로 주식은 음식문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회마다 주식은 강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계인의 식생활은 주식에 따라 쌀 문화권, 밀 문화권, 옥수수 문화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1/3은 쌀을, 1/3은 밀을, 나머지 1/3은 옥수수, 감자, 보리, 호밀, 고구마, 카사바 등을 주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지역에서 곡류나 서류 등 탄수화물 식품을 주식으로 섭취하고 있지만, 이누이트(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와 시베리아 극동에 사는 원주민)가 사는 지역처럼 육류가 주식인 곳도 있다.
① 쌀 문화권
기후와 토양이 쌀의 재배에 최적인 아시아권에서는 쌀을 주식으로 이용하였다. 벼는 인도의 갠지스 강 유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였으며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및 중국 남동부와 대만, 한국, 일본 등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가 형성되었다.
② 밀 문화권
밀은 기원전 6000년경 카스피 연안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였으며, 중동의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로 소맥으로도 불린다. 밀을 재배하는 지역은 주로 건조한 곳이어서 목축이 많이 발달하였으며, 밀 재배와 목축업이 적합한 유럽에서는 밀가루를 이용하여 발효시킨 빵을 만들어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가 형성되었다.
③ 옥수수 문화권
멕시코, 페루, 칠레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음식문화가 형성되었다. 옥수수를 낟알 그대로 또는 거칠게 갈아서 죽을 쑤어 먹는 지역도 있고, 옥수수가루로 반죽하여 둥글고 얇게 펴서 구워 먹거나, 삶아서 낟알 형태로 먹기도 하였다.
2) 조리 및 가공 방식
세계 여러 국가는 같은 식품으로 서로 다른 조리법을 만들어 발전시켜 왔다. 원산지에서 토르티야(tortilla) 같은 납작한 빵 형태로 조리해 먹던 옥수수는 유럽에 전해진 뒤 가난한 농부들에 의해 폴렌타(polenta) 같은 죽 형태로 조리되었다.
조리법의 발달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적인 환경이 영향을 준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리법이 발달하였다.
조리법은 음식을 먹는 방법과도 관련이 있다. 손으로 먹거나, 젓가락, 나이프와 포크 등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졌다.
3) 상차림과 식사예절
예의를 표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칙을 예절이라고 한다. 예의를 어떤 언어와 동작으로 표현하는가는 사회에 따라 다르며, 식사예절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이 특정한 식사예절을 만들고 발전시켜 온 이유는 차이화의 수단으로 인간과 동물과의 차이, 인간과 인간과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식사예절을 발전시켰다. 인간이 젓가락이나 포크, 나이프 등 식사 도구를 발달시킨 것은 손으로 먹는 것이 식사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의 행동에 가깝다는 개념이 일반화된 다음이다. 식사예절은 신분이나 계층을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서양에서는 귀족들이 예절을 만들어 하위계층과의 차이를 표현하였다. 또한, 식사를 같이하는 사람끼리의 상호 간섭을 조절하는 규칙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 규칙들이 의례화된 것이 식사예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