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생사에 희망을 가지기 위해 별점을 쳐 보기로 했다. 돛대의 왼쪽에 있는 별이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까지 유성이 세 개 흐르면 남편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고는 남편의 생사를 묻는 별점을 다시는 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괴로워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빛날 저 별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번 다시 남편의 생사에 대해, 마음 속으로도 내기를 걸지 않으리라. 그것은 나 자신과 남편에게도 모욕이 되는 것일 터.’
나는 돛대를 똑바로 보고 서서, 되도록 온 하늘이 다 보이게 하늘을 우러러, 시릴 만큼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의 판단을 기다렸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다. 돛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고요히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돛대 뒤로 그 별이 모습을 감추는 순간! 생명의 축복처럼 세번째 유성이 돛대를 비껴 바다 저 쪽으로 흘렀다. 길게 꼬리를 끌며, 유성은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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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하얀 벽이 나타나더니 농가가 한 채 보였다. 갑자기 농가에서 두세 명이 나오더니, 뭐라고 큰 소리로 말을 했다. 흰 쌀로 만든 주먹밥을 가득 담은 바가지를 든 여자가 나와서 우리들 코앞에 내밀었다.
“밥 먹어라.”
나는 손을 저어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어요” 하고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먹으라는 거다” 하고 몸으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우리들은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 머리만한 주먹밥을 입에 넣었다. 그 일 년 동안의 기억 중에서 “밥 먹어라.” 하던 그 말만큼 따뜻하게 내 가슴을 녹여 준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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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히코, 이제 이것뿐이야. 더 달래지 마, 응?”
마사히코는 내 몫을 받고서야 떨어졌다. 마사히코가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내 거 먹어. 엄마 배고프면 아가 젖 못 먹지?”
물끄러미 보고 있던 마사히로가 갑자기 반쯤 먹은 감자를 내밀었다. 감자에는 잇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아이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싶어 한참 쳐다보다가, 갑자기 슬픔이 복받쳐 큰 소리로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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