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으며, 나와 마음이 맞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만 같았다. ‘열여덟, 고등학교 시절’은?먼 과거일 뿐이라고 외면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모르긴 몰라도―그동안 꽤 외로웠나 보다. 소설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마치 ‘가우디’(메타버스)에 접속한 소설 속 인물들 같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라는 메타버스가 내게 안겨 준 오랜만의 설렘이었다. 이성 친구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조별 활동?, 어쩌다 서툴게 내민?초콜릿, 다른 애들에게 들킬까 봐 둘이서?몰래 소곤거리고 낙서를 하는 도서관……. 그 학교?복도의 냄새가 책장 사이사이에?배어있다. 13살 터울의 죽은 형이 남긴 메타버스 속 공간은 더없이 신비롭다. 동생 혁이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편으로는 추리소설을 읽듯 빠른 속도로?페이지를??넘겼다. ‘곰솔은 누굴까.’ 소설을 덮은 지금, 가슴 한 켠이 아직 아리다. 혹시 내 유년의 숲에서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아서.
- 박경환 (싱어송라이터)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문학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어 온 테마다. 이제 그 이야기가 메타버스라는 공간과 음성 복원 AI 기술을 빌려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 사라진 존재가 정성을 다해 꾸몄던 가상 공간 가우디, 그 자리를 지키던 한 사람과 이제 막 그 공간에 도착한 또 다른 한 사람의 만남을 통해 가려졌던 진실이 소환된다. 두 사람의 기억은 때론 맞닿을 듯 스치고 종종 교묘히 어긋난다. 나란히 달리며 영영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평행선이 마침내 소실점에서 합쳐지듯 이야기는 귤의 색깔과 향기를 빌려 서서히 밝혀지는데, 이때 작가가 선사하는 반전의 매력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이희영 작품의 삼박자인 인물의 심리를 묘파한 문장, 반전의 서사, SF적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두 인물이 부르는 하나의 노래는 떠난 이에게 보내는 애도이자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사는 이들을 향한 응원이다. 떠난 사람을 추억하는 두 인물의 사연을 읽으며, 누이를 보낸 슬픔을 노래한 「제망매가」가 떠오른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들은 시대를 건너도 어딘지 몹시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 오세란 (문학평론가)
형을 빼닮은 나, 나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 사람들이 기억하는 형의 흔적을 따라가며 다른 이의 진심을 헤아리고 마음을 나누는 다정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선우혁. 선우혁이 전하는 귤 향기 가득한 상큼한 위로와 격려에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애쓰지 마요. 지금의 모습으로 당신이 좋으니까.”라며 여름의 귤을 건네고 싶다. 가슴 속 온점이 따뜻하게 반응한 이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안부로 세상의 구석구석이 환해지길.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희영 작가가 마련한 새콤달콤한 답으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 김미영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