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공생을 생각하고 조화를 이루어 살려고 노력하는 동식물은 없다. 그저 각자 주어진 조건에서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가운데 균형이 이루어지고 조화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같은 자연스러운 조화가 인간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인간은 이미 그러한 위치를 훨씬 넘어섰다. 인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공생이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자연에 맡겨둔다면 결국은 자멸과 공멸에 이를 것이다.
--- pp.26~27
우리는 물과 음식을 돈을 주고 사 먹는다. 그래서 물을 마시는 자기 컵이 있고, 밥을 담아 먹는 자기 밥그릇이 있다. 하지만 공기를 담는 각자만의 그릇은 없다. 어디를 가든 인류가 공유하는 허공이라는 아주 큰 그릇의 공기를 함께 들이마신다. 생명의 뿌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이 있을까? 호흡을 하는 매 순간 우리가 얼마나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두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팬데믹에서 배운 가장 값진 교훈이자 숨 쉴 때마다 기억해야 할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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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안전, 범죄율, 취업 기회, 보건 등 공동체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안 시스템, 경찰 수, 공동체 구성원들의 교육 수준, 소득, 많은 일자리를 가진 사업체?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연구 결과가 이러한 요소들과 같은 정도로 혹은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거론한다. 바로‘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아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공개된 공간에서 서로 교류하는지’이다. 좀 더 간단히 표현하면‘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지’이다.
--- p.46
공감 능력, 양심, 성찰의 힘은 공생하는 삶을 위한 나침반과 같다. 항상 깨어 있는 의식으로 자신의 내면과 바깥을 살피며, 이해득실을 떠나 진실하고자 하고, 고통받는 사람과 다른 생명의 아픔을 덜어주고자 하는 아름답고 거룩한 마음이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질 때, 모두를 이롭게 하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러한 선택이 모두를 살리는 공생으로 이끈다.
--- p.64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식의 전환은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생의 중심점을 찾는 것이다. 지구의 중심점은 인간이 아니라 지구 그 자체이다.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가치 평가의 기준은 자신의 인격이나 관념, 사상이나 종교,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지구이다. 지구라는 새로운 중심점이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 모든 거래에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우리는 어떤 국가나 민족,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지구시민이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중국인이나 인도인이기 전에, 기독교인이나 불교인이나 이슬람교도이기 전에 지구시민이다.
--- p.114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중요한 문제들은 그 원인이 한두 국가에 있지 않고 지구 전체에 걸쳐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집단이나 몇몇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들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지구를‘경영’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만일 지구가 내 땅이고, 내 집이고, 내 기업이라서 지구를 내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경영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그런 마음으로 현재 지구의 상황을 바라보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될까?
--- p.116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복지의 토대로 나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평생에 걸쳐 자신을 개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의 기회이다. 둘째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사회 참여의 기회이다. 셋째는 최소한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득 기반이다. 이 세 가지가 공평과 평등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