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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화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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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화사들

: 우리가 만난 날의 기록 계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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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80g | 145*210*18mm
ISBN13 9791156550143
ISBN10 115655014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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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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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흔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인국의 목소리가 표 나게 갈라졌다.
“살아 있을 때 칼에 찔리면 유엽상이라고 상처가 버드나무 잎사귀 모양으로 벌어지게 되지. 진수 아버지처럼 목숨이 끊어진 후에 찔리면 상처가 벌어지지 않거든.”
내 눈을 쳐다보는 이 의원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럼 가슴에 있던 상처가 조작된 것이라는 말입니까?”
--- p.57

“희선이라고? 그럼 그 소문이 맞나 보군.”
“무슨 소문요?”
“김 대감의 애첩에 대한 소문이 한참 돌았거든. 애첩이 해태 연적을 들고 온 걸 보면 일가붙이인 영안부원군 김조순 대감 쪽에서 그 연적이 나왔다는 건데.”
“그렇게 대단한 연적이에요?”
“연적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날 화사들 모임에 안동 김씨 가문이 연결돼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지.”
--- p.127

“아버지, 만약에 누군가 그 일을 사주했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검계까지 끌어들여 살인극을 벌였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 누구? 너 설마…….”
나도 모르게 범이를 노려보았다. 인국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검계의 힘을 빌려 일을 벌인 것이라는, 범이의 엉뚱한 짐작에 화가 났다.
“난 인국이라는 분이라고 한 적 없다. 하지만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 나지 않잖아? 밀고한 사람도 아무 근거 없이 그렇게 했겠냐? 죄 없는 사람을 옥에 가둘 이유가 있겠냐고? 장 화원이나 김 대감, 아니면 인국이라는 사람 중 누군가는 살인 혐의가 있다는 거야.”
--- p.141

“네 말을 듣고 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림을 펼쳐보니 진짜로 ‘억(憶)’ 자가 있더구나.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더니 그걸 기억하는 걸 보니 말짱 거짓말이었던 모양이지? 무지렁이들에게 그깟 그림이 무슨 소용이라고 지극정성으로 계회도를 그리셨는지, 네 아버지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어쨌든 이 계회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잔뜩 이죽대던 인국이 갑자기 그림을 찢기 시작했다. 눈알이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죽은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속이 뒤집혔다. 내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참담했다.
--- p.28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검계들의 우발적 살인으로 마무리되었던 아버지의 죽음이 다시 진수 앞에 나타난 것은 그가 믿고 의지하던 서화 거간꾼 인국이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잡혀가면서부터다. 3년 전 광통교 아래에서 아버지의 시신은 계회도의 일부를 손에 단단히 움켜쥐고 발견되었다. 사건이 있기 일주일 전 아버지는 장 화원 댁에 종이를 배달하러 갔다가 청지기로부터 후원에서 도화서 화사들과 장동 김 대감의 비밀 회합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임금의 어진 제작에 참여할 어진 화사의 추천 때문에 성사된 모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챈다.
진수는 아버지가 그린 계회도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혐의를 두고 누명을 쓴 인국 대신 진범을 추적해나간다. 포도청에 갇힌 인국은 진수에게 평소 자신을 아끼던 장 화원이 밀고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날 계회에 모인 사람들 모두 죽거나 다쳤는데 오직 장 화원만이 살아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인국은 장 화원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안전한 곳에 계회도를 숨겼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수는 인국의 행동들이 의심스럽고 아버지가 이름 모를 검계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 더 큰 비밀에 연루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평소 능력 없고 세상물정 모르면서 자신의 꿈만 좇는 한심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아버지가 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부와 명예를 보장해준다는 양반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는지 알게 되면서 화사로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뒤늦은 사랑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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