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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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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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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16g | 128*188*19mm
ISBN13 9791197103278
ISBN10 119710327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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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열수   평점2점
  •  특이사항 : 낙서 찢어짐 없는 상태 정말 좋은책으로 읽기에 정말 만족할만한 도서로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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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당분간 금토일 3일만 열기로 했다. 물론 그들은 서점을 탐정 사무소로 사용해도 된다며 마치 은혜를 베풀 듯 내게 말했다. 대신 간판 고양이를 돌보는 일과 인터넷 주문 대응까지 내게 요구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요컨대 업무시간이 아닐 때 서점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무보수. 안 그래도 적은 아르바이트 수입이 반토막이 날 텐데, 대신 열심히 탐정 일을 해서 충당하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손님을 모으고자 살인곰 서점 홈페이지 구석에 자리한 백곰 탐정사 게시판에 다중 아이디로 글을 올렸다. 이렇게 노력하는 내 자신을 칭찬했으나, 입춘 이후 초여름이 될 때까지 조사 의뢰는커녕 문의 한 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토종합리서치’의 지인에게 임시 일거리를 소개받아 입에 풀칠을 했으나, 이런 식으로 외부로 하청을 주는 건은 힘들도 돈도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밤을 새가며 잠복 보조를 하고 받는 돈은 5천 엔. 좋은 일감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부족한 것은 저축한 돈에서 빼내 쓰던, 2015년도 5월 중순을 지나 날씨가 안정되기 시작한 어느 화요일…….
--- pp.11~12

“회사를 설립한 직후였어. 후사코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하루카라는 딸을 남기고. 맡아줄 사람이 없어 시설에 있던 하루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 나도 아이를 키우는 데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었지만, 그 아이도 손을 댈 수가 없을 정도의 문제아였거든. 7년 전에 결국 인연을 끊고 잊어버리기로 했어. 이 세상에 다가미 하루카라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사쓰키가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내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뺨이 붉게 상기되었고,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내린 결론은 하루카였어.”
사쓰키가 내 팔을 잡았다. 새틴 장갑으로 감싸인 얇은 손은 생각 외로 뜨거웠다.
“탐정양, 다음 주면 그 아이가 돌아와. 맞이하러 가주지 않겠어? 물론 규정 요금은 지불할게. 그저 그 아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주면 돼. 반드시, 꼭, 내게로 데려와줬으면 해.”
--- pp.21~22

버블 시기,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다카기는 내 인생보다 반 정도밖에 안 살아온 것으로 보이니 버블 시대 같은 것은 알지 못할 텐데 마치 보고 온 것 같은 말투였다.
“2대 사장의 저주 때문인지 권리서를 강탈한 야쿠자는 대립하던 조직과의 다툼 중에 칼에 찔리고, 은혜를 원수로 값은 인간은 실종, 부동산업자는 파산. 그럼에도 2대 사장은 성불하지 못했는지 이따금 그 빌딩 벽이 새빨갛게 물들 때가 있어.”
굳이 저주 따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참한 말로를 걸을 것 같은 인간들이 아닌가. 빌딩 안이 왜 그렇게 빨간 페인트칠 범벅이 되어 있는지 이상했는데, 이 이야기 덕에 그 사실만은 이해가 되었다.
--- p.91

오렌지색 물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뭐지…….
눈을 깜박였다.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시야도 뇌세포도.
어째서인지 춥다. 얼굴도 차갑다. 다리를 쭉 뻗었다. 퀴퀴한 냄새가 났다. 맨바닥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 왜? 어째서?
신경을 집중하려 했지만 졸음기가 몰려왔다. 머리가 무거웠다. 이런 곳에서 자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조금 정도라면 자도 되는 거 아닐까? 조금 정도라면…….
귓가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뭔가가 머리를 탁탁 때렸다. 정신이 퍼뜩 들어 눈을 떴다. 오렌지색 고양이가 이빨을 드러내고 발바닥 젤리를 내 쪽에 보인 채 한 대 더 때리려 했다. 그것을 피해 고개를 들었다. 목덜미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찌릿찌릿 아팠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본 적이 있는 책장, 본 적이 있는 바닥 타일, 본 적이 있는 카운터…….
갑자기 공포심이 밀어닥쳤다. 머릿속에는 짙은 안개가 꾸물대고 있다. 나는 왜 서점 바닥에서 자고 있던 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지?
몸을 떨며 천천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카운터에 손을 짚었다. 내 자신을 다스리며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몇 번인가 심호흡을 반복하다 보니 심박수가 진정되었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떠올릴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먼저 이름부터…….
--- pp.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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