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은 감정을 숨기는 데는 편리하지만, 감정을 막을 순 없어"
메이지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글쎄,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서 안될 이유가 어디 있겠어. 난 아주 훌륭한 신부감이잖아. 내 말은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난 사장 딸이고 또..."
"가까운 장래에 경영권 등등을 갖게 되겠지"
앨러그라가 말했다.
"그래, 메이지, 넌 네 아버지 딸이야. 그 사실이 난 정말 맘에 들어. 친구들이 정형화되는 게 좋거든."
그녀의 어조에 깃든 희미한 조롱기가 메이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넌 정말 못됐어, 앨러그라."
"하지만 톡 쏘는 맛이 있지, 아가끼. 그 때문에 넌 날 여기 잡아두는 거고. 알다시피 내 전공은 역사잖아. 지난 날 왜 궁중에서 어릿광대를 불러들이고 좋아했는지 줄곧 궁금했는데, 이제 나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되니까 그 이유를 알겠어. 이건 꽤 괜찮은 역할이야. 너도 알다시피 난 무슨 일인가 해야 했거든. 삼류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빈털터리에 자존심 강한 여자, 혈통은 좋지만 경험이라고는 없는 여자, 그게 바로 나였어. "뭘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 하고 중얼거리는 여자 말야. 불기운이 없는 방에서도 기꺼이 일할 태세가 되어 있고, 수상한 일거리나 '친척 모씨의 시중 드는 일'도 마다할 수 없는, 줄 없고 배경 없는 여자이긴 하지만 비싸게 처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봤지. 그런 여잘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 하인을 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그 여잘 노예처럼 부리려는 사람들뿐이었지.
그래서 난 궁중의 어린광대가 되기로 했지. 건방진 지적, 쉽게 말해서 재치 있는 말을 이따금 던지고 - 너무 많이 써선 안돼. 전부 써버리면 곤란하니까 - 거기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내면 되는 거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듣는 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거든. 대중 연설가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지. 이 계획은 지금까지 아주 성공적이야. 내겐 언제나 초대장들이 날아드니까 말야. 난 친구들에게 기식해 아주 안락하게 살고 있어. 감사의 표시 같은 건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야."
--- pp 19~20
"자존심은 감정을 숨기는 데는 편리하지만, 감정을 막을 순 없어"
메이지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글쎄,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서 안될 이유가 어디 있겠어. 난 아주 훌륭한 신부감이잖아. 내 말은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난 사장 딸이고 또..."
"가까운 장래에 경영권 등등을 갖게 되겠지"
앨러그라가 말했다.
"그래, 메이지, 넌 네 아버지 딸이야. 그 사실이 난 정말 맘에 들어. 친구들이 정형화되는 게 좋거든."
그녀의 어조에 깃든 희미한 조롱기가 메이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넌 정말 못됐어, 앨러그라."
"하지만 톡 쏘는 맛이 있지, 아가끼. 그 때문에 넌 날 여기 잡아두는 거고. 알다시피 내 전공은 역사잖아. 지난 날 왜 궁중에서 어릿광대를 불러들이고 좋아했는지 줄곧 궁금했는데, 이제 나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되니까 그 이유를 알겠어. 이건 꽤 괜찮은 역할이야. 너도 알다시피 난 무슨 일인가 해야 했거든. 삼류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빈털터리에 자존심 강한 여자, 혈통은 좋지만 경험이라고는 없는 여자, 그게 바로 나였어. "뭘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 하고 중얼거리는 여자 말야. 불기운이 없는 방에서도 기꺼이 일할 태세가 되어 있고, 수상한 일거리나 '친척 모씨의 시중 드는 일'도 마다할 수 없는, 줄 없고 배경 없는 여자이긴 하지만 비싸게 처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 봤지. 그런 여잘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 하인을 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그 여잘 노예처럼 부리려는 사람들뿐이었지.
그래서 난 궁중의 어린광대가 되기로 했지. 건방진 지적, 쉽게 말해서 재치 있는 말을 이따금 던지고 - 너무 많이 써선 안돼. 전부 써버리면 곤란하니까 - 거기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내면 되는 거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듣는 걸 그렇게 싫어하지 않거든. 대중 연설가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지. 이 계획은 지금까지 아주 성공적이야. 내겐 언제나 초대장들이 날아드니까 말야. 난 친구들에게 기식해 아주 안락하게 살고 있어. 감사의 표시 같은 건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야."
--- pp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