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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 마리와 두 남자
중고도서

개 한 마리와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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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588g | 140*210*35mm
ISBN13 9791156410799
ISBN10 115641079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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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 마셨네. 현이 씨, 그거 안 마실 거면 나 줘요.”
“네, 드릴게요.”
은현이 캔을 따 상우에게 건넸다.
“아, 그러고 보니 말이에요. 형, 요새 만나기만 해도 자꾸 출장비 주고 그러시는데 그러면 안 돼요!”
“응? 왜요. 주는 게 맞잖아.”
은현이 난간에 팔을 얹어 기대고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형은 친구 만나러 갈 때도 돈 주고 만나요?”
“……친구요?”
상우가 무심코 되물었다.
“아, 아니, 친구…… 까진 아니어도…… 아는 동생 정도…….”
은현이 소심하게 한발 물러섰다. 용기는 여기까지였다. 은현이 밤바람에 민망함으로 물든 얼굴을 식히며 너무 나댔나 반성하는 동안, 상우가 맥주 캔을 기울였다.
‘친구’와 같은 것으로 둘의 관계에 이름이 붙여지고 나니 은현이 제게 얼마나 다가와 줬는지 확연하게 느껴졌다. 일방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생각했던 호의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미안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형이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그냥…… 형이 주는 만큼 제가 돌려주질 못하는 것 같아서 그래요.”
은현이 웃었다.
“……미안한데, 담배 좀 피워도 괜찮을까요?”
“네. 근데 형 담배 피우셨었어요? 한 번도 못 봤는데.”
“거의 끊었는데, 오늘은 좀 피우고 싶네요.”
상우가 주머니를 뒤져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담배를 꺼내 들었다. 다비드를 만난 후로 일주일에 두 개비면 많이 피우는 수준일 정도로 거의 끊다시피 했던 물건이었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넘쳐흐르기 시작한 감정이 새어 나왔다. 당황한 나머지 담배를 물어 입을 틀어막았다.
호진이 일반인을 좋아하면서 겪은 마음고생을 옆에서 쭉 지켜봐 왔다. 그런 감정 소모는 취미가 아니었기에 마음을 잡았었다. 절대로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은현의 입으로 ‘친구’라고 정의당한 바로 지금, 상우를 덮쳐 오는 두 가지 감정.
마침내 다가와 준 은현에게 느끼는 감동과도 비슷한 희열, 그리고 ‘친구’라고 이름 붙여진 관계에 대한 막막한 불만. 발전 가능성이 없는 그 답답한 둘레.
친구 선언으로 마음을 깨닫다니 무슨 순정 만화도 아니고.
상우가 웃음을 흘렸다. 뭣 모르는 얼굴로 은현도 따라 웃었다.
흩어지듯 흘러내린 담배 연기가 여름 밤공기에 녹아들었다. 새카만 나머지 스스로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연심이 흘러넘쳐 담배 연기를 타고 밤의 색과 뒤섞였다. 검은 것이 밤인지 연심인지 모를 만큼.
“……오늘은 늦었으니까 여기서 자고 가요.”
그날 밤, 밤이 상우에게 스며들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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