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시커 50) 영화 : 세계 영화사의 별들, 잊지 못할 명작영화 50선』는 최고의 예술가, 대가 등을 뜻하는 독일어 `클라시커(Klassiker)' 시리즈의 세 번째 번역본으로서 영화 100년사를 통틀어 주목할 만한 영화 50편을 선정하여 방대한 분량의 이미지 컷과 함께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의 지식 사냥터를 마련한 책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영화 속의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영화 <007>의 “본드, 제임스 본드” 하던 것이었으며, 그 10걸에는 “I'll be back.” 하던 터미네이터의 대사도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곡을 다시 연주해 보게, 샘” 하던 <카사블랑카>의 대사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은 대사.
영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글과 저서를 발표하며 전문 저널리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 니콜라우스 슈뢰더는 영화를 기억하게 되는 저마다의 추억을 좀더 적극적으로 떠올려 보기를 권한다. 영화 <카사블랑카>가 “샘, 시간이 흘러가도(As Time Goes By)를 연주해 보게” 라는 대사가 훗날 패러디 소재로 가장 많이 채택된 대사로 기억된다면, 헨리 멘시니의 곡 <문 리버>의 멜로디와 뉴욕의 택시를 떠올린다면 푸훗하고 기억하는 영화 또한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오데사 항구 계단 위의 유모차, 눈을 자르는 면도칼,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속의 어린이용 썰매, 우주 공간에서의 빈 왈츠, 자전거 바구니에 탄 꾸부정한 외계인 등의 이미지가 소위 `영퀴'의 연상 문제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아주 익숙한 장면이라면, 저마다의 기억 속에는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는 영화의 각 장면이나 배우, 풍경, 특별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 책이 꾀하는 것은 세계 영화사에서 무던히도 거론되었던, 잊지 못할 영화 50편을 선정하여 그 영화를 저마다의 기억에 기대어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위대한 영화가 어느 순간 싱거운 화면으로 전락하고, 얼마 전만 해도 그 진가를 알아챌 수 없었던 영화가 어느 한 순간의 계기를 통해서 자신만의 명작으로 전이하는 과정, 아울러 영화 속의 자잘한 면이나, 세부적인 테크닉, 조연 배우의 연기, 배우의 옷차림이나 배경 등의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것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영화의 모든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한다. 주류영화와 아방가르드 영화, SF영화와 다큐멘터리,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 진가를 몰라본 영화와 지나친 평가를 받았던 영화. 연대순에 따른 구성은 나름대로 맥락을 이룬다. <북극의 나누크>와 <노스페라투>, 와 <쇼아>. 바로 이러한 다양성과 모순됨이 영화의 특별한 매력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책에 실린 영화들은, 영화사상 최고의 50편은 아니라는 저자의 변명은 있지만 사실 최고의 50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익숙한 범주이자 동시에 영화의 기억, 영화사의 기억을 논하기에 훌륭한 소재가 되는 작품들이다. 존 포드의 <역마차>,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나 <침묵>, 장 르느와르의 <게임의 규칙> 등의 영화가 제외되고, 본국에서 수백만의 관객을 동원했고 열띤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인 장이모의 <붉은 수수밭>이 빠진 것에 설명을 달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정선된 영화들이다.
영화와의 재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준비를 위해 『(클라시커 50) 영화 : 세계 영화사의 별들, 잊지 못할 명작영화 50선』은 각종 영화사적인 사례증명 자료뿐 아니라, 중요한 이미지 컷, 이해를 돕기 위한 세세한 설명, 관련 사항에 대한 예리한 박스 처리 등의 작업을 준비했다. 50편의 영화에 달라 붙은 이 같은 자료는 동일한 레이아웃의 반복이지만 물리지는 않는다.
각 영화를 접는 페이지에서는 해당 영화의 줄거리, 감독, 자료 등에 관한 개요적인 설명을 따로 마련해 놓았으며, 모 잡지의 20자평 같은 평가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별은 아니지만 오렌지 잘라 놓은 단면 같은 마크로 5등급 평가도 수행한다. 재미있는 것은 등급 평가 수행을 위한 덕목에 `아이디어'와 `혁신성', `음악'이라는 항목 외에도 `캐스팅'이라는 견제 세력을 마련해 놓은 것.
--- 이상구 flypaper@yes24.com