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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첫사랑

단비어린이문학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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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06g | 150*210*11mm
ISBN13 9788963013305
ISBN10 8963013308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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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다음 타자가 공을 쳤다.
깡!
공은 2루와 3루 사이의 깊은 유격수(2루와 3루 사이 지역을 수비하는 내야수) 땅볼이었다. 공은 빠른 속도로 통통 튀어 날아갔지만 수비수의 글러브에 잡히고 말았다. 수비수는 기다렸다는 듯 3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타자는 1루로, 2루 주자는 3루로 달리는 중이었다.
더 빠른 것은 공일까 주자일까. 2루 주자는 먼지를 일으키며 3루를 향해 발을 굴렀다. 넓은 보폭과 빠른 속도가 남들 두 배는 되어 보일 정도로 시원스러웠다. 주자의 두 팔도 달리는 속도에 맞추어 앞뒤로 빠르게 움직였다. 침이 꼴깍 넘어가고 엉덩이가 들썩일 만큼 일 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으아악!”
그 순간, 3루 근처에 앉아 빨려 들어갈 듯 넋을 놓고 보던 나는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벌떡 일어났다. 베이스를 앞두고 주자가 갑자기 몸을 날린 것이다. 주자의 얼굴 주위로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일었다. 힘껏 뻗은 팔, 일그러진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숨을 참았다. 세이프일까? 아웃일까? 긴장된 나머지 침이 꼴깍 넘어갔다.
“세이프-.”
공이 한발 늦었다. 아니, 주자가 한발 빨랐다.
“엄마 봤어? 슬라이딩 말이야, 진짜 멋져!”
흥분하며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내 모습에 엄마는 일어나라며 또다시 팔을 잡아당겼다.
난 야구장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눈에는 누구보다 멋져 보였다. 야구복을 입고 저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 방금 전의 주자처럼 찰나의 비행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나도 시합에 나가 치고 던지고 슬라이딩하며 뛰고 싶었다.
찰나의 비행. 주자가 자신을 훌쩍 던지기까지의 마음이 어땠을지, 온몸을 던져 들어오면서 세이프를 예감했을지, 손끝이 베이스에 닿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두렵지는 않았을지, 어떤 생각을 하며 팔을 뻗었을지……. 그렇게 슬라이딩이 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다.
--- pp.34~35

잘하려면 잘하는 사람을 따라 해야 한다고 했던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정다노를 따라 하기로 결심했다. 노트 귀퉁이50에 펜을 꽂아 가방에 구겨지지 않게 넣었다. 잠자코 날 보던 서현이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 그 노트, 야구 일지야 사랑 일지야?”
“당연히 야구 일지지!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서현이는 정색을 하는 내게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현이의 질문 때문에 나도 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야구일까 사랑일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둘 다 아니야. 재.잘.재.잘.이야. 재미있게 잘 하기. 어때?”
서현이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재미없게 야구에 대한 것만 적을 셈이야? 그래도 정다노 얘기도 적겠지.”
“그……렇겠지?”
정다노를 빠뜨릴 수는 없을 거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나에 대해 정다노는 어떻게 적어 놓았을지 궁금해졌다.
--- pp.49~50

“감을 못 잡네.”
그놈의 감.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형체도 없는 감, 언제 올지 모르는 감을 잡을 수는 있는 걸까. 한숨이 푹 나왔다. 정다노는 바닥에 내려 둔 가방을 둘러메었다.
“벌써 가려고? 근데, 너 야구장 가는 거야?”
“신경 끄시고. 여기저기 피해 주지 말고 연습 더 해라.”
또 그 소리다.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까칠함이 안 나오면 정다노가 아니지. 어쩐지 친절하다 했다.
“내가 뭘? 너야말로 나한테 매번 왜 이러는데?”라고 이번에는 꼭 말하려 했지만 정다노는 벌써 아지트를 벗어난 뒤였다. 무슨 까닭으로 자기만 피해자라고 하는지. 매번 타박을 당하다 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감’ 그까짓 거 꼭 잡는다. 다음 시합에서 보란 듯 슬라이딩 할 거다.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오기가 올라왔다.
‘그런데 어떻게?’
방법을 몰랐다. 난 빠른 걸음으로 아지트를 나왔다. 저만치 앞에 정다노가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다가 뒤를 쫓기 시작했다.
--- pp.68~69

“이나 누나 파이팅!”
오히려 다른 편인 오지수가 나를 응원했다. 그 정도로 내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그제야 우리 팀도 미적거리며 2점을 외치기 시작했다. 울고 싶은 웃긴 상황이었다.
상대편 투수는 또다시 정다노다. 손에 낀 묵직한 글러브가 눈에 띄었다. 저기서 쏘아져 나오는 공을 잡아야 한다. 정다노가 한쪽 다리를 올리며 투구 자세를 취했다. 글러브에서 떠난 공이 직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나는 바람을 뚫고 달려오는 공에 주시했다. 내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공은 점점 크게 다가오는 순간, 지금이다.
휘익-!
힘껏 배트를 휘둘렀으나 헛스윙, 배트를 휘두른 힘의 반동으로 무릎이 굽혀졌다. 그게 끝이었다. 우리 편은 졌다. 2점조차 얻지 못한 내 자신이 시시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야구가 즐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였다. 야구부에 들어온 이후 즐거움은 잠시였고, 내 마음은 점점 너덜너덜해졌다.
--- pp.106~107

정다노가 억울하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 왜 그렇게 꼬였냐? 그 일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거야. 배려해 줘도 뭐라고 하냐.”
“누가 배려해 달래? 왜 무시해? 난 2점, 그딴 거 필요 없어. 3학년 애들이나 실컷 주든지.”
“꼬였어, 꼬였어. 삐딱한 거 봐.”
삐딱하다는 말에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삐딱한 게 누군데. 앞으로 넌 배려할 일, 난 무시 받을 일 없을 거야. 진짜 끝이야, 끝!”
정다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그만하려고.”
“뭘?”
“야구. 시시해졌어.”
어깨를 으쓱하는 내게 정다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너한텐 야구가 고작 거기까지인 거야.”
정다노의 말이 강펀치가 되어 나를 때렸다. 어질어질했다. 급히 할 말을 찾아 내뱉었다.
“네 눈에는 그렇게 보여? 내가 그만둔다니 이제 속이 시원하냐?”
소리치는 내 말에 아무 대꾸도 없었다. 빤히 쳐다보는 정다노를 뒤로하고 야구장을 나섰다. 야구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사실, 시시해진 건 야구가 아니라 나였다. 공교롭게도 24번 내 야구복을 처음 입은 날 그만하겠다는 말을 뱉어 버렸다. 내 마음이 마치 진탕이 되어 버린 야구복 같았다.
“역시 엄마 말이 맞았던 걸까…….”
오늘따라 야구 가방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잘한 걸까? 후회하지 않을까.
--- pp.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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