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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장자

: 아웃사이더 장자 철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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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48*210*20mm
ISBN13 9791198135513
ISBN10 119813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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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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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를 인싸들에 견주어 보는 것은 〈장자〉를 입체적으로 읽으려는 노력입니다. 또한 장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장자의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과연 그는 어디에 있었고, 그는 어떤 철학적 질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질문이 중요한 것은 철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의 철학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문제를 부여잡고 해결책을 찾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에 따라 그 철학의 가치와 쓰임이 달라집니다.
--- p.4

장자는 매미와 메추라기의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겨우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것에 만족하는 이들입니다. 장자가 보기에 관직 하나를 얻으려 애쓰는 이들, 고을을 다스리고 나아가 군주를 도와 재상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이들은 매미와 메추라기를 닮았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 얽매인 자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와 정치에 얽매인 이들입니다. 그렇게 사회적 가치에 얽매인 사람들은 모험을 모릅니다. 장자는 그런 작은 세계와 다른 더 넓은 세계가 있다 말합니다.
고대 국가는 점과 점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성城과 성을 잇는 것이 곧 국가의 통치 영역이었다는 뜻입니다. 성 바깥의 드넓은 들은 국가의 통치가 미치지 않는 말 그대로 야생의 땅이었습니다. 장자의 시선은 이 야생의 땅 성 바깥, 즉 통치 세계에 속하지 않는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곳이고, 또한 성 안의 안락함과는 다른 생동감 넘치는 삶이 있는 곳입니다. 장자는 그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 주목합니다.
--- p.19

〈논어〉에서 공자는 고대 문헌을 정리하고 연구하는 것보다는 배움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공자는 스스로 호학好學, 배움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배움이란 서구 철학자들이 말하는 진리 탐구와는 조금 다릅니다. 공자는 옛 전통의 계승자로서 배움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그 배움의 내용이란 옛 문물제도입니다. 옛사람의 지혜, 구체적으로는 주나라로부터 계승되어온 문화 전통을 익히고 전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29

〈논어〉 속의 공자는 복잡한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을 내보이면서도 현실과 타협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적어도 〈인간세〉 편에서 그려지는 안연처럼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무턱대고 나서지 않습니다. 장자가, 혹은 〈장자〉를 기록한 사람은 분명 〈논어〉와 공자의 삶에 대해 상세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인간세〉에서 안연의 입을 통해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열정적인 선비들의 열망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공자의 말을 통해 그 열정이 도리어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공자는 열정 넘치는 안연을 걱정하며 말립니다.
〈인간세〉 마지막에 실린 접여와의 대화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자가 발견한 가능성, 미래에 대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희망을 버리고 참혹한 현실을 마주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접여의 말을 통해 장자가 직면한 현실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야 가시나무야 내 길에 생채기 내지 마라. 굽이굽이 걸어가니 내 발을 찌르지 마라.’ 장자는 가시나무가 우거진 모습으로 자신의 시대를 설명합니다. 그런 시대에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군자는 큰길을 간다며 성큼성큼 내딛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일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곧음, 강직함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덕목입니다. 도리어 굽이굽이 샛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p.41

장자는 설령 더러운 우리에 나뒹구는 돼지같이 보인다 하더라도 제멋대로 살겠다 말합니다. 그것은 천금과 재상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단호함이며, 나아가 그 기만에 속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장자는 그 쓰임이 과연 누구를 위한 쓰임인지 묻습니다. 쓸모 있음이란 결국 통치자, 자신의 수족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한 쓰임 아닌가요. 결국 그 쓰임이란 정작 자신에게는 영 쓸모가 없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작 자신에게 쓸모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게 만들뿐더러, 쓸모 있음에 취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쓸모 없음이야 말로 가장 큰 쓸모가 있습니다. 희생물에 입혀진 아름답게 수놓은 비단옷이 좋은 게 아니라, 진흙탕에 자유롭게 나뒹구는 지저분함이 좋은 것입니다. 적어도 그 쓸모 없음은 오롯이 나의 것인 까닭입니다.
--- p.44

장자가 가시밭길로 자신의 시대를 묘사했다면 맹자의 진단은 보다 참혹합니다.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런 참혹한 시대의 폭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맹자는 임금 노릇을 하는 사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말합니다. 요컨대 임금이 제대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아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반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양혜왕에게 길게 잔소리를 늘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맹자는 왕자王者, 즉 왕도王道정치를 펼치는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인의라는 규범을 실현하며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천하를 다스릴 사람이 나타나면 이 모든 혼란을 그칠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천하의 임금들은 저마다 왕도정치를 펼치기보다는 패도覇道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패도란 힘으로 남을 억압하는 권력자를 말합니다.
--- p.69

맹자는 인仁이 천하의 넓은 집이며, 의義가 천하의 바른 길이라 말합니다. 이를 버려두고 다른 길을 걷는 것을 맹자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맹자를 읽으면 인의에 대한 뜨거운 마음에 동화되어 버립니다. 훗날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른 지사志士, 뜻있는 선비와 의사義士, 의로운 선비는 모두 맹자에 빚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맹자는 그렇게 꼿꼿한 선비의, 당당한 대장부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 p.72

장자는 맹자와 달리 상하규범 세계의 바깥에 있습니다. 맹자가 위로, 중심으로 올라가려 했다면 장자는 위로, 중심으로 올라가기를 포기한 인물입니다. 아니, 상하위계적 질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폭력성을 꿰뚫어 보았다고 할까요. 이런 까닭에 장자에는 피지배자로서의 정체성이 뚝뚝 묻어납니다. 혜시에게 들려준 나무의 비유를 기억합시다. 그는 잘리는 나무에 스스로를 견주고 있습니다. 나무는 외부적 폭력에 하는 수 없이 노출된 존재입니다. 마치 시대의 폭력을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백성들 마냥 〈장자〉 속에 하층 계급의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p.77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는 〈노자〉가 신비한 책이 아니라 생각합니다.?한 명의ㅤ연구자로서 〈노자〉에 어떤 특별한 철리哲理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동양철학의 최고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노래한 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반의 이해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노자〉는 은밀한 욕망이 감추어진 책이라 생각합니다. 권력의 기술, 절대적 권력을 꿈꾸는 통치자를 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황제의 욕망, 영속적 지배를 꿈꾸는 욕망이 〈노자〉의 핵심입니다.
--- p.97

노자는 승자를 위한 철학입니다. 승리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만술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부드러움의 기술도 승리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방편일 뿐, 과학적 사실도 아니며 자연의 법칙도 아닙니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적 법칙도 아닙니다. 강자에게는 강자의 기술이, 약자에게는 약자의 기술이 있습니다.
--- p.104

장자의 양생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웰빙과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은 안락한 생활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척박한 시대를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여 장자의 양생에는 어떤 투철함이 있습니다. 유한한 삶, 한정된 시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체득하려면 온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p.118

장자는 이렇게 흩어지는 존재로서의 소멸을 이야기합니다. 영원을 욕망하는 사람에게 장자가 던지는 미래는 영 불편하고 두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이렇게?산산이?흩어 버리다니. 그러나 필멸의 존재, 앞으로 소멸할 존재로서의 삶을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한한 존재이기에 삶을 가꾸어 살아내야지. 장자가 이야기하는 삶은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가 온 몸을 내던져 살아가는 투철하나 담담한 삶입니다. ?
--- p.124

이처럼 사마천의 〈사기〉에는 정통의 역사, 정사의 범주에서 삐쭉삐쭉 빗나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엇나감은 〈열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사마천은 〈본기〉와 〈세가〉 등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 〈열전〉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을 남겨도 될까 싶은 인물이 〈열전〉에 담겨 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이야기는 〈사기〉 전체 가운데 으뜸으로 꼽힙니다. ‘역사’로서가 아니라 ‘이야기’로서.
--- p.135

장자는 특정한 가치 체계가 특정한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옳다 혹은 그르다 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좋다 나쁘다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나무는 사람에게 두려운 곳이지만ㅤ원숭이에게도ㅤ그럴까요. 사람은 고기를 즐겨 먹지만 토끼나 사슴에게도ㅤ맛난ㅤ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시는 고대 중국의 미인으로 손꼽히지만 연못에 얼굴을 비치면 물고기가 달아납니다.?
그러니 우리는 무엇을 맞다, 옳다 할 수 있을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에 장자는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는 게 있다면 도리어 장자는 의문을 던질 것입니다.
--- p.145

장자는 도가 참되고 믿을 수 있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늘 도는 비존재, 잡히지 않는 허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따라서 도의 전달과 체득도 다른 방식을 통해 가능합니다. 도는 전달 불가능합니다. 체득한 것을 내보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도와 영 무관한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도는 그렇게 늘 낯선 존재로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 p.153

장자는 과연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신선이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장자〉에는 장자가 감하후에게 곡식을 꾸러 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기도 합니다. 장자는 고관대작이기보다는 진흙탕에 허덕이는 삶에 가까울 것입니다. 죽음도 맞지 않고 세속의 것을 모두 훌훌 털어버린 채 하늘로 가벼이 올라갔을까요? 〈장자〉에는 장자의 죽음 장면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장자는 제자들에게 따로 봉분을 만들지 말고 장사 치르지도 말라고 말합니다. 돌아갈 곳으로 돌아갈 뿐이라 말합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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