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확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초등 수학 박사 과정 중이며, STEAM(융합인재교육) 교육 연구회에서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의 융합교육을 연구한다. 수학의 논리적인 매력, 과학에 담긴 흥미로운 수학 원리를 찾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위한 수학개론』을 공동집필하였다.
그림 : 최은영
네 살 때부터 달력 뒷면마다 그림을 그리곤 했다. 한때 화가를 꿈꾸기도 하고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지만, 손으로 그림 그리는 기쁨을 느낀 후로 어린이 동화책 그림을 그린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린 책으로 『반달 개구리 폐사 사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신통방통 거북선』이 있다.
“내 이름은 종아. 작은 섬마을 지인도에서 나고 자랐어. 서울 아이가 전학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우리 학교에는 쌍둥이 형제와 나 셋뿐이었거든. 그런데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 왜 자꾸 전학 온 유정이 앞에서는 잘난 척을 하고 싶지? 경우의 수를 세어 쉽게 확률을 계산해 내는 유정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질투가 났나 봐. 솔직히 유정이의 큰 키와 쌍꺼풀 진 눈도 엄청 부럽고. 하지만 우리도 닮은 구석이 있었어. 바로 궁금한 걸 끈질기게 파고든다는 점. 부모님과 내가 왜 닮았는지, 남자와 여자가 태어날 가능성이 같은지,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같이 고민하다 보니, 티격태격하다 단짝이 됐지 뭐야. 싸우다 정들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나에겐 고민거리가 있어. 쌍꺼풀도 없고, 부모님과 혈액형도 다르거든. 유정이와 같이 유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종아」중에서
“동그란 눈일 때 웃는 입과 찡그린 입이 있었어요. 그러니 하트 모양 눈일 때도 웃는 입과 찡그린 모양이 있을 거예요. 네모 모양의 눈에도 당연히 두 가지 입 모양이 있을 거고요. 그럼 세 가지 눈 모양에 각각 두 가지 입 모양이 정해지는 거니까 3개당 2개예요. 3×2=6. 나올 수 있는 얼굴 모습은 모두 여섯 가지예요.” ---「유정이」중에서
“왜 YY인 성 염색체는 없어요?” ---「석이」중에서
“나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제각기 다른 형질을 가지고 있잖니. 자기가 가진 형질들로 외모가 만들어지고 그래서 모두들 얼굴이 다르지. 각자의 매력도 다르고.” ---「캡모자 쌤」중에서
“토마토도 마찬가지야. 작은 토마토끼리 교배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점점 작은 토마토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나중에는 항상 먹기 좋은 크기의 방울토마토만 만들어지지.” 캡모자 쌤이 속 시원하게 설명했다. “와, 신기해요. 원하는 형질을 끄집어내는 거네요.” 석이가 손으로 뭔가를 끄집어내는 시늉을 했다. “하하, 그래. 석이의 말처럼 형질을 끄집어내 볼까? 여기에는 토마토가 없으니까, 오늘은 사과의 형질을 끄집어내 보자꾸나.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 먹기 좋은 방울토마토」중에서
“할머니,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요?” 나는 동전을 다시 집어 들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되물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다음에 동전이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아니?” 그 말을 듣고 내가 손뼉을 쳤다. 내가 바라던 대답이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아들과 딸이 나오는 가능성은 그 어느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같아요. 앞서 딸이 나왔다고 해서 그다음에도 딸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 딸이 태어날 가능성은 똑같다고요.” ---「아들이 태어날 가능성」중에서
“둘 중 한가지 형질만요? 그럼 다른 형질은요?” 내가 물었다. “다른 한 가지 형질은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어. WV나 VW일 경우에 홑꺼풀 형질은 숨고 쌍꺼풀 형질이 나타난단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전자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 나타나지 않고 숨는 형질을 열성이라고 한단다.” “그럼 눈꺼풀의 경우에는 쌍꺼풀 형질이 우성이고 홑꺼풀 형질은 열성이네요?” 석이가 캡모자 쌤을 보며 물었다. “그렇지. 힘겨루기에서 쌍꺼풀 유전자가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쉽단다.” ---「 유전자의 힘겨루기」중에서
“선생님, 너무해요. 해결해 준다면서 또 물으시는 거예요? 종아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내 항의에 캡모자 쌤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이 문제가 종아의 고민을 푸는 실마리가 될 거거든. A형인 종아 어머니의 유전자 쌍이 AO이고, B형인 종아 아버지의 유전자 쌍이 BO라면?” “그럼 엄마는 A랑 O를 줄 수 있고, 아빠는 B랑 O를 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올 수 있는 자손의 혈액형은…… AB, AO, BO, OO 이렇게 네 가지니까……. 어라?” 나는 네 가지 경우의 수를 말하다가 깜짝 놀랐다. 동시에 종아도 소리쳤다. “OO라고? O형도 나올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