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무라는 들고 있던 편의점 봉지를 보았다. 집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일단 집에 가서 씻고, 맥주는 안 되더라도 식사는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호출을 받을 것이다. 누마타에게 그렇게 말하려는데, 남자 네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세타가야서 감식과가 도착한 줄 알았지만, 보자마자 감식과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네 명 다 양복 차림이었다.
“다, 당신들 뭐야?”
세타가야서 형사가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남자들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저희가 맡을 테니, 경찰분들은 철수해 주십시오.”
--- p.16
“요컨대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는 거네요.” 지가가 고개를 들었다. “세타가야서에서 내린 결론이 잘못됐다, 컴퓨터는 그렇게 판단했어요.”
“네, 다만 정보가 얼마 없어서 미심쩍기는 하지만요.”
“다카쿠라 군, 좀 더 조사해 보는 게 어떻겠어요?”
“네?”
“직접 조사해 보라고요. 다카쿠라 군도 이 정도는 조사할 수 있겠죠. 세타가야서에 가서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간단해요.”
--- p.33
“15분쯤 지났을까요. 순찰하면서 다시 그 맨션 앞에 접어들었을 때, 맨션에서 웬 남자가 나오길래 바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그쪽은 주변을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제가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고요.”
남자는 종종걸음으로 맞은편 맨션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3층 제일 동쪽 방에 불이 켜졌다. 다구치는 그 자리에서 5분쯤 기다렸지만, 남자는 맨션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구치의 이야기가 끝나자 가와무라는 물어보았다.
“즉, 그들은 현장 맞은편 맨션에 방을 빌렸다, 그런 건가?”
--- p.40
“자, 쳐 봐.”
도전적인 표정이었다. 어차피 못 치겠지.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었다. 이쿠토는 의자에 앉았다. 건반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고이케의 맨션에서 피아노를 만진 게 아주 먼 옛일 같았다. 오른쪽 끝에서부터 차례대로 건반을 눌렀다. 그러지 않으면 어디를 눌러야 원하는 소리가 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건반을 다 눌러 본 후, 기억을 바탕으로 연주를 시작했다.첫 번째 음이 다른 것 같았지만, 다음 음부터는 바바가 연주한 것과 똑같은 음이 나왔다. 순식간에 연주가 끝났다. 더 치고 싶었지만 다음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한 번 더 연주하고 싶다.
--- p.73
예상대로 가와무라는 혹한 눈치였다. 낙담시키면 미안하니까 류세이는 서론을 깔았다.
“대단한 정보는 아닐지도 몰라요. 알아낸 사실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돌스는 28년 전에 만들어졌다. 두 번째, 돌스는 인형,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인형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세 번째, 인형은 일곱 개다. 이상입니다.”
“일곱 인형을 지키는 조직. 즉 죽은 노즈에는 인형이었다는 건가. 그나저나 인형이라니, 그건 대체 뭐야?”
“그건 저도 모르겠는데요.”
---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