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섬에서 비가 내리는 지역과 내리지 않는 지역으로 분명하게 나뉜다는 것이, 일본 밖으로 나가 본 적 없는 나에게는 매우 놀라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폭우만 내리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조차 없어 보이는 삶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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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호텔 오너도 백패커였다고 해. 세계를 방랑하던 중 ‘너무 긴 여름 휴가는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어.”
가슴속에 아릿한 통증이 스쳤다. 그것은 나도 느껴온 감정이었다. 너무 긴 휴가는 분명 나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다. 앙금 같은 무언가가 가슴속에 쌓여가는데, 몸은 현실에 익숙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무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그 숙소에는 처음 오는 손님만 묵을 수 있어. 가장 길게는 3개월. 미국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최장 3개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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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언제나 지독하게 착하다. 특히 나처럼 나 자신이 싫은 인간에게는. 이처럼 편안한 고독감을 맛보기 위해, 스기시타는 항상 여행을 떠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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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는 말야, 생존하는 데 많은 태양 빛이 필요해. 그래서 다른 식물들과 밀접하게 자라지 않아. 듬성듬성 떨어져서 자생할 수밖에 없지. 즉 오히아는 풀꽃이 거의 없는 용암지대에서만 자랄 수 있어.”
수분이 많은 풍요로운 토지에는 여러 종의 식물이 자란다. 그러면 많은 태양 빛을 다른 식물들에게 빼앗겨서 오히아 나무는 자랄 수가 없다. 그 성질 때문에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 p.69
그녀가 꺼낸 피베리는 일반 커피보다 알이 작았다. 가즈미씨가 그것을 내 손 위에 올렸다. 자세히 보니, 피베리는 다른 커피콩과 다르게 또르륵 말린 듯 둥근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둥그렇네요.”
“맞아요. 피베리는 열매 속껍질 안 그 방에 한 알밖에 없어요. 그래서 희소성이 있는 거예요.”
즉, 보통 열매라면 두 알을 수확할 수 있는데, 피베리는 한 알밖에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비쌀 만하군. 그녀는 내 손에서 커피콩을 집어 올렸다.
“왠지 불쌍해 보이기도 해요. 다른 커피는 둘이서 하나가 되는데, 이 아이는 외롭게 혼자야.”
--- p.101
풀장에 가라앉으면서 가모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그런 생각만 자꾸 떠올랐다. 살아있을 때는 가모우의 내면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가 죽고 나니 왠지 후회가 몰려왔다. 죽은 사람은 다시 읽을 수 없는 책과 같다.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한들, 이제 와 알 수 있는 것은 드러난 것들의 일부뿐이다. 한 개인으로서의 짤막한 인생 줄거리를 듣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