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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샅바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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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샅바를 잡다

조영남 | 나무와숲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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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138168
ISBN10 898813816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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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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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위원 김갑수
가수 조영남의 책을 읽는데 자꾸만 시인 최승자의 싯귀절이 생각나네. 1981년 '올 여름의 인생 공부'라는 시에서 그녀는 노래했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로 감춰진 이름이 송창식, 서유석임을 누가 모르랴. 아마 그때쯤 송창식은 [사랑이야] 음반을 냈을 테고, 서유석은 라디오 교통프로 진행자로 변신해 기성세대에 편입된 상태였을 것이다. 바로 그때 조영남은 미국에서 신학대학에 다니며 목사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제는 환갑을 향해 가는 이들도 한때는 제도문화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던 혈기방장한 신세대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조영남의 [예수의 샅바를 잡다]는 성경을 빌어 온통 자기 이야기를 가득 채운 일종의 자아탐구집 같다. 그러니까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어린시절 한 대목을 적고는 이어서 노래자랑 대회에서 깃발 날리던 12살 조영남 어린이의 전성시대 이야기 한 대목, 또 예수의 후원자였던 세례요한의 일화에 이어 자신의 유일무이한 스승이라며 도올 김용옥에 대한 하염없는 존경심을 펼치는 한 대목 식이다. 아,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있겠다.

글의 전후좌우로는 가령 우리의 민족종교 지도자들인 강증산, 최재우, 최시형, 나철 등이 거론되고, 신학적으로는 불트만, 프라이, 야스퍼스, 슈바이처 등등의 이론이 소개되고, 석가, 마호멧, 공자 심지어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짜라투스트라의 행적까지 비교고찰되면서 좀 얼떨떨해질 만큼의 분방한 지적소양도 드러낸다. 물론 양희은, 이장희, 송창식, 김한길 같은 유명한 지인들과의 신변 이야기는 맛깔스러운 양념역할을 하고.

실은 오늘 낮에 조영남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예상보다 퍽 쑥스러워 하는 그와 나눈 대화의 주제는 '자유로움'이었다. 예수의 샅바를 잡고 바짝 다가서서 그가 깨우치고자 고심하는 주제는 각종 편견과 인습, 고정관념과 맹목들에 대한 저항정신이었다. 신비와 기적에 둘러쌓인 신화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역사 속에 살아 숨쉬었던 인간 예수의 참모습을 보고자 덤벼들었다는 것이다. 하긴 그런 취지에서라면 이 책은 신앙 여부와 상관없이 폭넓게 읽힐 수 있는 인생 에세이집이자 종교 교양서로 보인다.

딴따라 연예인 주제에 무슨 지식인 흉내? 하고 눈 흘길 사람은 요즘 없겠지. 그는 참 명민한 인물로 보인다. 좌충우돌하는 실제 행적 역시 자유인이고자 하는 그의 의지에 부합된다. 그래서일까. 앞에 든 최승자 시의 끝귀절이 조영남 책의 독후감처럼 남는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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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기적의 연속이다. 그리고 무차별적이다. 예수는 태어남 자체가 기적이었다. 숫처녀 엄마한테서 태어난다. 그리고 온갖 기적을 베푼다. 물로 술을 만들고, 귀신과 맞붙어 싸워 이긴다. 장님의 눈을 뜨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다. 병든 사람이 자기의 옷깃을 스쳐도 병을 낫게 만들고, 심지어는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당사자 예수는 또 보통 사람처럼 숨이 끊어져 죽는다. 그리고 예수는 다시 살아난다. 살아날 뿐만 아니라 하늘로 훨훨 날아 올라간다. 기적 천국이다. 수퍼맨이다. 기적의 극치다.

신. 구약성서를 읽으면서 기적 사건에 맞부딪치지 않는 일은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러시아워에 빨간 신호등 한 번도 걸리지 않고 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예수와 직접 관련된 기적만도 40종류 이상이 넘는다. 예수와 관련된 기적은 또 구약성서에 기록된 기적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러니까 예수의 기적들은 훨씬 가볍고 잘 정돈되어 있는 셈이다. 예수의 일생 전체가 한 덩어리의 큰 기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불가사의란 말이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밋은 불가사의다. 기적과는 좀 다르다. 만리장성은 예수가 태어나기 2백 년 전에 세워졌다. 피라밋은 후세 사람들의 추정으로 예수 당시보다 무려 2천 년전에 세워진 무덤이다. 그것들에 비하면 예수의 기적은 최근의 일이다. 중동 땅 어느 이스라엘 청년이 보리떡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의 관중을 먹였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p.182
이제 나는 내 어머니가 왜 평생 예수만 믿다가 돌아가셨는지, 왜 그토록 예배장 가는 일에 무관심했던 내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마자 오줌 깡통 옆에 예수책을 나란히 놓아 두었는지 그걸 알아 낼 수 있게 되었다. 윗부분이 터진 군용 깡통의 용도는 어린 마음에도 금방 알아챌 수 있었지만, 예수책의 용도는 이해가 잘 안갔다. 이제야 나는 왜 아버지가 불편한 한쪽 손가락 하나로 페이지를 넘겨 가며 느닷없이 예수책만 읽다가 돌아가셨는지 그 사연을 캐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다.
--- p.8---저자의 서문중에서
나는 예수의 사랑법에서 그리스도의 핵심을 보았다.내가 찾던 진리는 다행스럽게도 내가 맨날 무심코 쓰던 말이다.문학적인 말도 철학적인 말도 아니다.그냥 사랑이다.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그것을 발 냄새 펄펄 나는 골방에서 발견했다,내가 찾던 진리는 어처구니없게도 의외로 가까운 데에 있었다.나보다도 낮은 사람의 발응 씻어 줄 수 있는 마음,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그것이 바로 진리였다.
--- p.216,---pp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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