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자체, 우리의 학문―그렇다, 삶이 병든 증상으로 보이는 모든 학문은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학문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더 심하게 묻자면, 모든 학문의 기원은 무엇인가?
---「13쪽, 자기비판의 시도」중에서
행여 자네들이 철저히 비관주의자로 남길 원한다면, 자네들은 우선 이 세상의 위로의 예술부터 배워야 한다,―자네들은 웃음부터 배워야 한다, 나의 젊은 벗들이여. 그리하여 자네들은 웃는 자가 되어 언젠가 악마에게나 던져주게 되리라, 모든 형이상학적 위안을,―그에 앞서 형이상학까지도!
---「25쪽, 자기비판의 시도」중에서
현존과 세계는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영원히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56쪽」중에서
천재는 오직 예술가적 생성활동 속에서 세계의 원초예술가와 융합되는 한에서만, 예술의 영원한 본질에 대하여 무언가를 알게 된다. 그 상태에서 그는 경이롭게도, 눈을 뒤집어 자기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섬뜩한 동화 속 영상과도 같다. 이제 그는 주관인 동시에 객관이며, 시인인 동시에 배우이자 관객이다.
---「56쪽」중에서
모든 참된 비극은 형이상학적 위로, 즉 ‘사물들의 근본에 있는 삶은 현상(現像)들의 온갖 변천에도 굴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는 위력과 욕망을 품고 있다’는 위로를 베풀어 우리를 퇴장시키나니…
---「65쪽」중에서
여기에서, 이와 같은 의지의 최고 위험 속에서, 구원과 치유의 주술사로서 예술이 다가온다. 예술만이 현존의 섬뜩함이나 부조리에 대한 역겨움의 사상을 선회시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표상들 속으로 이끌 수 있다.
---「67쪽」중에서
이제 학문은 강력한 환상이 가하는 박차로 인해 멈추지 못하고 한계를 향해 치닫지만, 한계에 부딪히면 논리의 본질에 숨어 있는 학문의 낙관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학문의 원주는 무한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과연 그 원을 완전히 측정할 수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데도, 고귀하고 천부적인 인간이 생애의 중반에 채 이르기도 전에 불가피하게 원주의 한계점에 봉착하여 그곳에서 해명될 수 없는 것을 응시하기 때문이다. 그 한계에서 논리가 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급기야 제 꼬리를 무는 것을 그는 참혹하게 목도한다―여기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식, 비극적 인식이 홀연히 피어난다. 이 인식을 단지 감당하기 위해서만이라도 보호책과 치료제로서 예술이 필요하다.
---「115쪽」중에서
자, 나의 벗들이여, 나와 함께 디오니소스적 생을, 그리고 비극의 재탄생을 믿으라. 소크라테스적 인간의 시대는 끝났으니, 넝쿨화환을 두르고 티르소스 지팡이를 손에 들라. 호랑이와 표범이 살랑거리며 너희 무릎 앞에 엎드릴 때면 놀라지 마시라. 이제 과감하게 비극적 인간이 되기만 하라, 그러면 너희는 구원을 받으리라. 인도에서 그리스까지 디오니소스적 제전의 행렬을 따라야 할지니! 격전을 치르기 위해 무장하라, 너희 신의 기적을 믿으라!
---「148쪽」중에서
나의 벗들이여, 디오니소스적 음악을 믿는 그대들이여, 그대들 역시 우리에게 비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다. 음악으로부터 재탄생한 우리는 비극에서 비극적 신화를 갖는 것이니―그대들은 비극적 신화 속에서 어떤 것이든 희망할 수 있으며 가장 고통스러운 것조차도 망각할 수 있노라!
---「148쪽」중에서
그는 아티스트-형이상학이 “현존에 대한 도덕적인 변명과 의미부여”(1,17)에 장차 대항할 정신을 누설했다는 점을 《비극의 탄생》의 공적으로 꼽는다. “세계의 현존은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정당화된다는 은밀한 문장”(1,17)은, 도덕적 가치만을 인정하는 그리스도교에 대한 “은밀한” 반대 가르침이며, 예술의 그 어떤 목적성이나 도덕화도 거부하는 “순수히 아티스트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가르침”(1,19)이다. 아티스트-형이상학이 아는 유일한 세계는, “매 순간 이루어진 신의 구원”(1,17)으로서의 세계, “가상 속에서 이루어진 신성한 해방과 구원의 연속으로서의 세계”(KSA 12,115)이다. “세계는 (…) ‘가장 고난받는 자, 가장 대립적인 자, 가장 모순적인 자’의 영원히 변천하고 영원히 새로워지는 환시”(1,17)이다. 따라서 아티스트-형이상학은 “선악 너머의 비관주의”(1,17)를 고지함으로써, 세계를 증오하고 비방하는 그리스도교 및 도덕과 맞선다.
---「188쪽, 옮긴이 해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