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구 (flypaper@yes24.com)
`비틀즈의 음악세계 전곡 해설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 한경식씨는 겉보기에는 그저 흔한 회사원의 경력을 두르고 있지만, 영국의 4인조 그룹 비틀즈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가 `비틀즈 매니아'라는 단어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친숙한 국내 상황에서 비틀즈 매니아를 대상으로 해도 통할 정도의 방대한 비틀즈 자료를 집요하면서도 끈질기게 추적,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으니 그 책이 바로 『The Beatles Collection : 비틀즈의 음악세계 전곡 해설집』이다. 작업에 착수했던 때가 비틀즈 앤솔로지 프로젝트가 선보이기 시작되었던 1995년이었다고 하니 만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비틀즈의 공식 발표곡, 인기 차트 순위, 라이브 연주곡, 멤버들의 신상 명세에 전곡에 대한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자료를 확실하게 정리해 냈다.
“한경식 씨의 『The Beatles Collection』은 너무 유명해서 대다수가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건너뛰는 행태(나도 포함해서)를 마치 꾸짖는 듯한 비틀즈에 대한 총체적 연구 결과물이다. 비틀즈가 무명 시절에 불렀던 것에서부터 시작해 마지막 앨범 `Let It Be' 수록곡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1995년 재결합 당시에 발표한 두 곡마저 곁들여 비틀즈의 전곡 노랫말을 수록한 것부터가 대단한 열과 성이다.
단 한 곡도 거르지 않은 완벽한 접근도 접근이거니와 하나하나에 일일이 상설을 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그 해설도 평면적인 나열이 아닌 곡을 둘러싼 배경, 일화, 이후 평자들의 논점, 역사적 영향력 등 비틀즈의 내외와 시공을 아우르는 `입체적' 접근을 시도했다. 비틀즈와 관련된 국내외 모든 책을 샅샅이 뒤져 사실을 재구성한 듯 내용은 높은 구체성과 상세함을 획득하고 있다. 탐구욕은 물론 그 해박함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추천사를 쓴 또 다른 비틀즈 매니아인 임진모 씨가 언급했듯 이 책은 `가사 모음집'과 `비틀즈 평전' 두 권의 온전한 결합을 취하고 있다. `32종의 책과 잡지, 9종의 비디오, 21종의 라이너 노트'라는 참고 자료, 그리고 5년이라는 본격 집필 기간이 증명하듯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하여, 정보의 양과 질을 확신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 온다.
문장이 건조한 감이 없진 않지만, 말 그대로 물리적인 밀착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애정으로만 승부했음을 감안하면, 사실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능력도 가볍게 넘길 수준은 아니다. 한쪽에는 영어 가사와 해석 가사, 작사/작곡가, 세션맨, 레코드 명, 그리고 곡 해설이 온전하게 자리 잡은 상태에서 뒷부분에 단지 `곡의 해설'에 머무는 게 아닌 비틀즈의 역사를 곡과 함께 아우를 수 있게 상세한 설명을 배치했다.
“「All My Loving」은 비틀즈사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곡이기도 하다. 비틀즈는 1963년 영국 전역을 강타하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아직 성공의 기미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1963년 말에 발표한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빅 히트를 거두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그들은 1964년 2월 7일 역사적인 미국 방문 길에 오른다. 방문의 첫 번째 일정은 CBS TV의 방송용 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1964년 2월 9일 오후 8시, 비틀즈는 미국 방송에 처음으로 출연하여 다섯 곡을 라이브로 선보인다. 그 첫 곡이 바로 이었다. 에드 설리번 : ...... 신사 숙녀 여러분, 비틀즈를 소개합니다! / `비틀즈(폴) : Ho! One, two, three, four, five! Close your eyes~'”
지도 매니아들의 필수품인『The Times Concise Atlas of the World』와 딱 똑같은 크기에 양장으로 고급을 더한 『The Beatles Collection : 비틀즈의 음악세계 전곡 해설집』은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탐낼 만한 책임이 틀림없다. 비틀즈가 무명 시절 `쿼리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무렵에 부르던 노래 에서 시작해, 존 레논이 죽은 지 15년이 되던 해인 1995년에 죽은 존과 폴, 조지, 링고가 다시 모여 만든 까지 총 280여 곡의 노래에 뒷부분에 용어 해설과, 색인이 따로 자리할 정도로 엄청난 정보를 담고 있는 책, 맞설 상대가 있다면 월드와이드웹 정도나 되어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집대성된 비틀즈 백과 사전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