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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리뷰 총점9.8 리뷰 56건 | 판매지수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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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656쪽 | 798g | 140*210*35mm
ISBN13 9791164052417
ISBN10 116405241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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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방 대지에서 인간의 미래는 유동적인 것이 되었다. 그래서 이곳은 누구나 자기 희망의 투사물로서의 꿈을 만나는 곳이 되었다. (...) 그리고 그보다 훨씬 큰 꿈, 인간의 꿈 이야기를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간직해왔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 ‘과거의 지혜가 미래를 압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따르는 결단과 희망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영원한 대화에 관한 이야기이며, 우리끼리의 대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도와 희망을 둘러싼 대지와의 대화, 이를테면 평원에 내리는 뇌우나 어린 산의 깔쭉깔쭉한 선이나 외딴 호수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는 오리 떼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경외감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4만 년 동안이나 이 대지에서 우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해왔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 믿음이 하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대지 위에서 현명하게, 그리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대지에 깃든 모든 것을 존중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답답한 무지를 깨칠 수 있으리라는 믿음.
---「서문」중에서

우리에게 새롭고도 걱정스러운 것은 땅 자체의 다름, 이런저런 견해들의 성질마저 바꿔버리는 그 땅의 다름이다. 우리는 양립하는 시각들도 쉽사리 수용하는 온대의 대지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 온대의 긴 생장기와 온화한 기후,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과 적절한 강수량은 인간의 남용을 상당 부분 보완해주었다. 그러나 북극 생태계의 생물학적 특성은 다르다. ‘양쪽을 다 수용’하려 시도하기에는 생태적으로 너무나 취약하다. 그렇다면 북방에서 우려할 것은 당장 중재와 타협을 추구하려는 이 조급함이다.
---「들어가며: 전설만큼이나 먼 땅」중에서

1597년에 얼음에 갇혀 난파된 네덜란드 탐험가 빌렘 바렌츠는 노바야젬랴섬 북단에서 선원들과 함께 비참한 상태로 겨울을 보냈다. 그들은 심한 불안 상태에서 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추위보다 더 증오한 것이 어둠이었다. 어스름이 아무리 길게 이어져도 번득이는 태양이 주는 거칠 것 없는 시야와는 견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솔로몬의 말을 들려줬다. “빛은 달콤하다. 눈으로 해를 보는 기쁨이여.” 마침내 예측보다 12일이나 빨리 해가 나타났다. 그들은 신의 가호를 느꼈다. 선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해를 가리켰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난관에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1월의 그날 그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는 안다. 그것은 해가 아니라 해의 신기루였다. 해는 여전히 지평선 5도 아래에 있었지만, 그 광선이 대기의 굴절 현상으로 꺾어져 보인 것이다. ‘노바야젬랴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북극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정확한 측정과 예측에 대한 맹신에 주는 경고이자 세계가 이상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의 한 사례다.
---「1장 큰곰의 땅 아르티코스: 우아하고 세련된 이상한 움직임들」중에서

사향소 무리의 구성 변화는 개별 동물과 집단 양쪽 모두에 ‘개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혼합 무리라고 늘 지배적인 수컷들이 수줍은 암컷들과 어린 동물들을 이끄는 형태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무리 내 수컷들의 행동이 훨씬 눈에 잘 띄기는 하지만 암컷들도 수컷들만큼 무리의 이동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포식자가 접근할 때뿐만 아니라 만만찮은 강이나 가파른 벼랑, 무너져 내리는 강둑 같은 장애물이 등장할 때도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나타난다.

각자의 개성에 대한 이해와 서로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쌓여 이런 상황들, 특히 방어 대형을 만드는 상황에서 분명하게 위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공황 상태에 빠져 새끼와 어미 들을 남겨놓고 도망가는 녀석들은 어떤 형태로든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개체들일 것이다. 서로를 잘 아는 무리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움직이며, 그런 무리에서는 종종 나이 많은 녀석들이 얼이 빠졌거나 말 안 듣는 새끼들을 방어 대형 안쪽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이런 일을 설명하려다 보면 우리는 가끔 할 말을 잃는다. 동물들이 본능으로 움직인다고 무심코 상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 동기와 창의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한다. 200만 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은 동물인 사향소의 진화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재치 있게 반응했든 둔하게 반응했든 간에 그 유장한 세월 동안 상당한 수가 계속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2장 사향소: 평온하게 강인하게」중에서

캐나다인 북극곰 생물학자인 레이 슈와인스버그가 언젠가 해빙 위에서 데번섬 해안 절벽을 올려다보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전 땅이 놈들을 가로막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놈들은 거의 모든 지형을 통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놈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먹이가 없는 곳이에요.”

북극곰이 대단한 방랑자인 이유는 멀리 이동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지칠 줄 모르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에스키모 사냥꾼들이 북극곰을 피숙투우크라고 부르는 이유도 곰이 수월하고 영리하게 땅을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

에스키모 문화와 그 이전의 문화가 만들어낸 북극곰에 대한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해석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통찰력이 북극곰과의 특별한 유사성에서 나온다고 믿게 된다.

북극에서의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해간 과정을 보면 에스키모와 북극곰은 어느 정도 닮았다. 일부 에스키모 집단을 제외하면, 둘의 주된 사냥감은 고리무늬물범이다. 참을성 있게 아글루에서 기다리기와 다양한 종류의 추적 기술 등 둘의 사냥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북극곰이 에스키모보다 먼저 북극에 도착했는데, 에스키모들이 북극곰의 사냥 장면을 지켜보며 사냥 기술 일부를 배웠거나, 최소한 그 기술 일부를 도입해 정제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에스키모 집단은 곰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육지를 떠나 해빙 위로 이동한다. 물범 사냥이 잘되는 장소라면 두 종류의 사냥꾼 모두 대략 2주 사이에 사냥감의 씨를 말려버린다. 그러면 이동한다. 둘 다 해빙 가장자리와 해안가를 따라 생활을 영위한다. 그리고 둘 다 물범이 사라져 굶주릴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3장 북극곰: 통찰하는 방랑자」중에서

우리가 일각고래의 세계를 이해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일각고래가 우리에게 익숙한 감각의 위계구조와 영 다른 체계에 따라 세계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일각고래에게 염도를 측정하는 능력은 있는 듯하지만, 맛을 보고 냄새를 맡는 화학적 감각들은 모두 사라졌다. 예민한 촉감은 남아 있다. 압력을 감지하는 능력은 향상되어, 아주 섬세하게 깊이를 분간할 수 있는 감각과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수중에서 앞서간 대구 떼가 일으킨 미세한 난류를 포착하는 사냥꾼의 감각이 있다. 부족한 빛 때문에 시각은 위축되었다. 사실 눈은 고압과 염분에 의한 화학적 자극, 끊임없이 몰려오는 바닷물, 물속에서 달라지는 빛의 굴절각에 순응해 변형되었다. (일각고래는 눈구멍에 고정된 눈으로 물 위의 세상을 본다. 난시인 데다 거리를 달리하며 초점을 맞추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4장 일각고래: 해석 불가능한 코드」중에서

툴리호에는 25만 마리의 흰기러기가 있었다. 동틀 무렵 녀석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길이가 1.2킬로미터, 폭은 대략 457미터 정도 되는 떼를 지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새 떼가 수면에서 날아오르기 시작할 때는 폭풍에 양철판이 흔들리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났다. (머릿속에서 소리를 하나씩 분리해보면 빨랫줄에 걸린 마른 수건이 바람에 날릴 때 나는 팍팍 소리와 비슷하다.)

일단 날아올라 날개를 편 녀석들은 눈부시다. 햇빛을 가르며 나는 불투명한 흰색 몸체, 물에 씻긴 그 외피의 흰색이 반투명한 날개와 꼬리털의 회색빛 나는 흰색과 대조를 이룬다. 가까이에서 보면 녀석들은 북극여우와 같은 조밀하고 나무랄 데 없는 흰색을 보여준다. 폭풍의 기미가 드리운 청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녀석들의 흰색은 초현실적인 선명함과 그늘 한 점 없는 광휘를 내보인다.

기러기들이 툴리호 주변 경작지에서 먹이를 먹을 때는 5,000마리 또는 1만 마리 단위의 떼로 몰려다닌다. 때로는 하늘에 4~5만 마리가 동시에 날고 있는 때도 있다. 녀석들은 거대하게 소용돌이치는 연기처럼 경작지에서 날아올라 더 높이 더 넓게 하늘로 퍼져나가며 인간의 시야를 벗어난다. 기러기 1만 마리가 뒤쪽으로 휘어진 하나의 물결이 되어 마주 날아오는 기러기 떼 속으로 세차게 흘러간다. 마치 끝없이 새로 열리는 장지문처럼 그 위에 한 층이, 그 위에 또 한 층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마침내 공간 감각을 잃고 바다 밑바닥에서 거대한 물고기 떼를 올려다보는 느낌을 받는다.
---「5장 대이동: 숨결이 길이 될 때」중에서

움직이는 총빙 사이에서는 250톤짜리 배조차 불과 2~3분 만에 산업용 프레스에 낀 그랜드 피아노처럼 참나무 늑재가 위로 휘어지다가 우두둑 큰 소리로 파열하며 꺾여 부서질 수 있다.

얼음 가장자리에서 폭풍을 맞거나 개빙구역을 찾지 못하고 밤을 맞으면 선원들은 배를 보호하기 위해 부빙을 톱으로 잘라 임시 부두를 만들었다.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배를 잃을 수 없었던 만큼 얼음덩어리를 잘라내고 옮기는 피곤한 일을 매번 다시 시작해야 했다. 흐린 날에는 총빙이 퍼즐 조각들처럼 움직였고, 느슨해진 얼음들이 ‘배를 기절시킬 만큼 세게’ 반복적으로 부딪혀왔다. 고급선원들은 폭풍이 지나가거나 배가 얼음지대를 벗어날 때까지 선원들의 체력을 안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상황은 변화무쌍했다. 가만히 있던 얼음이 돌아qh면 움직이고 있었다. (...)

1857년에 배핀만에서 장례식을 주관하던 또 다른 영국 탐험가 프랜시스 맥클린톡은 해빙을 지나다가 문득 12월의 보름달을 쳐다보았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완벽한 달무리가 달을 감싼 가운데 천국을 둘러싸고 있다는 희미한 빛의 띠가 수평으로 그 속을 통과하고, 여섯 개나 되는 가짜 달 또는 무리 달이 떠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속된 이 보기 드문 광경은 안개 때문에 더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얼음 알갱이와 수분 입자에 의한 빛의 굴절과 반사, 공기 중 입자들에 의한 회절에 관련된 물리 법칙들은 만만찮게 복잡하다. 천정호와 빛무리는 때로는 아주 희미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조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발견하고 못 하고는 대체로 볼 줄 아느냐 모르냐의 문제다.

나는 어느 봄날 랭커스터 해협에서 불투명한 부드러운 흰색 기둥 또는 깃털(모양이 꼭 참새 꼬리 깃털처럼 생겼다)이 남동쪽 수평선과 태양 사이에 서 있는 것(태양주)을 보았고, 그날 저녁에는 자정 몇 분 뒤에 긴 무지개색 방패 두 개가 태양 반대쪽 수평선 위에 나타나는 보기 드문 환일을 보았다.
---「6장 얼음과 빛」중에서

상상 역시 새로운 땅에 시간의 차원을 부여하는 질문을 낳는다. 이 울버린 발자국은 이번 여름의 것일까, 아니면 작년 여름의 것일까? 이 주황색 이끼는 얼마나 오래됐을까? 여기 저습지에서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카리부를 저기 멀리 이동하고 있는 늑대들이 발견할까? 여기서 야영했던 사람들은 왜 이 조각된 물범 뼛조각을 버리고 갔을까?

우리가 땅에 태도를 드러내는 방식은 상당히 모호하고 정의하기 힘들다. 집안일에 골몰한 채 마지못해 여행에 나선 사람은 땅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도 배고픈 원주민 사냥꾼만큼 기민하지는 못할 것이다. 뭔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동경이나 연민을 느낀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큰 흥분을 느낀다면, 그런 것들이 그 땅에 대한 긍정적인 처분에 영향을 줄 것이다. 북극에서 비행기 사고로 친구를 잃은 적이 있거나 북극 광산에 투자했다가 파산했다면, 이 땅을 적대적으로 느낄 것이고, 이 땅의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예민한 감각뿐만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의 차이도 저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땅의 어떤 특징들을 찾아내도록 이끌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 대한 작은 조각 지식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이야기의 형태로 축적된다. 이야기들은 공동체 안에서 기억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할 수 없는 지식도 잊히거나 버려지는 일이 없다. 이런 서사들은 원주민들에게 특정 땅에 대한 복잡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실제로 알게 된 사실과 그저 상상한 것,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실체 사이를 오가며 확인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 정제되면서 매일 확증을 받는다. 복잡하지만 쉽게 공유되는 이 ‘현실’은 그 지역을 벗어나면 일반론이나 오해 또는 부정확한 추상으로 축소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인식이든, 인식은 마치 홍수처럼 땅을 쓸고 지나간다.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판독해야 하는, 덤불에 걸린 젖은 종잇장 같은 개념들을 남기며. 누구도 이야기 전부를 들려주지 못한다.
---「7장 땅: 마음을 감싸는 땅, 땅을 감싸는 마음」중에서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이 극적인 사건에 참여한 사람들의 꾸밈없는 성격과 가식 없는 감수성을 역설한 일차 자료는 거의 없다. 그리고 곧잘 비유로 드는 우주비행사들의 위업은 이들 항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임무에 적절한 복장을 갖추고,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며, 모든 과정에서 지극한 보살핌을 받는 데다, 국민적 존경을 받는다. 게다가 막강한 항법장치와 관측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북극에 처음으로 온 사람들은 멀리서 찍은 해안선 사진 한 장 보지 못하고 출발했다. 그들은 허술한 배에 그보다 더 허술한 장비와 항해술을 가졌고, 게다가 근본도 지리학적 근거도 없는 지도들을 지참하고 있었다. 하도 사고가 잦다 보니 난파나 죽음이 대수롭지 않았던 시대였던지라 사망 기록을 찾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그들은 대중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아무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폭풍과 괴혈병, 굶주림, 적대적인 에스키모, 목마름으로 잔인하고도 치명적인 고통을 겪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용기와 결심이 워낙 극단적이어서 영웅적이라기보다는 으스스하고 기묘해 보인다. 성취에 대한 환상이 그들을 몰아붙였다.

최악의 순간에 그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나 불굴의 인내, 엄격한 해군 규율로 서로를 다잡았다. 쿠라흐를 타고 영적 항해에 나섰던 젊은 수도사 무리나 16세기에 존 데이비스와 함께 배를 탔던 세속적인 선원들, 또는 1819년 겨울 멜빌섬에 있었던 윌리엄 패리의 잘 정비된 겨울 숙영지에서 볼 수 있는 그처럼 창의적인 대담함이야말로 인간의 놀라운 특징이라 하겠다.
---「8장 항로: 열정과 탐욕이 얽힌 순수한 욕망」중에서

유럽인들이 북극을 탐험하던 그때, 에스키모들도 자신의 땅을 탐험하며 새로이 적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럽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유럽인들은 북극을 특정 시간에 고정된 모습으로 생각했다. 왜소한 사람들이 사는 원시적인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말이다. 유럽인들은 고요함과 추위를 생물학적 안정 상태로 착각했다. 그들은 북극의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북극은 사막이자 황무지였다.

스테파운손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나중에 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한 미국 기병대 중위의 사례를 근거로 들며, ‘사냥감이 득실거리는’ 지역에서 살아남지 못한 크로지어를 멸시했다. 이런 비난은 부당하고 속 보이는 짓이었다. 설사 크로지어가 사냥을 알았더라도 그건 ‘스포츠’였지 그런 곳에서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크로지어도 그의 부하들도 카리부나 사향소가 정말로 득실거리는 곳에서나 생존할 수 있었을 듯한데, 킹윌리엄섬과 애들레이반도는 확실히 그런 장소에 해당되지 않았다.

구할 수 있을 만한 동물은 물범뿐이었는데, 그들에겐 물범을 사냥할 만한 기술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처럼 많은 인원을 먹여 살릴 만큼 물범이 많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 지역에 에스키모들이 드문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북극을 구석구석 풀이 우거진 땅, 또는 동물들이 넘쳐흐르는 땅이라고 광고했던 스테파운손은 토착 동물들을 잡아 부하들을 먹이지 못한 그릴리도 공개적으로 비난했는데, 북극을 생물학적 사막이라고 본 영국인들의 잘못된 관념만큼이나 스테파운손의 관념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

북극을 여행하면서 산업 개발의 흔적과 마주치지 않기란 힘들다. 너무나 많은 물류, 교통, 통신 선로가 이곳을 지난다. 나는 몇 년 사이에 프루도만을 네댓 번 거쳐 갔고, 캐나다 군도의 납-아연 광산인 배핀섬 스트래스코나만에 있는 나니시빅 광산과 리틀콘월리스섬에 있는 폴라리스 광산을 모두 방문했다. 그리고 어느 겨울에는 멜빌섬 레이갑에 있는 팬아틱 석유회사 시설들과 매켄지킹섬과 로히드섬 앞바다에 있는 굴착기지들을 둘러봤다.

완벽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모든 장소에 끌렸다. 대체로는 프루도만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고도로 복잡한 기술의 매혹, 붉은 벨루어와 공짜 아케이드 게임과 간식으로도 가릴 수 없는 고용인들의 음울한 상황을 보는 슬픔, 그리고 땅에 대한 무뚝뚝하고 거만한 태도와 그 폭력적인 표출 방식에 대한 걱정. 홍보 책자와 싸구려 소설들에서 얻은 정보로 북극을 안다고 말하는 가식에 대한 걱정도.

한 외딴 굴착기지 감독은 내가 사람들이 쉬는 날 건물 밖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하는지 묻자 빈정대듯이 웃었다.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 쓰는 사람은 아마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거요.” 그 말은 북극에 있는 대부분의 군사시설과 산업시설의 상황을 아주 잘 대변했다.
---「9장 역사: 지나온 길, 나아갈 길」중에서

우리는 북극과 남극, 고비?사하라?모하비 사막 같은 데를 원시의 땅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원시는 고사하고 고대의 땅도 없다. 게다가 불변하는 땅도 없다. 비었거나 저개발된 땅도 없다. 기술의 지원을 받아 개선될 수 있는 땅도 없다. 땅은 다른 모든 짐승을 담고 있는 한 마리의 짐승이다. 원기 왕성하고, 살아 있다. 땅이 가진 끊임없는 창조의 개념에 대해서는 우주론자의 편에 서고,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역설의 개념에서는 물리학자의 편에 서서, 저마다 다른 땅들의 미묘한 아취와 유연함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땅에게 말걸 수 있다.

땅은 북극여우나 난쟁이자작나무나 파이 중간자처럼, 자기 속에 품은 더 작은 존재들과 똑같이 그 자체가 하나의 신비의 도가니다. 또 땅은 그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오리온자리의 말머리성운처럼, 자기를 품은 더 큰 존재들과 똑같이 그 자체로 하나의 신비의 도가니다. 땅은 인간의 창조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무대가 아니다. 땅과 어떠한 숭고한 대화도 나누지 않는 일, 땅과의 상호 존중을 감지하지 못하는 일, 땅의 고삐를 죄거나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땅의 조건들을 비난하는 일은 어떤 확실한 비겁함과 인간의 구상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편애를 보여준다.(...)

나는 다시 북방을 향해 깊이 절했다. 그리고 남쪽으로 돌아서서 어두운 자갈밭 사이로 온 길을 더듬어 마을로 향했다. 나는 내가 본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다.
---「10장 나오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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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는 인간과 자연의 잃어버린 유대를 복원하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작가이다. 북극의 진면모가 담긴 이 책은 위대한 유산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 가디언
북극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공감, 그 생생함과 경이를 하나의 거대한 역작으로 묶어냈다. 바다와 얼음, 하늘과 땅, 야생의 생명들을 들여다보는, 아니 꿰뚫어 보는 시선은 오직 그만이 소유한 천부적 재능이다.
- 뉴욕 타임스
시인의 영혼을 소유한 학자는 믿을 수 없이 생생하게 북극을 그려낸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가면 어느새 이 마술 같은 대지 위에서 눈을 뜬다.
- 아이리시 타임스
눈이 부시다… 배리 로페즈의 눈으로 본 북극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미지의 땅으로 솟구친다.
- 미치코 카쿠타니 (퓰리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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