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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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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박미향 | 글담 | 2012년 10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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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78g | 150*216*20mm
ISBN13 9788992632645
ISBN10 899263264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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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사는 게 수월할 줄 알았다. 웬만한 일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평정심을 유지하고 어떤 이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척척 해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넘어야할 언덕은 계속 나타나고 매번 힘겹다. 한 언덕을 넘으면 다른 언덕이 나타나고 그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튀어 올라왔다. 인생은 수많은 언덕을 넘고 또 넘는 과정인가 보다. 이왕 넘어야한다면 유쾌하게 신나게 넘자는 게 내 생각이다. 통쾌하게 상쾌하게 넘기 위해서는 친구가 필요하다. 사람이 해답이다. 어깨동무하고 함께 넘는 산은 지루하지도 험하지도 않다. 이 책은 내 시간의 한 자락을 같이 넘은 이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밥을 먹었는지, 밥을 먹기 위해 이들을 만난 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들 사이에는 밥이 있었다. 밥은 우리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동아줄이었다. 그래서 밥은 위대하다. --- 「여는글」중에서

그는 나를 후배로 ‘막 대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 막 대한 선배와 막걸리 한잔은 너무나 당연했다. 막걸리는 ‘막 걸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 아닌가. 막 대한 선배와 막 거른 술 한잔, 겨울밤은 따스했다. 마구 걸러낸 술은 탁해서 ‘탁주’, 흰색이라서 ‘백주’, 농사에 널리 쓰였다 해서 ‘농주’라고 부르는 우리 술. --- 「‘막 대해준’ 고마운 선배와 한잔」 중에서

O과 나의 공통점은 술자리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알코올에 대한 과도한 애정, 흥건한 취기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다. 우리는 한잔 술에 ‘소호강호’ 노래를 외치는 인생들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품성 때문이다. 세속에 기준에 무심하고, 느리게 가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 「잘난 정치 따위는 몰라도 그만」 중에서

음식 세계에 빠져들수록 만나는 이를 먹는 음식에 빗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강요리 나물과 닮았다. 아무리 강한 향의 기름과 질 좋은 천일염, 간장으로 간을 해도 본성이 튀어나오는 나물. 나물은 특유의 질감과 식감, 담백한 맛으로 혀를 감동시킨다. 가만히 있어도 겸양지덕이 뿜어 나오는 대인과 같다. --- 「진지대왕 안철수를 닮은 담백함」 중에서

평생 곁에서 우정을 쌓고 지낼 줄 알았던 친구가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다. 장희빈의 탕약이 ‘밥 한 끼’ 못 먹은 비애감과 같을까. 해마다 이별한 날이 돌아오면 ‘밥’ 생각이 난다. 밥 한 끼 먹여 보내야 했는데! 거창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온갖 기교로 포장한 섬세한 ‘밥’, 밥 사이에 틈을 만들어 부드러움을 더하고 큰 생선조각을 얹은 초밥 장인의 ‘밥’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선물할 수 있는 ‘밥’은 안 된다. ---「담담한 사찰음식 같은 친구와 이별하다」 중에서

치익~ 돼지고기의 기름이 뚝뚝 석쇠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이야기의 농도는 진해졌다. 숯불구이는 이 맛이다. 짙어지는 사랑이야기 같은 맛!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고기 맛이 더 좋아진다. 고기는 숯향을 걸치고 에로틱하게 몸을 꼰다. 돼지고기가 없었다면 각자의 애정사는 투정을 넘었을 것이다. ---「숯불구이 연기 속에 익어가는 애정사」 중에서

콧방울을 세게 킁킁거리게 만드는 루콜라는 다정하게 우리를 맞았다. ㅅ은 잘 익은 스테이크를 쓱쓱 썰어 남자친구를 포근하게 안아주듯이 루콜라로 쌌다. 한 입 ‘쏙’ 검붉게 뿌려진 소스는 입맞춤 뒤 심장으로 떨어지는 떨림과도 같았다. ---「두꺼운 도화지처럼 얇은 듯 단단한 사랑법」 중에서

ㄱ은 철딱서니 없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나에게 늘 언니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국면마다 아주 상식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그가 제시한 해답은 평범했지만 늘 정답이었다. 가족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후베는 내게 든든한 인생의 버팀목이다. 은은한 봄바람 같은 후배, 건투를 빈다. ‘생멸치조림’이 힘이 됐어야 할 터인데. --- 「스승 같은 후배에게 건투를 빌다」 중에서

우리 전통음식인 청국장 같은 일터를 찾으면 행복하지 않을까! 청국장은 먹으면 먹을수록 애정이 솟는 음식이다. 후배가 청국장을 먹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아직도 모른다. 청국장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건강한 밥 한 끼 먹이는 것이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뿐이다.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깊은 맛」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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