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근데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데요.”
“괜찮아요. 여기, 미경험자 환영이라고 쓰여 있잖아요.”
직원이 구인공고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더니 사호 쪽으로 내밀었다.
“이렇게 건강한 직장, 솔직히 없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채소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요.”
사호는 잠시 생각한 후 지원해보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추천하는데 딱 잘라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의 직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다. 게다가 어차피 채용될 것 같지도 않았다. 농업이니 힘쓰는 일도 있으리라.
뭐든 할 거라고 했으니 정말로 뭐든 할 생각이지만 ‘갓 회복한’ 사람은 분명 반갑지 않을 터였다.
---「새벽의 양상추」중에서
“쓰루미의 가지는 전통 채소로 지정돼 있단다.”
비젠야키라면 몰라도 채소에도 그런 묵직한 벼슬이 붙다니.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오래전부터 재배되어온 재래종 채소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세토나이시의 단호박과 미마사카시의 순무도 전통 채소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으레 그렇듯, 쓰루미 가지도 오늘날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고 한다.
“맛은 일품인데 키우기 어려우니까.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 색이 옅어서 보기에 좋지도 않고. 최근에는 품종을 개량해서 보기 좋고 키우기 쉬운 가지가 많거든.”
---「가지와 커피」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 채소를 전부 다,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엉의 이파리가 이런 모양이었구나, 소송채 꽃이 몇 가지 색인지, 실제로 자기 눈으로 보고 손으로 그린다. 그저 그뿐인 일이지만 교과서를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보다는 뭐랄까, 깊게 이해가 된다.
지금 가장 뜻밖의 모습을 보이는 채소는 아스파라거스다.
하즈키는 잠두콩을 다 그린 후에 옆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았다. 한 걸음 들어갈 때마다 울창하게 우거진 초록으로 시야가 가려진다. 숲 같다, 고 언제나 생각한다.
---「아스파라거스 꽃다발」중에서
미우가 특히 감동한 것은 레몬이다. 아주 작은 조각을 짰는데 이렇게까지 나오나 싶을 만큼 즙이 나왔고, 무농약이라 껍질까지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데, 오다 과수원에서는 귤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이해할 수 없다. 레몬밭은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홈페이지에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재배를 시작한 시기가 비교적 늦었다고는 하지만, 레몬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들어온 미우로서는 왠지 안쓰러워서 편을 들게 된다. 튀김에, 샐러드에, 생선구이에, 온갖 요리에 뿌렸더니 겐고가 웃을 정도다.
“포장을 바꾸면 더 팔릴 거야. 안전한 것을 먹고 싶다는 니즈는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우리의 레몬」중에서
나쓰미는 포크를 다시 쥐었다. 아삭아삭 싱싱한 양상추를 씹었다. 갓 쪄낸 감자도, 탱탱하고 굵은 아스파라거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맛이 깊었다. 듬뿍 뿌려진 농후한 올리브 오일의 풍미에 상큼한 레몬 산미가 어우러졌고,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그대로 튀긴 가지와 부드러운 치즈가 절묘한 향을 더했다. 다시 한번 메뉴의 지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일본 각지에서 이 그릇 위로 모여든 각각의 식재료를 온 마음을 담아 키워온 사람들이 있다. 사랑으로 키워 이곳으로 보낸 누군가가 있다.
---「토마토의 약속」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