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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
중고도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 창비 | 2000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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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20g | 148*210*30mm
ISBN13 9788936436520
ISBN10 893643652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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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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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바닥 그대로의 마당에 낀 푸른 이끼는 잔디보다 우아했고 한쪽에 꾸며놓은 조촐한 정원에는 백일홍꽃이 만개해 있었다. 호텔 마당에서 본 백일홍꽃과는 댈 것도 아니게 그 붉은빛이 처연했다. 몇가닥이나 되는 줄기가 서로 꼬이면서 올라가 뻗은 가지들은, 꽃이 진 후에도 조금도 허전해할 것 같지 않게 자유롭고도 자기주장이 강해 보였다. 백일홍나무의 실제 수령이 얼마인지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난설헌도 그 나무 아래서 꿈을 꾸었다고 믿고 싶게 잔인하고 아름다운 고통의 흔적이 마디마디 배어 있는 것 같은 나무였다.

하영은 사랑 마루에 비스듬히 앉았다. 마룻바닥과 둥근 나무를 그대로 쓴 기둥을 쓰다듬어보니 목직의 무른 부분이 먼저 닳은 대신 단단한 부분이 도드라져 우아한 나뭇결이 손바닥에 그대로 만져졌다. 한번도 칠을 입히지 않은 나무가 살아숨쉬는 듯하여 하영은 마루에 길게 누웠다. 발치에서 다홍고추가 수득수득 말라가고 있었따. 순한 개들보다 더 확실한 인기척이었다. 하영은 속속들이 마음이 놓여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여름옷을 통해 등으로도 마루의 나무 무늬를 느낄 수가 있었다. 사백년 세월의 부피가 수렁처럼 그녀를 끌어당겼다.
--- p.106
지금 조박사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그게 없었다. 연애감정은 젊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정욕이 비어 있었다. 정서로 충족되는 연애는 겉멋에 불과하다. 나는 그와 그럴 듯한 겉멋을 부려본데 지나지 않았나 보다. 정욕이 눈을 가리지 않으니까 너무도 빠안히 모든 것이 보였다. 아무리 멋쟁이라고 해도 어쩔수 없이 닥칠 늙음의 속성들이 그렇게 투명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 p.43
이대로 이 영업이 번창을 하면 아마 이삼년 안에 이 집을 헐고 크게 짓든지 천개사와는 따로 어디다 절터를 장만하든지 해야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어깨가 으쓱했다. 마금네가 그 집을 둘러보는 시선은 탐욕스럽고도 그윽했다. 켕기는 구석도 없지 않았다. 흉가를 복가로 탈바꿈시켜 지금 한창 불 일어나듯이 일어나려는 판에 집에 손을 댄다는 것은 복을 쫓는 일이 되는 게 아닐까, 삼가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치미는 욕심이란 늘 삼가는 마음보다 우세하기 마련이다. 오늘 이 좋은 날을 기해 이 자리에 법당을 짓자는 불사를 일으키기로 신도 중 오래된 단골들과 천개사 스님과 대강의 합의를 보았으니 반은 성사가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금네가 사람의 마음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이런 사업에 눈을 뜬 지 오래됐다고는 할 수 없어도 확실하게 터득한 것은, 돈 버는 데 있어서 이 사업만큼 땅 짚고 헤엄치기도 없거니와 시작이 반이라는 소리가 그대로 들어맞는 사업도 없다는 사실이다.
--- p.75-76
어머니가 얼마나 완벽하고 당당하고 한결같이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냈는지는 친척간에도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그로 말미암아 어머니에게 늘 따라다니는 품위에다가 위엄 같은 게 어릴 적엔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사춘기를 거치고 인생에 대해 뭘 좀 아는 척을 하고 싶어지면서 그런 어머니가 싫었다. 자존심 없는 사람을 가장 경멸스러워 할 때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일식선으로 자존심이 관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가 자존심은 커녕 빼알도 빼놓은 여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자존심이란 적어도 익으면 돌돌 말리게 돼 있는 오징어 따위를 반듯하게 익히려고 일직선으로 꿰는 쇠꼬챙이하고는 달라야 할 것 같았다.

---p.127
아내하고 같이 그 편지를 읽고 난 이창구는 그 창피하고 참담한 심정을 얼버무리느라 불쑥 한다는 소리가,

'이 사람들 우리를 남아프리카보다도 못하게 여기는 것 같잖아.'

아내가 그를 기분 나쁘도록 투명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왜 남아프리카가 어때서요?'

그는 더욱 무안해져서, 미국 대사가 정식으로 사과하기 전에 내 다시 미국땅을 밟나 봐라, 하고 호기를 부렸던 것이다.
--- p.296
비록 곱단이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어요. 곱단이가 따데로 시집가면서 느꼈을 분하고 억울하고 절망적인 심정을요. 나는 정신대 할머니처럼 직접 당한 사람들의 원한에다 그걸 면한 사람들의 한까지 보태고 싶었어요. 당한 사람이나 면한 사람이나 똑같이 그 제국주의적 폭력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해요. 면하긴 했지만 면하기 위해 어떻게들 했나요? 강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얼떨결에 십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강도는 죄가 없고 자살이 되나요?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기쁨, 그 향기로운 숨결을 모조리 질식시켜버리니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장만득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
--- pp.202-203
너무도 쓸쓸한 당신
때가 낀 손톱과 함께 그의 지나치게 초라하고 고달픈 살림살이가 눈에 선했다. 그렇게까지 안 살아도 될 만한 연금을 받고 있는 남편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마냥 얽매여 있으려는 남편에 대한 연민이 목구멍으로 뜨겁게 치받쳤다. 그녀는 세월의 때가 낀 고가구를 어루만지듯이 남편 정강이의 모기 물린 자국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 p.177
그러나 요새 그녀는 박사나 교수 값이 그동안 너무 싸진 걸 자기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차츰 열쩍어지고 있었다.--- 진작 알았어도 그런 고생은 안 했을걸, 싶다가도 이런 게 바로 공부한답시고 날치던 여자의 한계인 것도 같아 혐오스러워지곤 했다. 싸도 너무 싸졌다고 느끼는 게 그동안 들인 공과 시간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다는 경제성보다는 존경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P. 52

내가 떠맡고 싶은 건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의 똥구멍이었다. 생판 남이 어머니의 똥구멍을 진저리를 치며 구박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건 효도 따위보다 훨씬 진실하고 씩씩한 분노였다. 하필 항문의 고무줄이 빠질 건 뭐였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어머니가. 어머니에게 그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을까. 나는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대가로도 그 치욕을 다소나마 가려주는 일을 맡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P. 123
--- p.
그녀가 오늘 느낀 것은 결코 구체적 욕망이 아니었다. 흔히 등을 긁어준다는 식의 스킨십 정도였다고 해도 그것으로 이 거대한 허전함을 메우고 싶어했다면 그건 욕망보다 크고 아름다운 꿈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가망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완전희 단절됐던 몸의 만남을 후회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렇게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라고는 미처 몰랐었다.
p.176 -177
“…아무리 최고급이라도 그렇죠. 예단 받은 건 결혼식날 하루 입었으면 됐지. 줄창 입으면 그 집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줄창 입긴, 결혼식날 입고 오늘 처음 입었소.”

“사돈 보기에 줄창이란 소리에요. 결혼식날 보고 오늘이 처음 보는거 아뉴, 조금 신경을 쓰시지 그랬어요?”
--- p.155
“…아무리 최고급이라도 그렇죠. 예단 받은 건 결혼식날 하루 입었으면 됐지. 줄창 입으면 그 집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줄창 입긴, 결혼식날 입고 오늘 처음 입었소.”

“사돈 보기에 줄창이란 소리에요. 결혼식날 보고 오늘이 처음 보는거 아뉴, 조금 신경을 쓰시지 그랬어요?”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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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와 공감을 넘나드는 탄력있는 감성. 사람살이의 이야기성에 대한 가히 본능적인 감각. 이러한 특징들은 박완서 소설을 정통의 영예로운 계보에서도 가장 오롯한 자리에 올려놓는다. 연륜이 깊어감에도 엄정한 문학적 기율을 잃지 않는 그는 작품 구석구석에 마음을 숙연케 하는 대가의 지문을 남기고 있다.「너무도 쓸쓸한 당신」같은 단편이 말해주듯 박완서의 근작들은 바닥 모를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생에 대한 송가이다.

황종연 교수 (동국대, 문학평론가)
박완서의 노련한 붓끝이 닿는 곳에서마다 우리는 사회적 허위와 상투적 사고가 뒤집히는 것을 본다. 그의 눈길은 인간과 사회 안에 도사린 물질적 탐욕을 냉정하게 적발해내면서도 또한 동시에 그것과 불가분하게 얽힌 건강한 생명력의 작동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소설집에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풍요와 편리를 좇아 미친 듯 질주해 온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었고 무엇을 잃어버렸으며 마침내 우리 손에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염무웅 (영남대 교수, 문학 평론가)
<나목>에서 <휘청거리는 오후>를 거쳐 이번 작품집에 이르기까지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신비감은 독자로 하여금 마냥 편안히 읽을 수 있게 하는 그 유수 같은 문체의 매력이다.

그러나 박완서 소설의 더 큰 미덕은 결코 거창할 것 없는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끝내는 달관의 경지를 말하는 생의 내밀한 성찰일 것이다. 이번에도 <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읽고 나서는 책장을 가슴에 얹은 채로 빈 천장만 한동안 바라보았다.
유홍준(영남대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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