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원은 내가 의젓한 달걀 깨비가 되는 거였어. 몇 번은 재래식 변소로 데려가서 실습을 시키기도 했어. 재래식 변소는 달걀 깨비들이 기초를 익히는 곳이거든. 나는 겁이 나서 끝내 들어가지 못했어. 빨간 종이 만지는 게 너무 겁이 나는 걸 어떡해. 나 바보 같지? 달걀 깨비는 빨간 종이와 파란 종이를 마음대로 다뤄야 하는데 말이야. ‘미안해 엄마. 여기서 꼭 용기를 배워서 멋진 깨비가 될게.’ 나는 희미해지는 별빛을 보며 잠이 들었어.
“처용무를 추는 척하면서 사신도 마법으로 역신 마왕을 이겼군요?” “아니! 나는 단지 처용무를 추었을 뿐이다.” “에에…….” 우리는 다 같이 고개를 저었어. “대신 춤사위에 담은 게 있었다.” “그게 뭔데요?” 우리는 조바심을 내며 물었어. “용서!” “용서?” “주판에게서 보지 않았니? 내가 주판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주판은 잠깐 고개를 숙일지언정 진심으로 뉘우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나쁜 달걀에게 스티커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어요. 왜 그렇죠?” “미안하지만 그건 가짜다.” 샘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었어. “스티커가 가짜라고요?” “그건 너희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처용 선생님이 짜낸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너희는 스스로의 용기 때문에 용감했던 거지, 스티커 때문에 용감했던 게 아니야.”
반장과 항아리, 요강과 주판, 몽당연필에 이어 강시의 소원까지 들어준 황금 용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어. “달걀은 호텔 화장실이라고 했었나?” 그때 엄마의 말이 떠올랐어. ‘뭐든 기초부터 닦아야 한단다.’ “아뇨!” 나는 고개를 힘껏 저었어. 내가 원한 곳이 어딜까? 힌트를 준다면 황금 용이 왔던 길로 돌아가야 했다는 거. 그 이상은 비밀이야. 나는 처용 샘의 비밀 학교 학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