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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난장 1
중고도서

아라리 난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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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153*224*30mm
ISBN13 9788974562090
ISBN10 89745620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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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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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덕포장까지 내려가서 또다시 남으로 내려가는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명, 고씨동굴 앞을 지나 각동리에서 삼거리를 만가게 된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물러앉은 하동명을 거쳐 줄곧 달려가면 봉화의 춘양면과 만잔다. 그 지방도로의 끝은 31번 국도와 만나게 되어 있는데, 꼬불꼬불한 산협길이 하루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그 들이 들러볼 작정이었던 재산장터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3시 무렵이었다. 경상도에 도착해서 처음 만나는 5일 장터였다.

일행은 창범과 변씨 그리고 태호와 승희였다. 운전석 좌석이 비좁았기 때문에 창범의 자리는 덮개를 씌운 짐짝 속에 마련됐다. 장짐은 모두 용대리에서 가져온 황태와 반건조 오징어였다. 재산장터에 당도한 그들은 한동안 말을 잃어버렸다. 파장 무렵에 당도한 까닭도 있었지만 장터에는 딱 두 사람의 난전꾼이 휘장도 없이 좌판을 벌여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62
덕장 근처의 허술한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라면 세 봉지를 끓여 저녁끼니로 벌충한 뒤,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던 변씨가 명태 한 마리를 달랑 들고 돌아왔다.

"이게 바로 북양태로 말린 코다리여. 황태는 크고 작은 것을 상관할 것 없지. 좆도 모르는 것들이 덮어놓고 큰 것만 찾다 보면, 십중팔구 북양태 코다리를 황태로 잘못 알고 사놓구선 진짜 황태를 샀다고 대중없이 떠들기 십상이여. 작아도 잘 익은 바나나처럼 노르끄레한 색깔인가 아닌가를 살펴봐야 돼. 이것처럼 껍질에 검은 빛이 도는 것은 애당초 거들떠볼 필요도 없어. 선박에서부터 섞인 채로 하선한 놈이 아니면, 덕장에서 비를 맞았거나 서로 붙은 것을 떼어주지 않아 통풍이 안 된 것들이지. 강풍으로 땅에 떨어진 것을 거두지 않아도 검은색이 돌게 마련이여. 원산명태는 십이월부터 꾸덕구덕하게 건조시키기 시작해서 3월께나 가야 건조가 끝나. 꼬리를 부러뜨리면, 딱 소리를 내면서 부러지도록 모질게 말라야 진짜 황태여. 내일 덕장으로 나가서 구경해 볼까?"

"명태 구경보다 오늘 밤 떨고 잘 것이 당장 걱정이오."

"니기미, 욕지기가 저절로 터져나오네. 이봐, 이 한심한 한 선생. 지금 엄살떠는 거여, 투정하는 거여? 당신도 대학 졸업해 봤으면 알 테지만, 대학 사 년 졸업하면 뭐가 되나? 그게 학사라는 거지? 학사 위엔 석사지? 석사 다음엔 내노라한다는 박사아닌가. 그런데 이 질정찮고 한심한 것들이 박사학위 따고 나면, 세상이 온통 제 것 된 줄 알어. 박사 위에 뭐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선불 맞은 노루 뛰듯이 갈팡질팡 까불어댄단 말이여. 그런데 박사 위에 있다는 게 다름아닌 장사여. 하룻밤 냉구들 신세가 대순가? 소주 한 병 까먹고 누우면, 사명대사가 따로 없어. 나도 사명대사지."

변씨는 권총이라도 뽑듯이 바지 주머니에서 소주 한 병을 쑥 뽑아올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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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다. 나오는 사람들도 재미있고 장면 하나하나도 재밌다. 게다가 사람이고 장면이고 온통 활기로넘친다.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안동 혹은 고흥으로 달려가 소설 속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는 한 독자의 고백이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팔도 사투리를 이렇게 생생하게 살려놓은 소설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일 것이다.
신경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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