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만찬회는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대통령은 이 테이불에서 저 테이불로 돌아다니면서 내빈들과 얘기를 나누어 그들 모두를 매료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몇 사람이 그 방안에 모여 있었다. 올리버 러셀 대통령은 사교계에서 명성이 높고 중요한 인사들과 결혼한 세 숙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 숙녀들도 정치, 문화. 분야의 유력자들이였다
'레오노레...돌로레스...캐롤...'
대통령이 방안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이탈리아 대사 부인 실바 피코네가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어요'
실바 부인의 눈이 반짝였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하고 대통령이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당신이 승리할 줄 알았어요'
그것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중에 둘이서만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물론이지요'
--- p.231
레슬리는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녀는 <워싱턴 트리뷴>지의 표제를 바라보았다. 러셀 대통령에게 살인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다. 그러고 나서 레슬리는 벽에 걸린 액자에 들어 있는 신문의 표제를 쳐다보았다. 듀이 트루먼을 패배시키다. '당신은 지금 현재보다 훨씬 유명해질 것입니다. 사장님. 전세계가 사장님의 이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내일이면 그녀는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 p.409
다음날 저녁 6시에, 다나와 월리와 벤은 폭격으로 파괴된 교회들과 시나고그가 있는 광장 앞에 모였다.
월리의 텔레비전 카메라는 3각대 위에 설치되어 있었고, 벤은 위성 수신이 좋다는 워싱턴으로부터의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나는 가까이에 있는 어느 곳인가에서 저격병이 쏘는 소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문득 공군 점퍼를 입고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두려워할 것 없어. 우리를 쏘지는 못할 거야. 그들은 서로를 향해 사격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세계에 전해주기를 바랄 테니까'
다나는 월리가 신호 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보면서 시작했다.
"제 뒤에 보이는 폭격당한 교회들은 이 나라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상징들입니다. 사람들이 숨을 수 있는 벽은 이제 더이상 조재하지 않으며, 어디든 안전한 장소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그나마 교회 같은 곳에서 몸을 숨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한꺼번에 뒤범벅이 되어 있어서...'
바로 그 순간, 다나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월리의 머리가 빨간 멜론처럼 폭발하는 것을 보았다.
--- p. 189
거의 무의식적으로 모든 사람의 머리가 레슬리가 서 있는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근거리는 소리가 참석자들 사이를 휩쓸고 지나갔다. 사람들은 극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교회 안은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목사는 잠시 기다리다가 신경질적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러면, 나에게 주어진 권능에 의해서, 이제 나는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목사의 목소리에는 깊은 안도의 빛이 역력히 떠올라 있었다. '신랑은 신부에게 입을 맞추시오' 목사가 다시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을 때는 레슬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레슬리 스튜어트 일기장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올리버의 신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는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올리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핸섬해 보였다. 그리고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나는 기뻤다. 왜냐하면, 그를 파멸시켜 버리기 전에, 나는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 작정이니까.
--- pp. 4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