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와 D 사이에는 C가 있다는 말은 유명하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에 빗대어 난 P와 S 사이에는 Q와 R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present)와 성공(success) 사이에는 물음(question)과 답변(respond)이 있다는 말이다. 현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물어야 하고 스스로 답해야 한다. 현재 내가 가는 길, 하는 행동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yes면 가고 no면 멈추어야 한다. 성공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했다. 나는 행복이 성공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위해 인생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yes다.
음식은 곧 예술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요리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갖가지 색깔이 선명하고, 식감이 다른 식재료 본연의 것에서 느껴지는 것이 참 좋다. 나의 상차림을 풍성하게 하는 거다. 음식을 창조하는 주방, 음악이 가득 찬 공간, 손 빠른 움직임, 번득이는 칼날, 편하게 드러누운 생선, 밭으로 뛰어갈 것 같은 갖가지 야채들. 어느 것 하나 탐스럽지 않은 게 없다. 나는 행복한 부자다. 이것저것 소박하지만, 싱싱한 재료들이 음식으로 재탄생된 걸 바라보면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뿌듯하다. 그렇게 행복한 나의 주방에서의 시간은 나만의 힐링이요. 나만의 케렌시아다.
멀지 않아 봄이 오면 매년 그러했듯 햇살 내려앉은 강물의 눈부심, 수양버들이 연두색 옷을 입고 바람에 제 몸을 흔들며 춤사위를 보여주는 곳, 갖가지 꽃이 피어 찾는 이의 감탄을 끌어내는 곳, 허연 머리 갈대가 서로를 부대끼며 아쉬운 가을과 작별을 고하는 서걱거리는 노래가 들려오는 곳, 가을은 그렇게 익어가고 멀지 않아 차가운 강바람이 불어올 거라는 걸 예감한다. 마음속 딸과 언제든 공존할 수 있는 딸의 소곤거림이 들려,오는 곳, 나의 이야기를 펼쳐 놓고 강물에 빠진 별을 건져내는 수많은 밤들, 태화강이야말로 진정 나의 케렌시아다.
코로나 먹구름 속에서 누구나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나와 같은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사업이 침체했다고 마음마저 침체해서는 안 되었다. 위기는 기회다. 학원 운영이 어려워 수입이 줄어드는 대신 평소 가지지 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난 그 위기를 테라리엄 수업으로 극복했다. 그 위기는 나에게 케렌시아라는 힐링의 공간과 시간을 가질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집 실내는 나의 케렌시아로 남았다.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문구 여행을 위해 마스킹 테이프와 클립과 집게 그리고 다양한 각종 펜, 연필과 펜슬 홀더, 연필을 깎지 못하는 날을 위한 ‘미니연필깎이’, 작은 스프링 노트, 지퍼백과 양면테이프(수정 테이프 모양의 간편한 타입)를 바리바리 싸 들고 나는 오늘도 나의 케렌시아 문구 여행을 떠난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내 삶은 속도가 빨라서 힘들었던 적이 많았고, 조급함으로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잘하려고 했다. 힘들었고 숨 가빴다. 달리다가 하늘을 쳐다보기도 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시간이 많은 탓에 늘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써야 했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숨 쉴 공간이며 케렌시아 공간이 책이고 글이었다. 앞으로도 천천히 읽고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가야겠다.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자기계발이라는 말보다 더욱 구체적인 말이다.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추상적이지만,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용어다.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정신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리모델링이라는 말은 건축에 사용되는 용어이기에 훨씬 구체적이다.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물리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기계발이라는 용어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사를 하면서 리모델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낡은 집이 깨끗하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변한 것을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내가 시도한 인생 리모델링은 그런 시각화된 것을 의미한다. 변화된 상황을 최대한 독자가 느낄 수 있게 서술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