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효시는 1997년 봄 삼성 SDS에서 운영했던 사이버 대학의《법과 현대생활》강좌이다. 그 강의들을 모으고 다듬어 1997년 가을 『법학입문』이라는 이름의 책이 만들어졌다. 그 책을 펴내면서 나는 이렇게 소개했다.
“이 책은 법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법의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의 문을 열어주고자 쓰여졌다. 깊은 이해의 지평은 법체계의 발전에 대한 역사(철학)적 전망의 ‘웅대함’과 법형성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론적 분석의 ‘정밀함’ 그리고 법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비판의 ‘날카로움’ 없이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나는 이 책에서 모든 법 분과의 소재를 망라하지 않고 기초적인 법분야(공법, 사법, 형사법 및 소송법)의 핵심제도들만을 대상으로 법이론적?법사회학적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런 논의가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법정보의 양은 그리 많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기존의 다른 법정보는 물론이고 미래사회에 등장하는 새로운 법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능력만큼은 탄탄하게 다져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아마도 15쇄 이상을 한 듯하다. 그 세월은 이 책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주었다. 이 책은 전국에 걸친 독자층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읽는다. 법학 이외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로부터도 다양한 반향이 들려왔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 책은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런데 내게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원래 “법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향해 쓰여졌지만, 실무 법조인들도 적지 않게 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 책으로서는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물론 법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아마도 더 높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에 펴내는 이 책은 대폭 보완되었다. 그 보완은 나의 연구가 확장되면서 축적된 결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입문의 효율성을 위해 내가 직접 생각을 빌려오거나 그 생각에 대한 논의로써 내 생각을 전개하는 경우가 아니면 다른 문헌들에 대한 인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좋은 글들을 쓰는 법학자 동료교수들에겐 좀 미안하다. 이 책이 입문서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또한 이 책에서 어떤 보완이 이루어졌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지나친 친절일 듯하다. 그래도 이 책이 1997년 법학입문에다 나의 어떤 연구결과물들이 보완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도표를 작성하였다. 이 도표의 제목들은 그간 내가 일구어온 기초법 분야와 몇 가지 전문법분야 그리고 형사법분야의 주요 단행본들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초판에서 말한 “기초적인 법분야(공법, 사법, 형사법 및 소송법)의 핵심제도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수정되어야 한다. 꽤 다양한 전문법이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법은 판덱텐 법전법체계와 영미법계가 통합되는 현대적인 법패러다임이다. 이 책을 새롭게 펴내면서 이름에 ‘로스쿨을 위한’이라는 사족을 달았다. 큰 의미는 없다. 다만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 로스쿨을 다니는 학생들이 좀더 많이 봐주었으면,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왕에 도입한 한국의 로스쿨이 세계의 법학교육을 선도하는 전범이 될만큼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이름을 달았다. 이 책이 영역된다면 한국법입문(Introduction to Korean Law)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이번에 새롭게 시사문제와 전문법의 문제가 교차하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Q&A를 53개 마련하여 가장 관련이 많은 서술분야에 배치하였다. 이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은 로스쿨 입학준비생과 재학생, 학부의 법학과 학생들 그리고 기존의 실무법조인 모두에게 매우 심층적인 이론적 관점과 실천적으로 유용한 정책적 관점들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