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긴 검증 기간이 필요해. 그래서 젊은 나이에 스타가 될 수 없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아니? 다른 예술은 역사가 10배는 길어.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전례들이 있었고, 또 그런 과정들 속에 그들만의 룰을 만들어왔어. 하지만 사진은 그렇지 못해. 그래서 사진은 검증을 더 필요로 한단다.
"20대, 30대, 더 배고프고 더 슬퍼도 돼.
그게 나중에 너의 밑거름이 될 거야.
젊으니까 더 힘들어도 돼.
무슨 말인지 알겠니?" --- p.22, 「뜻밖의 답장」 중에서
행복이란,
얻기 힘든 것을 얻게 될 때
얻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얻고 난 이후 익숙해지기까지의
한시적 감정이다.
슬픔이란,
힘들게 얻었던 소중한 것을 갑작스럽게 잃게 되거나
잃게 될 것을 알게 될 때부터
잃은 순간 이후
그 소중한 것을 대체할 수 있거나
소중했다는 기억이 옅어질 때까지의 한시적 감정이다. --- p.34, 「앞과 뒤」 중에서
그날이 떠오르면 참고 있던 감성이 폭발한다.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내가
너만큼 참 안타깝다.
빙빙 돌아왔던 시간만큼 보다 더 차가워져야 하고
방관해야 하는 내가 너만큼 참 안쓰럽다.
내 손에 건네주었던 그 향기는
내 옷에 내 머리카락에 침대에 온방에 내 주변에
내 마음속까지 온통 파랗게 울려 퍼지지만,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똑바로 세우고 강해 보여야 하는 내가
너만큼 참 바보 같다. --- p.44, 「꽃」 중에서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누군가는 나를 두고 가늠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내게 그러한 말들을 하는 이유입니다.’
왜 그토록 나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 왜 가늠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묻고 싶지만
결국 묻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실 가늠할 수 없는 건 당신이 나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마주보고 있을 때 따뜻한 빛 아래였던 적이 있었는지,
눈이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 p.130, 「사람 대하기」 중에서
나란히 서서 같이 걷는 것,
단지 그것뿐인데
왜 이렇게 특별한 걸까. --- p.144, 「연인」 중에서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샤워를 마친 후 거울 앞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매일 밤, 나는 거울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한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을 때에야 비로소 인생이 살 만하다는 희망이 생긴다는 사실,
그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우리 모두가 울고 웃는 그깟 사랑 나부랭이든,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우리들은 살아가고, 또 위안을 얻으니까. --- p.178, 「거울을 보며」 중에서
모두가 고민을 합니다.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원하는 것을 해야 할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살면 될지,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제가 겪은 20대가 그랬고, 여러분이 겪고 있는 20대도 그럴 테죠.
돌이켜보면, 여행을 하면서 제가 깨달은 건 단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20대의 가장 큰 과제이고 이 과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나가는 게 가장 나답게,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
이 책 안에 주저리주저리 열거해둔 우리들의 이야기가
지금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따뜻한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당신이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길에 다다르는 데 작은 빛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p.264,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