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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80g | 110*172*12mm
ISBN13 9791190427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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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그쳤지만 바람이 차가워서 귀와 코가 아팠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고개를 움츠려 바람을 견뎠다. 붕어빵이 구워지기를 기다리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두서없이 생각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얇은 종이로 싼 붕어빵을 받고 동전을 세어 건넸다. 막 구워져 나온 붕어빵은 얇은 종이 너머로도 뜨거웠다. 얼어붙은 양손으로 감쌌다. 집에 가면서 먹기로 하고 가게 앞을 떠났다. 한 입 먹고 나는 어라, 하고 멈춰 섰다. 맛있다. 다시 한 입 먹었다. 뭐야, 이거 맛있잖아, 그것도 엄청. 나는 가게로 돌아가 닫힌 창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유리 너머에서 철판을 닦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 맛있어요.”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이래서야 유아 수준이다. 두 살배기의 어휘다. 그래도 여자는 검은자위가 큼지막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을 발갛게 붉히더니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 pp.8-9

고요미 씨의 기억이 전혀 남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대화하고 평범하게 밥을 먹고 평범하게 잔다, 그 정도라면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잠이 들면 그날의 기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고를 당하기 전날로 기억이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푸른 하늘도, 낮에 친구와 만나 왁자지껄하게 웃은 일도 밤에 내게 말해주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고요미 씨에게서 술술 흘러가는 나날이 내게만 쌓여갔다. 고요미 씨는 다른 사람들이 올라가는 계단을 한 계단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누가 조금만 배려해서 도와주면 될 텐데, 그걸 대체 누가 하지? 내가 그 역할을 맡아도 될까?
--- p.39

누나의 팔 안에서 잠든 어린 인간의 가슴이 미미하게 들썩이는 것을 보고 나는 덧없다고 생각했다. 덧없고 어설프지만 그래도 또렷하게 숨을 쉬며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고요미 씨도 이 작은 인간처럼 안심하고 하루하루 새롭게 살면 된다. 고요미 씨 안에 남지 않아도 내 안에 남겨두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내가 잠자코 있자 누나가 말했다.
“망설여진다면 더 나아가지 않는 게 좋아.”
아아, 오늘 누나는 이 말 한 마디를 하려고 우리 집에 온 것이었다.
나는 두 잔째 커피를 누나의 컵에 따르며 누나답지 않다고 말하며 웃었다. 망설여진다면 일단 나아가는 거 아니었어?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아왔다. 우리 남매뿐만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모두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 하고서 후회하는 편이 낫다’, ‘원하는 것은 전부 가져라’, 그리고 ‘망설일 여유가 있으면 나아가라’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런 건 건강할 때나 유효한 말이지. 정말 망설여질 때는 나아가고 싶어도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도 구분하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유키, 망설일 정도라면 그만두는 게 나아.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은 있는 거야.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확신했다. 내게 망설임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미처 몰랐다. 누나는 대체 언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했을까.
--- pp.44-45

흥분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고요미 씨의 고요한 눈빛은 분명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고요미 씨는 내가 모르는 세계에서 살아왔다. 노란 마을에서 리스본과 놀던 여자.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여자. 파친코 가게의 단골이었다는 여자. 싸우면 지지 않는다는 여자. 이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순진함과 필사적이었던 마음이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남자들이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돌아와도 고요미 씨는 모른다. 가게를 노리는 거라면 그나마 낫다. 고요미 씨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요미 씨가 표적이 되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고요미 씨는 경계조차 할 수 없다.
--- pp.62-63

결국 목소리가 커졌다. 기억 못 해? 기억 못 해? 폭력이었다. 내가 지키려고 했던 고요미 씨를 내가 구타하고 있다. 고요미 씨는 상처를 받아도 어차피 내일이면 잊어버린다.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럴 때야말로 눈앞의 무방비한 사람 안에 내 악의가 분명히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딘가에 남는다. 해마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고요미 씨에게 영향을 주고 고요미 씨를 바꾼다. 그래서 나는 더 애가 탔다. 내 악의는 고요미 씨를 바꾸는데 나와 함께하는 생활은 고요미 씨를 바꾸지 못한다. 중요하지 않으니까.
특별한 날의 특별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쓸쓸하지만 참을 수 있다. 내가 고요미 씨 몫까지 기억하면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소소한, 아침에 맛있게 먹은 마른반찬이나, 빨래를 널 때의 습관이나, 둘이 함께 걸어서 돌아오던 길에 떠 있던 달이나, 그런 일상생활의 기억이 쌓이지 않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것이야말로 인간을 만드는 것 아닐까?
--- pp.69-70

나는 ‘브로콜리’ 아래에 ‘미안’이라고 적은 다음 종이를 상자에 돌려놓았다가 다시 꺼내 쓰레기봉투에 버렸다. 잊어버려도 된다. 브로콜리 따위 얼마든지 먹어주마.
종잇조각에 메모를 남기고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달력을 지운다. 이렇게 수많은 점을 이어 사라져버리는 오늘을 내일로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점이 이어지면 내일로 이어진다고 믿는 걸까. 정지 그림 여러 장을 연속해서 비추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림과 그림 사이의 공백은 가능한 한 모르는 척하며. 그렇다면 나는 오늘의 고요미 씨 곁에 머물며, 때로는 내일 쪽에서 손을 뻗어 고요미 씨의 나날이 무리 없이 이어지도록 징검돌을 성큼성큼 넘어 건너겠다.
--- pp.71-72

“나, 추억이라는 말 싫어해. 추억 자체는 어쩔 수 없지, 자연히 생기니까. 하지만 추억이랍시고 끄집어내면 사이비 같아. 특히 추억 만들기는 최악이지. 본말전도야. 지금을 내버리고 뒤를 돌아보고, 마음이 현재에 없는 거잖아. 사람은 추억 따위로 만들어지지 않았어.”
“아니야, 누나. 나는 추억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말하려 했어.”
수화기 너머에서 음, 하고 말을 삼키는 기척이 났다.
“생각이라.”
“사람은 매일 생활 속에서 하는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
“잘됐다. 그런 마음가짐이야.”
무슨 마음가짐인데, 하고 나는 작게 투덜거렸다. 어쨌든 사람이 기억으로 이루어진다니, 그것만큼은 단호하게 부정해야 한다. 정말로 기억일 것 같아서 울고 싶어졌다.
--- pp.74-75

저녁을 먹고 창문을 열자 달은 이미 하늘 저 높은 곳에 두둥실 떠 있었다. “하얗다.” “동그라네.” 이런 대화를 나누며 경단을 먹었다. 달빛이 우리를 비췄다. 새하얀 빛의 보호를 받으며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모든 것에서 떨어져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이 계속되기를, 나는 달에 빌었다.
문득 눈을 뜨자 방이 어렴풋하게 밝았다. 공기 입자가 자잘해서 촉촉하고 차분했다. 조용했다. 새벽일까? 졸리지는 않았다. 눈은 또렷하고 어깨는 가벼웠다. 베개 파임도, 천장 높이도, 창을 보고 누워 있는 고요미 씨의 등도, 모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가 좋다. 이대로 계속, 여기서 이렇게 살고 싶었다. 내가 있는 조용한 세계는 마치 자전이 완만하게 멈춘 것만 같았다. 소리 없이 비가 내렸다. 비다, 나는 소리 없는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려고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비. 고요미 씨가 저쪽을 바라본 채로 속삭였다.
“달이 밝은데 비가 내리네.”
울고 있었다. 고요미 씨는 울고 있었다. 오늘 밤에 뜬 보름달을 기억하고 있다고, 문득 생각했다.
“전부 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어느 날, 고요미 씨가 말한 적이 있다.
“어제 꾼 꿈이 떠오르는 것처럼 한 장면이 순간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어. 그런데 너무 빨라서 붙잡지는 못해. 그 색깔이나 형태 같은 것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 아직 온기가 남은 채로. 잔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
고요미 씨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잠들면 사라질 달. 그 빛을 받으며 비가 계속 내렸다. 나는 이쪽을 향한 하얀 월면에 가늘디가는 비가 내리는 광경을 상상했다. 고요미 씨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 pp.90-91

고요미 씨는 이번 여름에 척 베리가 일본에 온 줄 모른다. 미셸 건 엘리펀트가 해체한 것도 모른다. 뉴스를 듣고 깜짝 놀라며 아쉬워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잊어버린다. 제트는 언제나 신인 밴드이고 조 스트러머는 살아 있다. 어라, 조 스트러머는 작년에 죽었던가? 내 기억까지 조금씩 불확실해진다. 설령 내가 죽어도 고요미 씨는 잊어버리겠지만, 이제 그런 생각을 하며 감상에 빠지지는 않는다. 딱히 슬퍼할 일도 아니니까.
새벽녘에 내린 비를 보며 조용히 울던 고요미 씨를 나는 잊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황사를 맞으며 걷는 고요미 씨도 보이는 것만 같다. 내 세계에 고요미 씨가 있고 고요미 씨의 세계에는 내가 산다. 둘의 세계가 살짝 겹쳤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p.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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