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인문대학 독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논문으로 「비유냐, 진정성이냐, 귄터 그라스와 크리스타 볼프 연구」「통일 독일의 문학 논쟁」「동서독 문학의 통일성에 대하여」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이다.
축음기는 금욕적인 정신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서재의 공기를 더럽혔고, 낯선 미국풍의 춤곡들은 내 정돈된 음악세계를 교란하면서, 아니 파괴하면서 밀어닥쳤다. 이처럼 모든 것을 해체시키는 두렵고도 새로운 힘이 지금껏 그렇게 정확한 윤곽을 지니고, 그렇게 엄격하게 패쇄되어 있던 내 삶 속으로 밀려들어온 것이다. 인간이 천 개의 영혼을 지닌다는 「황야의 이리론」과 헤르미네의 말은 옳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매일 예전의 모든 영혼 곁에 새로운 영혼들이 나타나 자기 주장을 하며 소란을 피웠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눈앞에 있는 그림을 보듯 지금까지의 나의 개성이라는 것이 하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음을 똑똑히 보았다. 나는 우연히 잘할 수 있었던 서너 가지 능력과 수양만을 정당화하면서 하리라고 하는 사내의 상을 그려내어 본래 문학, 음악, 철학에 지극히 빈틈없는 교양을 갖춘 전문가인 그자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고, 그러면서 내 개성의 나머지 부분, 즉 그 밖의 모든 능력과 충동과 노력의 카오스를 부담스럽게 느껴 <황야의 이리>라고 불러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