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이 떠나자 저는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씨는 헐렁한 흰 옷을 입고 가벼운 숄을 어깨에 걸치고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열어 놓은 창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씨의 탐스럽고 긴 머리는 병이 나셨을 적에 조금 잘렸었으나 이제는 빗질만 한 채 자연스럽게 관자놀이며 목덜미에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히드클리프 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아씨의 모습은 변해 있었지만, 이렇게 조용히 계실 적에는 그 변화 속에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 빛나던 두 눈은 꿈꾸는 듯 하였고 수심에 찬 듯이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이제는 주위의 것들을 눈여겨보지도 않는 것 같았고 항상 저편을 그것도 먼 곳을, 말하자면 이 세상 밖을 응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약간 살이 올라 여윈 자취는 가셨지만 그 창백한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끌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회복의 증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영 나을 가망이 없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책이 한 권 그 분 앞의 창턱에 펴진 채 놓여 있었습니다. 그 책은 에드거 서방님이 그 자리에 놓아 뒀던 것 같습니다. 아씨께서는 책을 읽는다든가 무슨 일을 하여 기분을 돌리려고 하신 적이 없었거든요.
“편지가 왔어요, 아씨.”
저는 무릎 위에 놓인 한 손에 그 편지를 살짝 쥐어 드리면서 말했습니다.
“답장을 해야 하시니까 곧 읽으셔야 합니다. 제가 겉봉을 뜯을까요?”
“그래.”
그것은 간단한 쪽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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